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유승호 기자입니다. 취재 현장 안팎의 재미난 얘기와 변두리 무면허 축구 해설가의 관전평, 그 외 세상사는 이야기입니다.
결혼상대로 은행원은 어떨까 [이 바닥]

지난주에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 남녀 중 절대 다수가 ‘평범한 사람’을 배우자로 원하는데 그 ‘평범한 사람’이라는 게 남자의 경우 대졸 학력에 키는 174.4cm, 연봉은 4334만원이더라...


그 연령대의 사람들이 맞추기가 쉽지는 않은 조건인데 ‘평범’이 꼭 ‘평균’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마 은행원들은 이 평범함의 기준을 보다 쉽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작년 1년 국민은행 남자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6700만원이었습니다.

입사 초년도부터 4000만원이 넘어가는 은행들도 많고요.

은행원들은 키만 좀 크면 ‘평범함’의 기본 자격은 갖추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은행원이 결혼 상대로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생각보다 부유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은행원들을 만나 보면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도 별로 없고요.

은행원 아닌 사람한테 ‘은행원들이 OO동에 많이 살더라’ 하면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 관해 딱 부러진 답을 제시할 능력은 없지만 그저 제 생각으로는 ‘부잣집 아들딸이 은행에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가 부자가 아니니 단지 본인이 남보다 좀 더 버는 정도로는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고 바로 이 점에서 은행원은 결혼 상대로서 평범할 수는 있을지언정 특별하기는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왜 은행원의 아버지는 부자가 아닐까.

왜 부잣집 아들딸들은 은행에 다니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한달 전쯤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LTV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그 얘기를 어느 은행 지점장에게 했더니 그게 언제 나온 얘기냐, 정말 당장 내일부터 한다고 하느냐, 난 처음 듣는 얘기다, 본점에서도 아무런 얘기가 없던데, 어쩌라는 거지...


2주 전쯤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연말까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추도록 하겠다고 했죠.

어느 은행 부장은 중소기업 대출 늘리고 만기연장까지 해 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걸 어떻게 맞추느냐, 이런이런 문제가 있는데 어쩌라는 거냐, 이러면서 황당해 하시데요.


오늘 일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줄이라는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은행의 반응은 줄이라면 줄여야지, 근데 뾰족한 방법은 없는데, 이제 뭐 해서 돈 벌어 먹고 살지...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는 여러 가지를 따져보게 되는데 부잣집 아들딸들은 보통사람들에 비해서 생계에 대한 걱정이나 고용 안정에 대한 생각을 덜 해도 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같은 팀에 기량이 뛰어난 센터가 있어서 리바운드에 대한 걱정 없이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슈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로 미루어 보면 은행은 3점슛은 말할 것도 없고 어지간한 드리블이나 패스는 일일이 허락을 받아 가면서 해야 하는 곳입니다.

부잣집 아들딸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죠.


업종의 특성상 은행이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은행을 부잣집 아들딸들에게도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 수는 없는 건지, 그래서 은행원이 평범함을 넘어선 특별한 신랑신부감이 될 수는 없는 건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은행, 금융
posted at 2009/08/11 18:50: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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