현대자동차의 5월 수출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0.3% 줄었습니다.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의 수출이 줄어든 것은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인데요.

올 들어 누적치로 따졌을 때는 지난해보다 10.7% 많으니까 괜히 걱정할 일은 아니고요.

다만 현대차 국내 공장의 미래라는 주제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180만대 정도가 될 겁니다.

작년보다 10만대 정도 늘어나는 거죠.

이중 65만~70만대가 국내에서 팔릴 거고 나머지 110만대 조금 넘는 양은 수출을 하는 거죠.

 

문제는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이 앞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이 때문에 생산량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 또 노노 간 갈등을 풀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생산량이 많이 늘어날 수 없는 건 일단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역대 최대가 2002년에 160만대였는데 올해는 130만대로 전망되고 있고 2~3년 내에 2002년 수준을 회복한다고 해도 이 중에서 현대차가 차지할 수 있는 양은 80만~85만대에 그칩니다.

 

그렇다고 수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냐 하면 그것도 불투명하죠.

서두에 밝힌 것처럼 말이죠.

일단은 현대차가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고요.

작년에 현대차의 해외 생산대수가 90만대를 넘었는데 올해는 현재 추세라면 100만대를 가뿐히 넘길 겁니다.

 

내년에 체코 공장이 완공되고 후년에 러시아 공장까지 세워지는데 이 두 공장의 연간 생산규모가 40만대나 됩니다.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 중이고요.

 

또 미국과 유럽 자동차시장이 지금 완전히 죽어 있는데 이게 2년 정도는 더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거든요.

지난달 현대차의 수출이 줄어든 건 어쩌면 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이미 현대차 외에 기아차, GM대우... 5사의 합계 수출대수는 올 들어 5월까지 누적치로도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금 현대차 공장 간에 나타나고 있는 생산물량 불균형 문제는 이런 사정들이랑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꼬여 있는 가닥을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물량 불균형이라는 것은 잘 팔리는 차, 예를 들면 쏘나타 같은 것이죠.

그런 차를 만드는 공장이랑 안 팔리는 차, 클릭 같은 건데요.

그런 차를 만드는 공장이랑 생산대수 차이가 나는 바람에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수당을 많이 받고 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수당을 적게 받고 그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노조위원장까지 나서서 쏘나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너네가 만들고 있는 거 다른 데 좀 떼어주자, 읍소를 하고 있는데요.

어차피 해결책은 하나뿐입니다.

지금 현대차 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대로 잘 팔리는 공장 몫을 안 팔리는 데로 일부 떼어주는 거죠.

 

근데 그게 왜 안 되는 걸까요.

이 문제를 해외 공장 증설 문제랑 엮어서 생각해 보면 간단치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잘 팔리고 있는 공장이라고 하는 건 쏘나타, 그랜저, 아반떼, i30 만드는 공장인데요.

내년에 체코공장 완공되면 쏘나타랑 i30의 유럽 수출 물량이 그리로 넘어갑니다.

러시아공장 만들면 소형차라든지 러시아에 수출할 건 또 그쪽에서 만들게 됩니다.

 

쏘나타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물량 조정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겁니다.

이 와중에 현대차 사측은 "국내 공장에 우선 투자한다"는 신뢰도 안 가고 가능성도 별로 없는,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약속인데요.

아무튼 그런 약속을 노조랑 해 버려서 혼란을 더하고 있고요.

 

기본적으로 상승 국면에서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국내 생산이 장기적으로 줄어들거나 아니면 정체될 수밖에 없는 하강 국면에서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만 방정식의 답이 풀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전환배치라든가 노동현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성도 커졌고요.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누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이며 어떻게 합의를 이뤄갈 것인가.

어쩌면 그저 해마다 되풀이해 온 그렇고 그런 싸움만 벌이다가 적당히 끝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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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bc74 | 2008/06/10 11:52 | DEL | REPLY

감명깊게 읽었읍니다. 현대차노조의 미래가 어떻게 되리라는 걸 우리는 훤히 알고 있는데 그들은 왜 모를까요? 아니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걸 까요? GM을 답습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요. 혼자서는 억울하면 수많은 협력업체, 덤으로 국가경제까지도 뒤흔들지도 모르지요. 우리가 현대차에 애증을 갖고 있는 이유가 되겠죠. 현대차의 경영진과 노조의 지휘부가 언제나 시야를 넓히려나? 귀하의 예리한 필봉을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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