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후보자와 法治 사이. [R군의 일상] 2009/02/08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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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빠르면 9일쯤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거취를 결정할 거라고 한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당일만 하더라도 내정 철회가 확실시되던 김 후보자지만 보름 넘게 지나면서 다른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온다. 청와대도 관련 여론을 충분히 들어 결정을 내린다니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을 듯 하다. 각계의 우려에도 대통령의 '소신'을 밀어붙였던 2기 내각 구성을 보면 더욱 그렇다.

 

김 후보자의 경찰청장 임명을 주장하는 이들은 법치주의를 그 근거로 내건다.

용산참사가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빚어진 사태라는 전제하에 김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 후보자의 내정 철회는 국가가 폭력행위자에 굴복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해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논리만 놓고 보면 사실상 김 후보자를 법치주의와 동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경찰청장 후보자와 법치주의 정신은 동일하지 않다.

한 개인이 법에 따라 행동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 법정신에 합치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경찰 진압의 문제는 진압 의도 및 판단에 대한 것과 진압 과정의 부주의에 대한 것으로 나눠서 판단할 수 있다. 정당한 법 집행이라 하더라도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무리한 집행을 시도했다는 사실관계는 남는다. 진압과정의 문제와 관련한 책임자 처벌이 불법 행위에 대한 원칙적인 근절이라는 법치주의적 의도를 훼손할 이유는 없다.

 

김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될 경우 오히려 법치가 위험할 수 있다.

검찰이 9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의 진압과정에 면죄부를 주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많은 국민들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자는 용산참사 이후 서울경찰청장에서 경찰청장으로 영전하는 모양새를 띄게 되기 때문이다. 최일선에서 법치를 수행해야할 경찰청장 자신의 법적 권위가 국민들에게 의심 받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경찰청장이 된 김 후보자가 예의 원칙적이 대응 기조를 이어간다면 국민들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쇠고기 파동 이후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는 국가 리더십의 위기와 여론 양극화를 생각할 때 법치주의를 명목으로 내건 김석기 경찰청장 임명 주장은 오히려 법치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보수는 무엇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

10년만의 정권 교체로 국가를 책임지게 된 보수는 현실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의 野性을 탈피하지 못해 이후의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장만 내지르고 있어서는 안된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원리주의적 태도를 고수했던 지난 정권 386들의 오만을 반복해서도 안된다. 10년간 박아놓은 대못과 변화된 여론지형은 하루 아침에 바뀔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주장을 깔아뭉개고 자신의 원칙을 밀어붙여 잠시 쾌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같은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국가 리더십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리더십의 진정성은 오로지 자기 희생을 통해 증명된다.

민주국가의 리더십은 일방의 독주나 강압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지난 20여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상대를 좌파로 낙인 찍고 법치를 무기로 압박하는 것은 리더십을 허물어뜨리는 지름길이다. 좌파정권 종식을 선언하고 대못을 뽑겠다고 했지만 사회적 갈등은 지난 보수정권 1년간 오히려 더 악화되지 않았는가.

깊어가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 어느 때보다 올곧은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직 끊임없는 설득과 자기 희생만이 깊어져 가는 정파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득노력과 보수진영 내의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보수진영이 법치주의를 근본으로한 리더십을 달성하기 위해 '김석기 카드'를 버려야할 마지막 이유다.

김석기, 경찰청장, 용산참사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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