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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결국 기업회생절차, 법정관리 신청을 했습니다.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그렇게 되지 않겠냐고 했던 일이 '결국'에 다다랐다고 할까요.
끊이지 않았던 쌍용차에 대한 의심과 근심이 결국 현실로 나타나 버린 것이기도 하고요.
2006년 9월
2006년 9월 18일 필립 머터우 당시 쌍용차 대표이사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쌍용차를 둘러싼 이슈는 비슷했습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투자를 하는 거냐 마는 거냐, 상하이차가 쌍용차 지분을 도로 파는 거냐 마는 거냐, 신차 개발은 하는 거냐 마는 거냐...
2년도 더 지난 옛날인데 말이죠.
지나서 생각해 보면 늘 그랬습니다.
쌍용차가 의욕적으로 경영계획을 밝히려고 마련한 자리에서도 기자들은 끝내 의심과 근심을 거두지 않았죠.
정말 그렇게 되는 거냐,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문제가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냐.
개인적으로는 새 출입처를 받은 지 열흘 남짓한 상황에서 솔직히 뭔 소리인지도 모르는 채로 앉아 있다가 나중에 최형탁 사장을 밖으로 끌고 나와서 "아까 얘기 중에 상하이차가 직접 투자를 한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했던 걸 시작으로 초보적인 질문을 마구 쏟아냈던 일이 기억나네요.
2007년 3월
2007년 3월 21일 필립 머터우가 다시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쌍용차와 상하이차가 중국에 공장을 지어서 2009년이나 2010년부터 SUV를 만들어 팔겠다고 했습니다.
또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 상하이차 니네가 이제 아예 쌍용차 라인을 뜯어가는구나, 평택공장은 근로자 자르고 문 닫을 일만 남았네.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미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가져간 상황에서 빼 가니 어쩌니 하는 얘기가 무슨 소용이냐.
중국에서 생산해서 현지에다 팔고 장기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할 길을 트는 것 외에 쌍용차가 존속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분석이었습니다.
2007년 11월
자동차 기자들이 쌍용차와 함께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 다녀왔습니다.
심정이 복잡했습니다.
쌍용차는 그렇게 대단한 회사는 아닐지 몰라도 SUV 부문에서 나름의 입지를 갖고 있던 기업입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그런 회사가, 아니 그렇든 어떻든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중국 기업에 인수됐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죠.
그 후로 중국 자동차산업은 또 많이 발전을 했겠지만 당시 상하이차를 경험한 기자들의 반응은 '정말 이럴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수준에 있는 회사에 쌍용차가 넘어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죠.
2007년 12월
그래도 2007년은 쌍용차에 행복한 일이 많았던 해입니다.
판매대수가 전년도보다 12%나 늘어났고 경영실적도 흑자였습니다.
직원들은 100만원씩 연말 상여금도 받았습니다.
연말 상여금은 3년 만에 처음이었죠.
작년 2월에 나왔던 체어맨W를 비롯해 앞으로 출시될 신차에 대한 기대감도 품어봤던 시절입니다.
2008년 4월
2008년 4월 20일 베이징모터쇼가 개막했습니다.
상하이차의 천홍 총재는 이 쇼에서 '한국 진출' 계획을 밝힙니다.
상하이차의 로위550을 바탕으로 준중형차를 개발해서 한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겠다는 얘기였죠.
극적인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 카드는 아니지만 쌍용차가 기존 라인업에 없는 준중형차를 만들어 팔겠다는 얘기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없지는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쌍용차는 무너져가고 있었죠.
2008년 5월
문제는 기름값에서부터 시작됐죠.
특히 경유값이 많이 오른 게 문제였습니다.
쌍용차의 주력 라인업이 경유를 쓰는 차들인데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도 비싸지는 지경에 이르니 누가 쌍용차를 타려고 했겠습니까.
4월까지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200만원씩 할인을 해 줘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요.
하반기에는 금융위기까지 닥쳐왔습니다.
돈은 안 도는데 차까지 안 팔리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상하이차는 지금까지 쌍용차를 통해 얻은 것이 당초 기대한 것 이상이었든 이하였든, 앞으로는 더 이상 쌍용차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가 봐도 이참에 손을 터는 게 나았죠.
라인업의 한계와 규모의 경제
쌍용차가 왜 망했냐...
라인업의 한계와 규모의 경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가장 크거든요.
내수시장에서 가장 볼륨이 큰 준중형과 중형차, 즉 아반떼와 쏘나타의 몫을 뺏어올 모델이 쌍용차에는 없습니다.
기자들이 쌍용차 경영진을 만날 때마다 준중형차와 중형차 언제 만들 거냐고 물어봤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단순히 신 모델 언제 나오느냐, 나오면 나 좀 태워달라... 이게 아니라 당신들 살려면 그게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 얘기였죠.
또 자동차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그 규모라는 것이 얼마나 돼야 하느냐.
보통은 30만대를 최소 생존 요건으로 삼습니다.
연간 생산량, 판매량이 30만대는 돼야 공장 돌리면서 신차 개발도 하고 판매망도 유지하고... 할 거 다하면서 굴러간다는 겁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간 15만대 수준의 쌍용차는 예외에 속하지 못했습니다.
독자적인 연구ㆍ개발 역량을 갖추지 못해 다임러에서 엔진을 들여오는 처지입니다.
라인업의 한계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단점을 상하이차가 해결해 주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쌍용차와 상하이차가 엔진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 계획 지금 어디 가 있는지 모릅니다.
상하이차가 중국에서 쌍용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쌍용차가 30만대 덩치를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했고요.
쌍용차의 문제는 쌍용차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돼 있습니다.
쌍용차에 납품하던 부품업체들이 도산할 수 있는데 그 업체들이 현대자동차라든지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지면 다른 자동차 회사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자동차산업이 잘 되면 대박이고 국가 경제에 효자가 되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무서운 게 그런 점이죠.
'추가 실점'을 막는 게 급선무가 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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