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의 한계효용법칙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05/28 1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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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대권도전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당내에서 유력한 후보를 구하지 못한(혹은 만들지 못한) 범여권이기에

이번 대선을 맞아 '비정치인 출신 인사, 대권후보 띄우기'가 유독 심했던 듯 합니다.

 

특히 이들 '비정치인 대선주자'들이 모두 드라마틱한 중도하차를 하면서 범여권 지지자들에게는 아쉬움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흥미를 더했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당팀 막내인 탓에 저는 이들이 대선포기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마다 쫓아다니며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중도 낙마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겁니다.

본인들이 설명했듯 "현실정치의 벽을 느꼈(고건 전 총리)"을 수도 있고 "정치에 필요한 세를 모으는데 한계(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자들의 눈에는 이들 비정치인 출신 인사들과 정치인 출신 대선주자들의 가장 큰 차이는 '친절'을 베푸는 능력에 있는 듯 합니다.

 

행사장에 들어서며 대중에 눈을 맞추고, 시장 등 공공장소를 돌때면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먼저 인사하고..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든 익혀야 할 스킬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고 전 총리는 "관료떼를 못 벗었다" "뻣뻣하다"는 이야기가 그를 아는 기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고 이런 이미지는 우유부단한 행보와 맞물려 좋지 않은 기사가 쏟아져나오고 급기야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정 전 총리의 경우에도 "행사장에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악수를 나누는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죠.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는 '기본적인 친절'은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몸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세를 불려야 하는 정치인들에겐 가장 중요한 기본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뼈가 어스러지도록 악수를 하며 전국에서 '박풍'을 일으켜 당을 사지에서 구해내고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좋은 예입니다.

 

결국 비정치인 대선주자들의 중도낙마에는 이같은 친절을 잘 베풀지 못한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친절에도 한계효용의 법칙이 작용하는 듯 합니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이상을 넘어가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예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들 수 있습니다.

힘있는 악수, 상대방을 똑똑히 보는 눈, 일상에 관심을 가지는 세심한 배려 등 친절의 기본기는 어느 정치인에 못지 않습니다.

매체로 비쳐지는 이미지도 겸손해 보이고 실제로 만나도 소탈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으니 '진정성을 주지 못한다'는 평입니다.

너무 능숙하게 '선수'처럼 친절을 베풀다보니 대중들은 그의 친절에서 인간으로서의 진실함보다는 노회한 정치인으로서의 노련함을 보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연초에 병원과 봉사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전국을 돌았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사정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 기자들 사이에서는요.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그를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마크맨'들도 한나라당 출입에서 열린우리당 출입으로 대거 바뀌었습니다.

그를 맡게 돼 몇 번 대면하게 된 기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내놨습니다.

 

"기자를 사람 대우 해준다"라는 평가가 있었는가 하면

"너무 정치인 같아 부담스럽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인사하는 기자의 얼굴은 어떻게든 기억해 다음에는 꼭 찾아서 인사하고.. 하루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그 일정마다 따라다니는 기자들에게 한마디씩 인사를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챙겨준다"는 고마움을 느낀 이들도 있지만 "참신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노회했군"이라는 반감을 느낀 기자들도 있다는 말이죠.

 

 

역시 친절하다고 나쁠 건 없습니다.

친절이 부족하면 정치를 그만두지만 '너무 친절'하면 이미지에 손실은 있더라도 정치판에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점만 봐도 그렇지요.

 

하지만 이 친절 때문에 정치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전체 효용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친절의 한계효용선은 어디쯤일까.

얼만큼 친절해야 '뻣뻣하다'는 말도 '선수같다'는 말도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대선, 고건, 정운찬, 정동영, 손학규, 친절, 대권후보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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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닭왕자 | 2007/06/08 08:38 | DEL | REPLY

참으로 좋은 관점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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