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이야기를 한번 해 보죠.

꼭 들어맞지는 않는 얘기일지 몰라도 하나의 '독법'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요.

 

세간의 관심을 끌지는 못한 거지만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있는데요.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입니다.

 

2008년 3월 현재 기준으로 15.6년인데요.

주목할 만한 점은 이게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2003년 12월에는 13.2년이었는데 2004년 12월에는 13.6년, 2005년은 14.2년, 2006년은 14.9년, 2007년은 15.5년 하다가 2008년 3월에는 15.6년이 된 거죠.

 

2003년 12월부터 치면 4년 3개월, 4.25년 만에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4년 늘어났다는 건데요.

정상적으로 빠질 사람이 빠지고 들어올 사람이 들어오는 시스템이라면 세월이 지나도 근속연수는 큰 변화가 없어야 하죠.

그런데 이게 자꾸 늘어난다는 건 현대차 직원들이 점점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통계가 노조원만을 표본으로 해서 낸 건 아니지만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단 현대차 노조원들의 나이가 많아지는 것으로 정리를 해 두기로 하고요.

그럼 이제 최근에 현대차 노조를 둘러싸고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에 새해 벽두부터 파업을 했습니다.

생산 목표는 미달했지만 원래 약속한 성과급은 다 받아야겠다면서요.

반면에 금속노조가 한ㆍ미 FTA 반대라든가 몇 가지를 내걸고 했던 소위 '정치 파업'에는 참여를 하기는 했는데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임단협 때는 파업을 안 했어요.

파업을 안 해도 될 만큼 회사 측에서 많이 퍼 줬기 때문이죠.

 

 

자,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요.

어른이 된 현대차 노조가 정치 파업을 접고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갈까요.

여태껏 정치 파업 때문에도 속을 많이 끓였으니 현대차 사측 입장에서는 정치 파업 안 하는 것만으로도 '할배요' 할 일이겠죠.

그리고 앞으로는 좀 노사관계가 안정될 수 있겠구나, 기대해 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회사 말아먹은 노조의 표본으로 미국의 GM 노조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근데 이 노조가 파업해서 회사가 망한 게 아닙니다.

물론 파업을 하기도 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파업의 결과로 노조가 얻어낸 과도한 복지 혜택이었죠.

일단 GM에 취업을 하면 조금 다니다 관둬도 퇴직금이니 뭐니 받아서 몇년 동안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고 하는 정도니까요.

 

작년에 현대차 노사관계가 그나마 잘 풀린 편이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상처를 안 입었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임금 많이 올려줬고 성과급 달라는 대로 줬습니다.

임단협 무분규로 타결한 게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로 끝난 건 아니라는 거죠.

 

지금도 보면요.

정치 파업에 대해서는 현장 노조원들 사이에 '그런 거 뭐할라고 하노?' 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 지금 현대차 노조는 걸려 있는 게 공장 간에 생산 물량 나눠 갖는 문제가 있고 주간연속 2교대제로 근무체제를 바꾸면서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게 있는데, 해결이 난망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나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애 대학 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앞으로 현대차 노조는 파업은 좀 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파업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회사로부터 얻어낼 거라는 전제 하에 그렇습니다.

그게 안 되면 더 더럽고 지루한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고요.

파업을 안 한다고 해서 회사의 생산성이나 자동차 품질,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21년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한 노조에 대해서 파업만 안 해도 감지덕지지 회사의 앞날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하는 게 너무 앞서가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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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 2008/08/04 18:17 | DEL | REPLY

유승호 기자님 입장바꿔 생각해보셔요. 12시간 13시간 뼈빠지게 일해도 불안하다면? 그들나름의 생존전략입니다. 어쩌다 이런 사이트까지 굴러들어 왔는지 후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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