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아자동차가 안고 있는 커다란 고민 중 하나는 내년부터 돌아갈 미국 공장,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짓고 있죠.
이 공장에서 어떤 차를 만들 것인가 하는 건데요.
결론이 업계 관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쏘렌토 후속의 SUV, 프로젝트명이 XM이죠.
이 차를 미국에서 만드는 건 거의 확정이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세단이 하나 들어가야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 김동진 부회장이, 이 분은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인데 기아차 얘기를 하셨네요.
아무튼 이 분이, 8일 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제네시스 시승회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준중형 승용차를 기아차 미국 공장에서 만들 거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쏘렌토 후속의 SUV와 쎄라토 급의 승용차로 결론이 나는 거죠.
가장 그럴 듯한 결론, 왜 그랬을까 하는 식의 의문을 별로 남기지 않는 결론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미국이 중국도 아니고 인건비도 비싼데 1만5000달러도 못 받을 준중형차 만들어서 뭐가 남기나 하겠냐는 생각은 해 볼 수 있지만요.
애초에 이 고민이 시작된 건 고유가 때문입니다.
원래 기아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처음 얘기했을 때는 픽업트럭을 만들 생각이었대요.
미국에서 픽업트럭이 많이 팔리니까요.
근데 최근 몇년 사이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기름을 많이 먹는 픽업트럭 시장이 박살이 났죠.
아래 표는 미국에서 차급별로 판매량을 정리해 놓은 것인데요.
전체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7.7%가 줄었는데 픽업트럭 판매량은 15%가 넘게 빠졌습니다.
픽업트럭이 미국 자동차시장의 침체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도 픽업트럭을 만들 거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긴 했습니다.
기아차의 미국 딜러들은 지금도 픽업트럭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법인장을 맡고 있는 안병모 사장도 픽업트럭 찬성론자죠.
근데 일단 김동진 부회장이 '지금으로서는 안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하나 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게 만든 것은 기아차 스스로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죠.
미국 공장은 연간 3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로 짓고 있는데 그 정도 규모면 보통 1조원이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을 만들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판매도 늘어나야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작년 실적인데요.
좀 잘렸는데 클릭하시면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보면, 미국에서 1년에 5만대 이상 팔리는 차가 쎄라토밖에 없습니다.
기껏 현지 생산을 했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죠.
1년에 3~4만대 팔 차 만들자고 그 큰 공장을 세운 것도 아니고요.

다시 얘기하지만 '기아차 미국 공장=중형 SUV+준중형 세단'은 일단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기아차 미국 공장은 잘 될 것이냐.
몇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쏘렌토급의 SUV도 현재 상태로는 고유가 탓에 전체적인 수요가 줄고 있는 부문이라는 점이 좀 걱정되고요.
쎄라토 후속, 올해 하반기에 나올 TD가 그대로 미국에 들어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아차가 내놓을 준중형차가 아무리 고유가 상황이라지만 어느 정도의 제품 경쟁력을 갖추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죠.
그리고 또 하나, 노조도 넘어서야 할 장벽이 될 겁니다.
이미 건설 중인 해외 공장이라지만 여기서 뭘 만들겠다 하는 문제가 이슈가 될 때는 또 다시 이게 노사 다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특히나, 예를 들어서 쏘렌토를 미국에서 만들겠다 하면 당장 쏘렌토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한테는 이것이 일감이 줄어들고 따라서 고용이 불안해지는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