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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침체돼 봤자 5%지만 이 바닥

“미국시장이 침체된다고 해도 5% 정도 줄어드는 거지 15%씩 줄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결과론이지만 누가 이런 개념 없는 소리를 했을까 싶은데요.


작년 초 기아자동차 실적 발표회 때 나온 얘기입니다.



 


그때부터 이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때문에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품새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그래서 어느 기자가 ‘미국 판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에 대해 기아차가 내놓은 답이 앞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자, 그럼 실제로 작년에 미국 자동차 판매 어떻게 됐느냐.


18% 줄었습니다.


올해는 또 20% 넘게 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인데요.


이번에도 예상이 빗나가고 있네요.


4월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가 302만대, 전년 동기 대비 -37%. 유후~



 


현대ㆍ기아자동차 어떻게 됐느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는 부분인데요.


대단합니다.


-3.7%.


감소율이 시장 평균의 10분의 1이네요.


 



(4월까지 메이커별 미국시장 판매대수입니다. GM 보십시오. ‘반토막’이란 이런 것이군요.)


 


그러고 보면 ‘침체돼 봤자 5%’라는 말이 현대ㆍ기아차 입장에서는 아주 틀린 말도 아니네요.


순위로 따졌을 때도 6위.


작년까지 7위였는데 올 들어서 닛산을 제쳤네요.



 


전에 이 블로그에서 ‘슈퍼사이클’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글로벌 위기 속에 현대자동차가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실제로 글로벌 위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는 것 같고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환경 중에 하나로 언급했던 환율, 아직도 우리 눈에는 지나치게 높아 보이지만 고환율로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유리해지는 거 분명히 있다고 봐야겠네요.



 


침체돼 봤자 5%, 다행스러운 소식이기는 한데 딱 한 가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시장 판매실적만 따져보고 넘어갈까 합니다.



 


4월까지 실적을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요.


도요타 -38.4%, 혼다 -31.9%, 닛산 -35.8%.


줄었다는 게 이상할 건 없는데 도요타는 시장 평균보다도 안 좋고요.


GM이 -45.0%, 포드가 -41.5%, 크라이슬러 -46.2%.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도요타랑 혼다의 성적이 현대차하고는 비교도 안 되고 가만 보니까 파산을 하니 마니 하는 회사들에 더 가까운 기록을 내고 있다는 것.


저렇게까지 성적이 나빠진 건 못 팔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안 팔아서’ 그런 것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도요타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볼까요.


1월달에 이미 생산량을 30% 줄였고요.


선진국에 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16개 라인을 주ㆍ야 교대 근무에서 주간 근무제로 바꿨습니다.


비정규직 6000명 중에 3000명 내보냈고 중국이랑 브라질에 공장 새로 지으려던 거 미뤘습니다.



 


글로벌 위기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의 끝에 오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봤을 때 가장 정직하고 정확한 해법은 감산, 감원... 뭐든지 줄이는 것이겠죠.


도요타가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어쩌면 지금 도요타 혼다 닛산, 이들은 굳이 좋은 실적 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대신 글로벌 위기 이후를 생각하면서요.



 


글로벌 위기 후에 시장 판도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전세계에서 팔리는 자동차 3대 중에 1대가 일본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된 건 아니고 1980년대부터 반복된 살인적인 엔고 속에 뼈를 깎는 원가혁신을 하면서 이룬 결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달러-엔이 1985~1987년에 250엔대에서 120엔대로, 1993~1995년에 130엔 하던 게 90엔대 초반까지, 1999~2000년에 130엔이 106엔까지 급격하게 떨어졌었죠.



그때 나온 게 CCC21(도요타)이니 NRP(닛산)니 하는 원가 혁신 활동이었는데 일본 차 회사들은 위기를 겪으면서 점점 더 강해진 거죠.


 


흔히 도요타의 원가혁신을 두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마른 수건을 짜는 것으로도 모자라 또 뭘 하겠다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궁금하면서, 한편으로는 ‘독한 놈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침체돼 봤자 5%’인 현대ㆍ기아차도 대단하지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하는 걸 보면 역시 한수 위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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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유승호 기자입니다. twitter : @seungho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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