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의 내막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04/10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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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됐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해 많은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다룬 만큼 부결과정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 민주노동당과 함께 수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의 비토.

둘째, 지난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기권입니다.

 

이와 관련된 주된 비판은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단기적으로는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는 정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는 겁니다.

 

상임위에서는 정부안을 합의처리해 주고 본회의에서 완화된 안을 제출해 판을 흔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자마자 인기 없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지요.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책임의 무게는 한나라당보다는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에게 쏠리는 듯 합니다.

 

일단 한나라당은 지난달부터 정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주고 본회의에서는 자신들의 안을 제출해 표대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본회의가 있던 당일에도 지도부는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죠.(밀리는 차 안에서 출석 독촉 전화를 받은 이재오 최고위원이 서강대교를 뛰어서 건너 국회로 왔다는건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한나라당이 표대결을 펼치기로 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도 전날까지 FTA에 반대하는 단식을 하다 본회의에 참가했던 김근태 전 의장이 실신해 실려나가는 등 법안통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정부 개정안은 의원 270명 출석에 찬성 123표, 반대 124표, 기권 23표로 부결됐습니다.

 

이 기권 23표 중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의 표가 각각 14표와 4표였죠.

이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면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별탈없이 통과될 수 있었을 겁니다. 특히 열린우리당에서는 이탈표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 아쉬워지는 대목이지요.

 

문제는 이들 탈당파 의원들이 기권을 한 이유입니다. 주된 분석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자마자 인기 없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싫었을 거라는 건데요.

 

정치권 내에서는 조금 색다른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바로 범여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비열린우리당 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빚어진 거라는 분석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들 탈당파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거대 정당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면 헤쳐모여를 통한 신당 창당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열린우리당 내의 친노직계와 갈라서는 중도 색깔의 신당이 나타나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지난 2월 20여명의 의원들이 한꺼번에 탈당한 것도 열린우리당에서 대규모 탈당 러시를 이끌어내 당의 핵분열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해체될 것으로 생각했던 당이 2월 14일 전당대회를 거치고 신임 지도부를 추대하면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탈당한 의원들은 좋을 게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대통령까지 탈당한 상황에서 정책이든 정치든 열린우리당이 과거 여당이던 시절처럼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탈당 의원들 사이에 강합니다.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 모두 하루 빨리 통합교섭단체 등을 비롯한 범여권 통합준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같은 제안을 열린우리당이 내놓으면 바로 거부하고 나서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 표결에서는 거대 양당이 총력전을 펼친 만큼 통과되면 분명히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성과도 부각될텐데 이들 의원들로서는 이런 결과가 달가울 리 없는 겁니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정부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건 '인기관리'를 위한 것 이상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토 감정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을 정치적 흥정에 의해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할 수 밖에 없겠죠. 올해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이 거의 겹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혼란했을 상황에 범여권의 대규모 정계개편 흐름까지 가세하면서 국회는 앞으로도 크게 요동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회,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정계개편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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