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습 대일 땅을 위해 [보습 대일 땅을 위하여] 2009/05/05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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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데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이처럼 떠돌았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김소월,<바라건데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보습 대일 땅을 위하여'는 처음으로 부동산 영역에 속하는 내용을 취재하고 쓴 기사의 제목이었다. 수습시절 행정도시 이전 계획으로 땅값이 폭등했던 연기군 등 충청권 일대를 1박 2일간 취재했는데 토지 보상금을 둘러싼 주민과 정부 간의 갈등을 보면서 관련 기사를 취재여록 형식으로 작성했다. 활자화되지는 못했지만 땅 혹은 부동산이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첫번째 경험이었다.

보습 대일 땅. 詩에서는 빼앗긴 조국을 의미한다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의 터전으로서 땅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개념은 고층 아파트의 토지 지분에서부터 상가 임대 권리금까지 폭넓게 전유될 수 있다.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기는 모든 영역에 말이다.

 

부동산부로 정식 배치를 받아 취재를 시작하던 3년 전, '건설5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집값이건 땅값이건 빠르게 오르던 그 시기, 가격상승의 배경에 불온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주도세력을 五賊으로 지칭한 것이다. 오적으로는 정부, 건설사, 주공과 토공, 투기꾼 그리고 언론이 지목됐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봐도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규제로 눌렀던 수요가 시간이 지나면서 튀어올랐던,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그것을 거대한 음모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음모론에 따르면 정부와 건설사, 주토공의 이익에 따라 5대 신도시를 공급하는 등 아파트를 대거 공급했던 90년대 초 이후 10년 가까이 '부동산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지 않았던 걸 봐도 이 주장의 모순성이 드러난다. 게다가 공급과 수요 양변 중 수요에 서 있는 투기꾼만 보더라도 개념이 모호하다. 자기 집 있는 사람 치고 집값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없고, 그 사람들이 더 오를만한 집을 찾아 옮겨다니고 동호회를 만들어 인근 중개업소의 호가를 단속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럼에도 건설5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슴 한편이 시린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건대 2005년 6월부터 1년간 부동산 관련 취재를 하며 오르는 지역을 중계방송하는데 급급하지 않았나 반성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가 오른다고 쓰고 내일은 저기도 오른다고 쓰고. 실거래가를 확인하기보다는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를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다. 그러는 와중에 돈 1억, 2억이 무서운줄 모르고 일주일에 호가가 5000만원씩 올랐다는 내용도 천연덕스럽게 기사로 썼다.

물론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부동산이 우리 삶에 가지는 의미와 그 기사가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반성해본다.

 

2년9개월간 정치부에 있다가 다시 부동산부로 발령 받게 됐다. 돌아와보니 업계 분위기는 예전과 딴판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반등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시장은 죽는다는 소리다. 그만큼 기사거리가 줄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폭등 시절 시장을 따라가는데 급급하던 걸 떠나 부동산과 시장, 가격이라는 문제에 좀 더 차분히 천착할 수 있을 거 같아서다. 독자의 재테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신문쟁이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위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 모순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 항상 진지한 나 자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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