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유승호 기자입니다. 취재 현장 안팎의 재미난 얘기와 변두리 무면허 축구 해설가의 관전평, 그 외 세상사는 이야기입니다.
승자독식과 기아차 노조 파업 [이 바닥]

“왜 기아는 차가 안 나오는 거예요?”

요즘 주변 사람들한테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자기가 차를 샀는데 왜 차가 안 나오는지, 그 이유를 과연 제가 알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물어보는 건지는 의문이지만 차가 안 나오기는 안 나오는가 봅니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이내 파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7월달부터 한달 넘게 파업을 한 게 차가 안 나오는 데 영향을 미쳤을 테니까요.

새차 운전석에 앉아볼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라고라고라...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 사람들의 짜증은 극에 달합니다.

‘어차피 너네가 우리 차 안 살 건 아니잖아’라고 생각을 하니 파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죠.


(기아차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임금협상을 10월로 미뤘습니다. 파업도 10월로 '미뤄진'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한경 DB)

 

물론 차가 안 나오는 게 꼭 파업 때문은 아닙니다.

차가 너무 잘 팔려서, 특정 차종이 너무 인기가 좋아서,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면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요즘 노후 차량 교체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에다 신차 효과가 겹쳐서 자동차 사는 사람들이 많다죠.


또 파업과 시장 독점을 직접 연결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기아차는 현대자동차에 인수되기 전에도, 회사가 휘청거릴 때도 노조가 파업을 했었으니까요.


독점 믿고 파업하는 야비한 노조라기보다는 회사가 적자를 내도 파업을 하는 용감한 노조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죠.

짓궂게 이야기하자면 기아차 노조는 늘 해 오던 대로 파업을 했을 뿐인데 고객들이 새삼스럽게 파업 때문에 차가 안 나온다고 구시렁거리고 있는 거죠.


그러나 차를 기다리는 고객은 기아차 노조의 파업을 현대자동차 주가의 사상 최고가 행진, 기아차의 판매 돌풍과 오버랩해서 바라보게 됩니다.

처지가 더 딱한 고객은 몇 년째 동결된, 더 심하게는 삭감된 본인의 월급까지 생각하겠죠.


현대차 주가의 사상 최고가 행진과 기아차의 호실적에 대해 이들이 글로벌 위기 이후의 ‘승자독식’ 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새차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고객은 현대ㆍ기아차가 고객의 권리마저 독식해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posted at 2009/08/31 01:48:00 트랙백(0) | 댓글(4)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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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담병을 거부한다 | 2009/08/31 16:13 | DEL | REPLY

무슨 말인지. 돌려가면서 변죽만 울리는 글인것 같습니다.
역지사지로 데스트에 앉아서 펜으로 변죽을 울리는것이
더 해악한 일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 산업 경제에
내 생각은 다른데... | 2009/08/31 21:57 | DEL

왜 이리 삐딱하게 보는지 모르겠네요.변죽만 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은 안드는데....데스크에 앉아 펜으로 변죽울린다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무리한 공격이라는 생각이네요.시각과 마음이 왜 이리 비뚤어진분인지,,이런 사람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진정한 해악이 무엇인지 가슴에 손을 언고 생각해 보세요,,지상담병을 거부한다 같은 분이 진정한 해악이 아닌지...
길가다 문득 | 2009/09/01 18:23 | DEL | REPLY

글쓴이께서는 혹 경제단체에서 감사장이든 공로장이든 수여받은 상이 있으신가요? 궁금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매우, 궁금합니다 ㅎㅎㅎ
usho | 2009/09/01 21:35 | DEL

댓글 감사합니다. 글쓴 사람입니다. 경제단체에서 감사장이든 공로장이든 상을 준다면 감사히 받겠지만 아직 그런 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일도양단할 만큼의 식견도 갖지 못했고요. 그러나 2009년 9월 한국 사회의 컨텍스트 상에서 거칠게 따져봤을 때 '파업을 할 수 있는 노조'는 그 자체로 굉장히 '행복한 노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자본가, 가진 자, 강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진보, 좌파에 대비되는 보수, 우파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자에 대한 대단히 자연스럽고 인간적이고 한국적인 감정의 표출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 자신에 대한 변명이었고요. 노조는 약자고, 따라서 노조를 비판하면 그것은 강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2009년 9월 대한민국의 컨텍스트에서 진실과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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