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20여명이 북치고 장구친 새해예산안.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 2008/12/16 15:4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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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의 다툼으로 새해 예산안 심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했던 12일과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위치한 국회 본청 6층에는 유독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좁은 방에 8대의 컴퓨터를 놓고 바쁘게 움직이는 이 사람들은 잠시 국회로 잠깐 파견나온 20여명의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다.
원칙만 따지면 여야 협상이 공전하는 가운데 이들이 바쁠 이유가 없다. 예결특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돕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는게 이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틀동안 이들은 의원들이 할 일까지 해야 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의 예산안을 짜고 의원들이 증액을 요구한 부분을 임의대로 자르고 붙이고 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자기네 지역구 사업이 반영되는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예결특위 계소조정소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은 13일 저녁쯤 기자에게 "이제 예산안 작업이 다 끝난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의원들 위에서 예산안을 좌지우지하는 예산실장과 그 밑의 30대 사무관들. 2년반 동안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에게 대한민국 엘리트 관료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
다들 놀고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국회 안에 있다니 반가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속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골격을 만든 바로 그 관료들이다. 다시 말해 자기들이 만든 예산안을 자기들이 심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좋건 싫건 국민들의 표로 선출된 대표자가 모인 국회가 견제라는 자기 밥그릇을 찾아먹지 못하는 가운데 행정부의 마이웨이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의원들은 이같은 무력감을 쏟아냈다. 제3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대표해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갔던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통탄했다. 17대에서 2년간 예결특위에 참여했던 우윤근 민주당 의원도 "여야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재정부 공무원들과 소수의 국회 전문위원이 예산안은 많은 부분을 심사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의 결과인 대운하 의심 사업 및 '형님예산' 1000억원 삭감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예산안을 만든 관료들이 자기들이 만든 예산의 골격을 최대한 가져가는 선에서 최종안을 만든 것이다.
그 와중에 이한구 예결특위위원장은 7시간동안 사우나를 갔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다는 설도 있지만 본인이 기자들을 만나서 한 이야기니 일단은 그런걸로 알자. 실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중대사를 논의했더라도 그건 야당이 비판하듯 새해 예산안을 여야합의가 아니라 당정합의를 통해 결론낸 것이니 나을 것도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산안을 한나라당은 밤새워 가며 처리해 13일 정오쯤 의원들은 밝은 햇살아래 국회 본청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소수의 재정부 관료들에게 새해 예산 심사의 재량권을 넘기고도 웃는 허깨비 여당이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무시당하고 예산안 처리의 주도권을 내준 민주당도 오십보 백보다.
자신들이 만들고 심의까지 끝낸 예산안이 본회의를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본부인 기획재정부로 복귀하던 관료들. 그들에게만은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을 것이다.
예산안 처리, 한나라, 민주, 입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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