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유승호 기자입니다. 취재 현장 안팎의 재미난 얘기와 변두리 무면허 축구 해설가의 관전평, 그 외 세상사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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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 바닥]

현대자동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요.

의미보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들입니다.


무엇보다도 LPI 하이브리드가 과연 친환경차인가 하는 점이죠.

LPI 엔진은 액화천연가스(LPG)를 연료로 쓰는데 LPG는 휘발유보다 열효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흔히 얘기하는 연비가 휘발유나 디젤 엔진에 비해 좋지 않고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습니다.


이 차를 어디다 팔려고 만들었나 하는 의문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LPG 차가 유의성 있게’ 팔리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일부 국가 외에는 없습니다.


지금은 현대모비스에 가 계신 김동진 부회장이 현대차에 계실 때 제가 “부회장님, 그런데 LPG 하이브리드는 우리나라 말고 어느 나라에 팔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본 일이 있는데 그때 김 부회장이 그렇게 대답하시데요.

‘농담하시는 건 아니죠?’라고 되물으려다 말았습니다.

(사진=한경 DB)


이렇듯 이도저도 아닌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현대차 친환경 라인업의 첫 작품이 된 이유는 현대차의 전략적 한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1등의 전략은 물론 2등의 전략도 취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1등의 전략이란 도요타가 하고 있는 것이죠.

새로운 기술을 먼저 개발해서 특허를 내 버리고 친환경이라는 신성 불가침의 가치를 자기들의 브랜드 이미지로 선점해 버린 거죠.

그리고 이제는 그 기술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고 판매량을 늘려서 자동차 산업의 판 자체를 ‘하이브리드판’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2등의 전략은 최근에 혼다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혼다가 올 2월달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인사이트를 내놓으면서 보여준 전략은 ‘역시 혼다’라는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혼다는 기술 측면에서는 1등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기술보다는 시장과 고객에 집중해서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전략을 취했죠.

그렇게 하니까 1등인 도요타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하면서 프리우스를 당초 계획보다 싼 가격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죠.


현대차는 지금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만드는 입장도 아니고, 물론 LPI 하이브리드는 세계 최초지만 LPI 하이브리드라는 것 자체가 좀 벙찐 기술인 상황이죠.

도요타나 혼다처럼 가격 팍팍 내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요.


그래서 현대차는 일단 팔릴 수 있는 차부터 내놓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현대차가 세계 5위라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취해 왔던 전략 그대로죠.


기술이 어쨌고 저쨌고를 떠나서 일단 팔릴 만한 차를 팔면서 기술력을 축적해 나가는 겁니다.

현대차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연비가 어찌 됐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어찌 됐건 연료비 넣고 계산기 두드려 봤을 때 절약 효과가 큰 걸로 나오니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죠.


어쩌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놓고 현대차의 한계를 지적하는 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그간 현대차가 취해 온 전략 등에 비춰 봤을 때는 지나친 측면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애초부터 혁신을 무기로 시장을 선도해 온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저 우등생들을 열심히 잘 따라갔을 뿐입니다.


현대차는 내년에 쏘나타를 베이스로 한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습니다.

이 모델은 휘발유 엔진에 전기모터를 붙인 것이고요.

미국에서도 판매합니다.


아마 현대차가 ‘이게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델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일 겁니다.

미국시장은 이미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란 무엇인가’를 어지간히 보여준 시장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정도의 엉거주춤한 컨셉트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1등도 아니고 2등도 아니지만 현대차만의 뭔가를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때쯤이면 친환경차 부문에서 현대차의 ‘싹수’를 보다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posted at 2009/07/09 00:01: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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