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기자실, 이상 없다.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 2007/06/12 15:27: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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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지인들로부터 그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할 말은 많지만 정부의 조치를 딱히 피부로 못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회는 입법부로 행정부 소관 밖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생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기자실에 대한 결정권한을 따지자면 국회의장과 각당 지도부가 될텐데 언론과의 접촉을 중요시 여기는 정치인의 특성상 국회 기자실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덕분에 정식 등록기자 500여명, 비상시 출입기자까지 포함하면 10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오늘도 '맘 편히'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단일 출입처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자들이 오고 가는 국회 기자실. 그 모습은 어떨까요?
'죽치고 앉아 기사 담합하는' 공간일까요?

국회 기자실은 '정론관'이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바른 보도를 하라'는 뜻인듯 합니다.
국회를 정면으로 바라봤을때 계단이 있는 곳, 그러니까 건물의 기단부에 자리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지하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깔끔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창문도 없고 햇볕도 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누가 음식을 먹거나 담배라도 피면 동료 기자들이 다 알 수 있습니다.
17대 국회들어 2층에 있던 기자실을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매체 등 출입기자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비좁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방송과 신문, 통신 중심의 폐쇄적인 기자단이 운영됐다고 합니다. 기자실이 이사오면서 기자단 역시 현재는 해체됐습니다.

기자들은 4개 구역에 '분리수용' 되어 있습니다.
중앙일간지와 일부 인터넷 매체와 지방 신문이 2개 구역에, 방송매체가 1개 구역에 그리고 지방 매체들이 나머지 1개 구역을 나눠서 차지하고 있습니다.
'ㄱ'자형 복도를 따라 꼭지점 부분에는 브리핑 실이, 빗금 부분에는 기자실이 줄지어 있죠.
복도가 길다보니 화장실을 가려면 한참 걸어나가야 합니다. 서로 출입하는 정당이 달라 얼굴 볼일 없는 기자들이 얼굴을 익히는 공간도 여기죠.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워낙 기자들이 많다보니 서로 인사하고 지내는 기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복도를 따라가며 있는 탁자에는 조간신문들과 의원실과 국회사무처의 자료들이 쌓여 있습니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는 의원들이 쏟아낸 자료들이 산을 이루죠.
조간신문이 비치되는 아침 8시 50분에는 수십명의 기자들이 나란히 서서 신문을 넘기는 장관이 연출되곤 합니다.

국회 브리핑실입니다.
방송에서 국회 그림을 배경으로 정치인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여기에서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브리핑이 있을 때마다 카메라 기자들이 '그림'을 따는 장소이기도 하죠.
언론과 정치인이 만나는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여기서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선언과 대선출마 포기 선언이 있었습니다.
기자실이 네 군데 있는데 브리핑룸에는 왠 기자들이냐구요?
기자실에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온라인 언론사들이나 비상시출입기자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자단은 없어졌지만 중앙언론사 혹은 전통적 언론들의 기득권은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신생 언론사의 진입장벽이 낮은 국회의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유한한 공간을 모든 매체에 공평하게 배분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특히 요즘같은 매체의 백가쟁명 시대에는 더더욱 그런듯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부스입니다.
자매회사인 한국경제TV와 함께 이용하고 있죠. 보이는 것과 같은 자리가 8개 있습니다.
지하라 공기가 나빠 공기청정기 등을 배치하고 있지만 공기질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수시로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셔야 제대로 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번 자리 이용료를 내는데 우리회사는 300여만원을 납부했던 기억입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적은 돈이라고 하기는 힘든 금액 같군요. 군소 언론사들이 기자실에 자리를 확보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죠.
보통 여기에 앉아 중계되는 본회의 상황과 브리핑을 보고 질문이 필요할 경우 앞에서 본 브리핑 룸으로 달려갑니다. 마감시간이 아니면 의원회관이나 상임위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기사를 수집하기도 하죠. 종합지에 비해 정당팀 기자가 적은 경제신문의 특성상 전화취재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대통령이 말한데로 '죽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을 수는 있는데요.. 보다시피 칸막이로 차단돼 있다보니 기사를 가지고 담합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회사는 '한겨레 신문', '오마이 뉴스' 등 비교적 진보적인 매체들과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죠. 아무래도 취재를 제외한 기사작성 등에서 협조할 일은 거의 없는게 사실입니다.)

제 자리입니다.
위에 보이는 작은 TV를 통해 앞에서 본 국회 브리핑 실과 본회의장, 상임위회의장 상황이 중계됩니다. 보통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TV를 틀어놓고 탁자 위의 노트북으로 열심히 상황을 받아치는게 정당팀 막내의 중요한 임무죠.
붙어 있는 것은 제 출입처인 열린우리당과 중도통합신당 주요 당직자 연락처, 각 상임위 의원 현황, 범여권 세력분포 자료 등입니다. 사실상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죠.
'기자가 기자실이 아니고 현장을 돌아다녀야지'라고 비판하실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국회 담당 기자의 현장은 국회가 아니라면 어디인지. 국회 근처 한강 둔치일까요? 처음에는 바로 직전에 있던 부동산부에서 중개업소와 아파트 단지를 돌다보니 좁은 공간에 갖혀 있는 듯한 느낌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보니 많지 않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역시 국회 기자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언론도 많은 상처를 입은 듯 합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서로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대통령의 지지율도 많이 깍였지만 말이죠. 특히 대통령의 주된 타겟이었던 신문은 더더욱 많은 피를 흘렸던 듯 합니다. 참여정부 이전과 비교해 매체 신뢰도나 영향력 면에서 줄어든 것이 사실이죠.
정부의 소위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놓고 세간의 시선이 기자들에게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국회와 정당 등 권력집단을 취재하면서 언론이 아니면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할만한 주체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단체가 있다고 하지만 정보원에 대한 접근성이나 진지함(정신적이라기보다는 직업에서 오는) 등에서 언론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기자사회 내부의 폐쇄성이나 부당한 기득권이 남아 있다면 해소돼야 되겠지요.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이 결국 정부 활동에 대한 감시 능력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분명히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지원 선진화, 기자실, 국회, 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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