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멀쩡하던 사람이 군복 입고 예비군 신분만 되면 수준 이하가 된다고 하죠.
여자들이나 좌파 지식인들이 종종 하는 말인데요.
일단 사실과 다른 지적이라는 점을 얘기해야 될 것 같고요.
군복을 입고 수준 이하의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원래 수준 이하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군복 입고 부대 들어가서 생활하고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행동까지 품위있게 해야 하니 예비군한테 별 걸 다 바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1995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허정무 감독이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었는데 대표선수 수당을 올려주자는 얘기를 했어요.
벌써 10년도 넘게 지났으니까 지금은 많이 올랐겠지만 당시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하루에 받는 돈이 3만3000원이었어요.
허정무 감독 얘기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자는 것이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연봉이 억대를 넘는 선수들이 다수였는데 그런 선수들 불러모아서 하루에 3만3000원 주고 나라를 위해서 뛰어라 하면 말이 되느냐는 거였죠.
소속팀 경기에 못 나가고 부상 위험도 있고... 그런 손해와 불이익을 감수하고 국가대표팀에 불러모을 거면 최소한의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어요.
예비군도 마찬가지인데요.
저 같은 봉급생활자야 예비군에 소집되면서 입는 손해가 그래도 덜한 편이죠.
근데 자영업자나 영업직에서 일하는 사람 같으면 훨씬 타격이 크죠.
3일 동안 예비군에 소집되면 한 달의 15%를 일을 못하는 것이거든요.
한 달에 300만원만 번다고 쳐도 45만원이 날아가는 거죠.
그런데 그런 예비군 소집의 대가로 나오는 돈이 1만3000원.
제가 그저께 부대로 들어가면서 택시 타고 버스 타고 하면서 쓴 돈이 3100원이고 또 오늘 돌아오는 길에 전세버스 타고 택시 타고 하면서 쓴 돈이 9600원이에요.
총 1만2700원인데 결국 2박3일 제 생업을 포기하면서 소집에 응한 대가로 제가 국가로부터 받은 건 왕복 차비라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뭐라고 합니까.
예비군들 훈련 열심히 안 한다고 뭐라 그러죠.
길바닥에 침 뱉는다고 뭐라 그러죠.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린다고 뭐라 그러죠.
범칙금 낼 돈만큼의 값어치도 안 되는 인생들이 길바닥에 침 좀 뱉고 담배꽁초 좀 버리면 어떠냐고 말하면 막나가는 걸까요.
너무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침 좀 뱉고 담배꽁초 좀 버리는 수준에 그친다면 1만3000원짜리 치고는 꽤나 품격이 높은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좀 더 품격있는 예비군을 바란다면 이 사람들 돈을 좀 더 줘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또 세금 얘기 안 할 수가 없겠죠.
근데 평소에 예비군 보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중에 "예비군 급여 올려주기 위해 세금 올리자"고 했을 때 찬성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또 온갖 논리를 다 갖다대서 반대하겠죠.
우리나라 예비군을 전투력 측면에서든 시민의식 측면에서든 그저그런 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는 것이 과연 예비군들 자신일까요.
우리 사회의 군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를 떠나서 왜곡된 시선, 그리고 공익에 봉사하는 사람을 푸대접하는 풍토가 더 큰 원인은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