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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기 자동차 이야기 많이 나오죠.
당장이라도 전기차 시대가 올 것처럼, 아니 이미 온 것처럼 말이죠.
현재 전기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회사는 프랑스의 르노입니다.
르노와 제휴 관계에 있는 일본의 닛산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일본의 미쓰비시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GM도 전기차에 관해서는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말이죠.
르노는 유럽에서는 독일의 폭스바겐과 선두를 다투는 회사지만 세계 1,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랑 중국에는 발도 못 들여놓고 있습니다.
닛산도 엔진 기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한번 맛이 간 뒤로는 시장에서 그다지 강한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요.
미쓰비시, 한때 현대자동차가 엔진 기술을 이 회사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현대차 엔진 갖다 쓰는 회사’라는 소리 듣고 있죠.
그리고 우리의 GM 형님, 늙으면 죽어야 된다는 말이 GM 때문에 생긴 게 아닌지...
하나같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 회사들, ‘찌질이’들이 전기차에 관해서는 가장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판떼기 안에서는 길이 안 보이니까 전기차로 치고 나가서 아예 새로운 경쟁의 틀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해설을 붙일 수 있죠.
물론 GM이 전기차에 열을 올리는 건 석유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하고도 연관이 있지만 그 얘기는 제가 여기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얘기고요.
전기차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 기술입니다.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이 중요하듯이 말이죠.
그런데 이 배터리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 회사가 만듭니다.
자동차 회사가 어리바리해도 배터리 회사 똘똘한 거 하나 잡으면 좋은 차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찌질이’들이 전기차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차 시대’는 우리가 지금 쏘나타를 사는 돈으로 쏘나타와 비슷한 정도의 쓰임새가 있는 전기차를 살 수 있는 시대를 말합니다.
갑자기 확 멀어지는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전세계 주요 자동차 CEO들이나 엔지니어들은 기껏해야 15~20년 후... 이러고 있습니다.
그러면 15~20년 후의 전기차 시대는 어떤 시대일까.
사람들은 자동차를 통해서 하고 싶어하는 게 참으로 많습니다.
남자들은 여자친구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하고 사장님들은 어디 가서 사장님 대접 제대로 받고 싶어합니다.
또 누군가는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시카고에서 LA까지 1주일이고 열흘이고 차를 몰고 가려고 할 겁니다.
20년 후라고 해서 애인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까요.
어디 가서 거드름피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까요.
전기차는 사람들의 욕구를, 허영심(?)을 어느 정도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하건 200달러를 하건 전기차의 역할은 ‘시티 커뮤터(city commuter)’, 즉 도심 통근용 차량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있는 거죠.
전기 충전소를 어느 세월에 만들 것이며 전기 충전소 만드는 꼴을 정유사들이 그냥 보고 있겠냐 하는 얘기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또 한 가지는 과연 자동차 회사가 똘똘한 배터리 업체랑 손만 잡으면 성능 좋은 전기차를 만들어서 잘 팔아먹고 살 수 있겠느냐 하는 건데요.
자동차 산업에서 엔진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진 기술이 전부였다면 도요타가 이렇게 잘 되고 닛산이 저렇게 처박는 일은 없었겠죠.
시장의 흐름을 읽고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하나의 종합예술이지 단순한 엔진 놀음은 아닙니다.
지금 전기차 ‘기술’에서 앞서간다고 하는 회사들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