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유승호 기자입니다. 취재 현장 안팎의 재미난 얘기와 변두리 무면허 축구 해설가의 관전평, 그 외 세상사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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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재발견' [offside]

 

모처럼 축구 국가대표팀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뒀고 17일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첫 경기에서도 기분 좋은 역전승을 일궈냈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데요.

가장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박주영인 것 같습니다.

월드컵 지역예선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이랑 했죠.

거기서 어시스트 두 개, 그리고 중국전에서 두 골.

특급 활약입니다.

 

'부활' 아닌 '재발견'

 

그래서 박주영이 부활했다, 천재가 돌아왔다 따위의 평이 뒤따르고 있는데요.

제가 볼 때는 부활보다는 재발견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원톱 공격수는 '굳이 네가 골을 넣지 않아도 좋다'는 개념으로 플레이하는 선수입니다.

투톱과 달리 상대 수비로부터 2중, 3중의 견제를 당하게 되고 역습 시에도 패스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고립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원톱이 그냥 가운데 서 있고 거기다 패스를 줄 테니 알아서 골 만들어라 하는 식으로 공격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거죠.

 

대신 원톱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가운데에서 측면으로 나가야 하고 수시로 미드필드로 내려왔다가 뒤돌아서 상대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는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공간을 창출하라는 거죠.

 

박주영은 페널티 지역에서의 플레이, 순간 순간의 기지... 이런 점은 한국 공격수 중 그 누구보다도 뛰어납니다.

대신 팀의 전체적인 공격을 리드해 나가는 포스는 없었죠.

 

과거에 박주영에게 부족했던 점, 그리고 최근 박주영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그런 겁니다.

굳이 가운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틈만 나면 측면으로 빠집니다.

거기다가 박주영 특유의 감각, 상대 수비 뒷공간을 잘 활용하죠, 그 점이 플러스되면서 전체적인 공격을 리드하고 있고 팀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죠.

 

스리백이냐 포백이냐

 

축구팀 감독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문제가 수비라인을 스리백(3back)으로 할 것이냐, 포백(4back)으로 할 것이냐 하는 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허정무 감독은 아직 실험 중인 것 같은데요.

현재 대표팀 수비라인에 '기존 멤버'라고 할 만한 선수가 전혀 없고 새로운 선수들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아주 부담스러울 겁니다.

 

전통적으로 국가대표 축구팀의 수비진은 스리백을 할 때 안정감을 갖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스리백을 쓰면서 다른 팀도 아니고 중국에 두 골을 내줬다는 점은 아직 다듬어야 할 게 많다는 얘기겠죠.

북한과 경기에서는 다시 포백을 쓴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젊은 그대

 

중국전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나이 많은 선수는 서른한 살의 김남일이었죠.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선수는 김남일을 포함해서 박주영, 조원희까지 단 세 명.

A매치 출전 경험이 10회가 안 되는 선수들이 수두룩했죠.

 

그런 선수들이, 상대가 비록 중국이기는 했지만, 선취골을 넣고 경기를 리드해 나가는 상황, 동점골을 내 주고 이어 역전까지 허용해서 리드 당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고 다시 역전을 하는 상황...

단 한 게임으로 축구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했다는 점이 의미가 큽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군대로 비유하자면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병장, 상병은 없고 일병, 이병만 가득한 상황인데요.

군복 맵시조차 제대로 안 나는, 대표팀 유니폼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선수들과 새 감독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팬들에게 많은 재미를 줄 것 같습니다.

 

박주영, 중국전, 한중전
posted at 2008/02/19 23:09: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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