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저를 포함해서 한국 기자들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초청을 받아 모터쇼를 참관했습니다.

 

모두 13명이었는데요.

적지않은 한국 기자들이 가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의 보도발표회에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대차 보도발표회가 각 신문사의 마감 시간을 많이 남겨두지 않은 때에 시작해서 많은 기자들이 아주 바쁜 상황이었고요.

현대차의 메인 출품작이 제네시스였는데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중국에 내놓는다는 게 기사 가치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고위 임원이 참석한 것도 아니었고요.

 

한 가지 이해가 잘 안 됐던 것은 한국 기자들이 현대차에 무관심했던 것만큼이나 현대차도 한국 기자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현대ㆍ기아차 홍보실에서는 모두 10명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모터쇼장에 있었는데 한국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보도발표회에 와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 없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한국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국제 행사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행사에 참석해 달라고 한번쯤 당부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요.

현대ㆍ기아차 외에도 한국타이어, 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코리아 직원들이 그때 베이징에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기자들한테 "너네가 뭐 한 게 있다고 너그들 기사 써 달라고 그러느냐"는 핀잔을 들어가면서까지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서 자기들 보도발표회에 와 달라고 하고 인터뷰에 와 달라고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더니 현대ㆍ기아차 쪽에서는 그날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했습니다.

자기들도 그렇고 기자들도 그렇고 베이징에 술 마시러 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보도발표회에 오라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않던 사람들이 말이죠.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갖고 시비를 거는 이유는요.

바로 그런 모습들이 현대차에 대한 여론과 세간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현대차가 폭리를 취한다,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 웬만하면 수입차 사고 싶다, 이런 얘기들이 많습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얘기들이죠.

 

최근에는 제네시스의 가격이 한국에서는 금값이고 미국에서는 껌값이다는 얘기가 많이 거론됐고요.

그래서 이걸 역수입해 오는 게 더 싸니 어쩌니 하는 기사도 여러 차례 나왔죠.

 

그러한 가격 논란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시장을 두고 여기서는 얼마인데 저기서는 얼마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특히나 자동차처럼 팔리는 물건 자체가 옵션이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른 경우라면 말이죠.

 

설령 어느 누가 폭리를 취한다고 해도 가격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한 폭리가 제재의 대상일 수는 없고요.

물론 욕은 좀 먹겠지만요.

 

재미있는 것은 그런데도 사람들은 현대차를 옹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차를 비난하는 쪽의 편을 많이 들죠.

논리적으로 찬찬히 따져보면 현대차가 잘못한 게 없거나 있어도 많지 않은데 그런데도 현대차는 욕을 먹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워낙 그런 식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욕을 먹다 보니 틀린 말조차 맞는 것처럼 돼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데 대한 반감, 노조의 연례 파업이 불러일으키는 불신, 재벌에 대한 반감, 일부 반기업 정서... 이런 것들이 다 원인의 일부가 되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고객을 대하는 자세, 그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

이런 면에서 뭔가 문제가 있고 이런 것들이 결국 사람들이 현대차를 그토록 미워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보실 직원들이 자기네 보도발표회에 기자들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영업이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차만 팔면 그만, 그 차가 굴러가든 말든, 고장이 나든 말든, 고객이 불편을 겪든 말든....

 

그런 것들이 그들이 만드는 제품에서,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그들이 고객을 만나는 순간에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고 드러나게 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겠죠.

 

자신들의 제품과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고 고객에 대한 정성이 있다면, 충성심이 아니라 애정이고 소비자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어쨌든 그게 있다면 외국에서 열린 모터쇼에 한국 기자들이 대규모로 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도발표회를 그냥 넘기고 이후에도 '왜 안 왔느냐'고 한번 물어보지도 않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현까'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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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 DHS GH | 2008/05/07 10:32 | 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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