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느리도 모를 아프간 사정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 2007/07/30 09:5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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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사태를 지켜보는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요즘이 아닌가 합니다.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힘든 점이 많습니다. 어떤때는 납치를 행한 탈레반이 한국 언론의 제작시스템과 생리를 알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다음의 이유 때문입니다.
항상 마감시간에 맞춰 터지는 뉴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신문에는 마감시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제주도판과 수도권 가판(저녁판)을 시작해 지방판->수도권판->서울판 등의 순서로 마감시간이 조정됩니다. 예컨데 1판 마감이 저녁 5시고 2판 마감이 6시라면 5시 반에 일어난 사건은 2판 신문에는 반영되겠지만 1판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은.. 아프간에서 전해지는 중요한 뉴스들은 꼭 이 판과 판 마감시간 사이에 들어온다는 겁니다. 협상시한 조정을 비롯해 임현주씨 육성 공개, 배 목사 피살까지..
그렇다보니 기사를 작성할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다닥 기사를 쓰고 제목을 달고 하다보면 노트북의 키보드에도 어느새 땀이 흥건합니다. 게다가 이런 뉴스들은 1보로 끝나지 않고 30~40분 간격으로 새로운 소식들이 전해지게 되죠. 판마다 기사 내용과 제목을 수정하다보면 새벽 2시까지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아프간과 우리나라의 시차 때문에 더욱 악화됩니다. 아프간의 정오는 우리 시간으로 오후 4시 반입니다. 어디든 그렇지만 중요한 사건은 오후에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일들이 외신을 통해 돌아서 전해지다 보니 이런 상황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돼죠.
오보까지 도와주는 탈레반.
뭐 이 정도만 해도 품을 많이 판다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정치부 기자로서는 한 두달 건너 한번은 겪어야할 대형사건과 큰 차이가 없죠. 하지만 여기에 이번 사태의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피를 말립니다.
바로 넘쳐나는 외신들의 오보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을 '오보의 연속'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을 거란 생각입니다. 피랍된 인질들의 숫자를 시작으로 협상 종료 시간까지. 특히 배 목사 피살을 전후로 흘러나왔던 8명 석방설은 정말 오보의 '백미'라고 부를만 하겠군요. 최근 청와대가 "제발 외신에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논평을 발표할 정도였죠.
피랍 9일째를 맞은 지금까지도 알자지라,AP,교도통신,신화통신 등을 통해 긍정적인 소식과 부정적인 소식이 번갈아가며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어떤 정보를 보도할지, 주목할만한 보도가 있다면 그것은 어느정도까지 신뢰가 가능한 건지 매순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거죠.
덧붙이자면 26일 임현주씨 육성공개 건도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외신에서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을 통해 임 씨의 육성이 공개됐다고 했지만 미국 CBS에서 비슷한 보도가 나가고 CBS를 통해 구체적인 스크립트를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화할 수 있었죠.
결국 국내 언론들은 정보의 기근 속에 오보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정보의 독점성을 가진 탈레반과 무장세력의 입지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없구요.
답답하시죠? 저도 답답합니다.
이쯤까지 읽으셨다면 무능한 한국 언론을 질타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임에도 소식을 외신을 통해 들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오보를 쏟아내는 외신을 탓하기 전에 먼저 분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파견된 기자들의 아프간 입국을 막는 정부의 태도도 달라져야 합니다. 안전을 위한 기자들의 조심성도 필요하겠지만 최소한의 취재자유는 보장해줘야 한다는 거죠. 정부가 나서서 보도방향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가능한한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탈레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국내 언론에 '선교활동'이나 '기독교'와 연계된 기사를 줄여달라고 했지만, 정작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 포스트 같은 해외언론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과도한 선교활동으로 몰아가면서 정부의 요구가 무색해졌습니다.
이번 사태를 맞이해 한경 정치부는 매일 신문 최종판이 마감되는 새벽 2시까지 편집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솔직히 피곤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겠습니다. 정치부도, 한경도, 우리 언론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프가스탄, 피랍사태, 탈레반, 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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