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정당'의 뒤안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08/29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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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 보였다.

 

밝았던 기자실은 어두워, 이전에는 햇빛이려니 생각했던 것이 사실 백열등 불빛이었다는 걸 알려줬고, 당사 안과 바깥 세계의 정보를 쉴세 없이 이어줬던 랜 케이블은 지들끼리 엉켜, 먼지낀 콘크리트 바닥 여기 저기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복도 한켠에 쌓여있던 의자와 책상들,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있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로고가 박힌 취재수첩. 그렇게 열/린/우/리/당/은 갔/다.

 

점심을 먹었을 때였을까. 문자가 왔다. 열린우리당 기자실을 정리하니 혹 가져가지 않은 물품이 있다면 그날 저녁 6시까지 와서 챙겨가라는. 부랴부랴 염천교를 건너가 헌 전화기 하나와 책 한 권을 챙겼다.

 

입구의 전경들은 여전했지만 정작 내걸린 현수막은 빛이 바래 있었다. 노란 바탕에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를 이루겠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을 손과, 플래카드를 뗄 손이 머릿속에 뒤섞여, 얼마간 '어지러웠'다.

 

아무도 울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착찹했다. 그들이 호언했던 백년정당의 뒤안길은. 이제는 찾아오는 이 없이 방치된 영등포 청과물 시장의 붉은색 벽돌집은 숨 죽인채 잦아들었다.

 

탄핵에 맞서서 긴박하게 움직였을 발길도, 개혁입법을 하겠다며 소리높혔을 목소리도 건물과 함께 잦아들었다.

그리고 내 청춘의 순간.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정치인들을 따라 당사 이곳 저곳을 누볐던,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당직자를 따라 근처의 흐름한 식당으로 향했던, 또한 브리핑 후 뭔가 있을까 대변인을 따라 브리핑 룸 뒤로 돌아들어가곤 했던, 발걸음이.. 사라지고 있었다. '선배'라고 불렀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정치인들도, 함께 출입했던 기자들도. 그 자리에서 함께 다시 보는 일은 없겠지.

 

 

가는 길 택시 안에서 이재창 선배가 당사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당사는 '깨끗한 정치'에 대한 요구가 높던 시절 일부러 허름한 빌딩을 골라 구했다고. 하지만 수리비가 수억원 들어 괜찮은 빌딩을 그냥 빌리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었다고. 열린우리당이 없어지는 덕분에 예정됐던 재개발을 할 수 있어 훨씬 새끈해진 청과물 시장을 볼 수 있으리라.. 이 선배는 말했다.

 

 

언제.. 과일 사러 올 일 있을까..

노을 속에 건물을 빠져나오며.. 왠지 모를 아쉬움이 걸려 있는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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