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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과 386으로 망하는 黨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9/03/29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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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지난해 총선에 패배한 민주당이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며 각계 인사들을 불러 민주당 혁신 방안을 물었다. 3번째로 연사가 된 진중권씨가 "서부벨트로는 이제 힘들다. 호남 지역성을 깨고 다른 지역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당의 미래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기에 따라 당연하고 일반론에 그치는 이같은 말에도 호남 출신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에 정치적인 뿌리가 있는데 현실 정치를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것"이라는 말이었다. 진씨는 말을 잇지 않고 끄덕이기만 했다.

 

장면2.

지난해 연말 예결특위 소속의 재선 의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예산 정국에서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자주 브리핑했는데 이야기의 내용이나 태도가 기자들의 호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지도부에 속해 있는 386출신 재선 의원에게 "사람 괜찮던데 대변인이나 시켜보지?"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유학이나 다녀온 *이 대변인은 무슨 대변인!?"

 

 

기자는 2006년 6월말부터 2년9개월간 민주당을 출입했다. 엄밀히 말하면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 등 현재 민주당의 모습을 이르기까지 거친 당을 출입했다고 하는게 맞겠다.

사물에 대해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춰야 하는 기자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 출입처를 오래 나가다보면 해당 출입처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는 건 인지상정. 정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자들에 거리를 두고 당파성이 강한 민주당인 만큼 미운정까지 들어 미묘한 감정이 드는 출입처인건 사실이다.

출입을 시작할 때는 지방선거 패배로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냈던 정동영이 퇴진하고 김근태가 막 들어섰다. 그 이후로 치르는 선거마다 판판이 깨졌고. 소속 의원이건 당직자건 좋은 일이 있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드물다.

현실정치에 뿌리 내린 정당이라면 부침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지금까지는 그랬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전망이 있으면 좋을텐데. 지난 민주당 출입을 마감하면서 그같은 전망이 느껴지지 않아 답답하다.

전망의 부재는 사람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비단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지난 총선을 거치며 수혈된 의원들 중에 민주당이 기댈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미래에도 민주당이 좋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정당으로 보일지도 잘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소수파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호남 지역 기반을 고수하면서 386색채도 포기하기 힘들다. 다른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은 물론 기업이나 관료로서 성공한 사람이 민주당의 문을 두드리기 힘든 구조다. 참여정부에서 관료를 역임했던 인사들이 지난 총선에서 줄줄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게 단적인 예다. 원래 '관료는 영혼이 없다'지만 다음 정권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다고 해서 비슷한 현상이 재현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대구 수성구보다 서울 강남에서 더 높고 '영남당'에서 '강남당'으로 탈바꿈한 상황에서 최소한 강북당이라도 해야 경쟁이 될텐데 가능성이 안보인다. 현재 구조로는 대선이건 총선이건 필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호남과 386 출신 의원,당직자는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문제를 덮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큰 선거가 끝나면 으레 선거에 패배한 정치세력에 '재기불능의 위기'라는 호들갑을 떠는게 사실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에 우울한 전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의원부터 당직자에 이르기까지 가라앉은, 침체된 분위기에서 보낸 2년9개월이었다. 아무쪼록 다음에는 웃는 모습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노경목 기자는 정치부를 떠나 부동산부로 갑니다. 그간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재미있는 소식을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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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기자 사기극이었던 11일 추경안 처리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8/09/16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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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침은 기자생활하는 동안 잊지 못할 듯 합니다.

국회에서 새벽 1시반까지 추경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한나라당 강행처리'라는 1면 제목을 뽑고 왔는데 아침뉴스를 틀었더니 무산됐다는 내용이 나올 때의 느낌이란.

자정을 전후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이 처리됐지만 새벽 4시에 한나라당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뒤집혀 버린 것이죠. 덕분에 중앙 일간지들은 하나같이 1면에 오보. 낯 뜨거운데다 올드매체로서 신문의 한계를 체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한번씩 속았으니..

 

민주당의 '뻥카'.

시간을 돌려 추경안이 한참 예결특위 소위에서 심사되고 있던 11일.

저녁까지 기자들은 추경안이 추석 전에 처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경안 단독처리의 전례가 없었던데다 민주당이 '절대 통과시켜 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죠.

사실 야당이 '절대 안된다' 이야기하면서 몇 가지 양보를 해주고 받아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 경우는 약간 달랐습니다. 한전 등 상장공기업에 1조원 이상을 지원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는데다 추경안을 꼭 11일까지 처리해줘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결국 기자들은 민주당의 엄포가 꼭 엄포만은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추경안 심사가 추석 이후로 넘어가는데 한 표를 던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때문에 정치부 출입 기자들의 경험이 적은 모 경제신문의 경우에는 '추석전 추경안 무산'으로 저녁 가판에 박기도 했었죠.

이렇던 민주당이 기류를 바꾼 것은 저녁 9시를 넘어서면서부터였습니다. '절대 처리 못해준다'더니 밤중에 원내지도부가 국회에 모여 회의를 시작한 겁니다. 회의를 거듭하는 와중에 한전 등에 대한 지원금을 조금 삭감하고 민주당이 요구하는 예산안을 추경안에 추가 반영하는 선에서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

갑자기 확 바뀌는 분위기에 기자들도 바빠졌습니다. 다음판 기사 제목을 타결 가능성을 풍기는 방향으로 고치고 이에 맞춰 기사도 약간 손보고.

예상과달리 상황이 길어진 명절 전날 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조정식 원내대변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 한전 보조금 안된다고 했던 건 뻥카(카드놀이에서 패가 좋지 않음에도 좋은척 상대방을 속이는 수법)였죠?"

 

자기당 의원들도 속인 한나라.

결과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는 실패했지만 한당이 관련 법을 예결특위에서 강행처리한건 다들 아실 터.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예결특위 전체회의의 정족수 문제를 놓고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민주당에서 있은 거였죠. 민주당이 관련 문제제기를 처음한 것이 새벽 0시 30분이었으니 민주당의 주장만 반영했다면 신문의 마지막 판 마감 시간인 1시 30분 전에 고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작은 절차적 문제로 고치면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며 추경안 처리를 위해 밤 늦은 시간에 본회의장에 집결한 의원들을 붙들었습니다.

그런 지도부의 말을 믿은 의원들이 본회의장 책상을 배개삼아 졸며 본회의 시작을 기다린지 4시간. 결국 국회의장이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아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했고 의원들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윤전기에서 나온 그날자 신문이 트럭에 실려 각 지국을 향해 달리고 있던 그 시각이었죠.

 

대기자 사기극, 하지만.

사기극에 거짓말이니 하며 부정적인 단어를 동원했지만 사실 이같은 사건은 국회에서 비일비재합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각 당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에게 '뻥카'를 치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모르다보니 자기 당 의원들까지 본의 아니게 속이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도 합니다. 꼭 정치인들에게 악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죠.

문제는 그런 일을 매번 겪는 기자들이 어떤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분별해 기사에 쓸 수 있는가이겠지요. 모든 신문이 11일자에 '추경안이 처리됐다'고 썼다가 12일자에 이를 뒤집을만큼 당시 물리적인 상황이나 여건 면에서 판단이 쉽지 않기는 했습니다만 다들 추경안이 처리됐다 생각하고 안도하고 있던 상황에 민주당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거나 국회의 절차적 문제를 좀 더 고민했다면 이런 사기극에 속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경예산안, 민주당, 한나라당, 기자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