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건설사들 배가 덜 고프다. [밑줄 그은 한마디] 2008/10/07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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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국토해양부에서 '이정도면 된다'고 해서 미분양 대책을 내놨는데 문제는 건설사들이 응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4년 사이 많은 수익을 올렸기에 아직 견딜만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분양가에서 10%를 깎는 조건으로 주공에서 매입해준다고 해도 팔지도 않는다는거다. /강만수, 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지방 미분양 대책과 관련해 건설업체들에 대한 추가 유동성 공급 정책을 요구하는 의원 질의에 대한 강 장관의 답.

 

사실 건설업체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눈물의 공장정리'라거나 '땡처리' 등으로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는 사례를 본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잘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왜 건설사들은 스스로가 코너에 몰렸다는 지금까지 중도금 무이자 등 옛날부터 해왔던 것 이상의 자구책을 내놓지 않는가. 이자로 한달에만 수백억원의 손해가 난다면서 왜 분양가를 깎는 건설사는 없는 걸까.

 

1년간 부동산부를 출입하고 2년 넘게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강 장관 역시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듯 하다.

어려운 시기에 부실을 털어내는 것은 모든 기업에서 당연히 밟아야할 절차인데. 분양가보다 조금 깎아서 매입해 주겠다는 주택공사에게 팔린 미분양 아파트는 6000가구.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 규모가 25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측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이 정말 어렵긴 어려운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건설사들 스스로가 여전히 취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아니면 지방 경기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우리 아니면 누가 지방 경기 살리겠나'며 모럴 헤저드에 빠진걸까. 

강만수, 부동산, 지방 미분양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대(對)기자 사기극이었던 11일 추경안 처리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8/09/16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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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침은 기자생활하는 동안 잊지 못할 듯 합니다.

국회에서 새벽 1시반까지 추경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한나라당 강행처리'라는 1면 제목을 뽑고 왔는데 아침뉴스를 틀었더니 무산됐다는 내용이 나올 때의 느낌이란.

자정을 전후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이 처리됐지만 새벽 4시에 한나라당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뒤집혀 버린 것이죠. 덕분에 중앙 일간지들은 하나같이 1면에 오보. 낯 뜨거운데다 올드매체로서 신문의 한계를 체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한번씩 속았으니..

 

민주당의 '뻥카'.

시간을 돌려 추경안이 한참 예결특위 소위에서 심사되고 있던 11일.

저녁까지 기자들은 추경안이 추석 전에 처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경안 단독처리의 전례가 없었던데다 민주당이 '절대 통과시켜 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죠.

사실 야당이 '절대 안된다' 이야기하면서 몇 가지 양보를 해주고 받아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 경우는 약간 달랐습니다. 한전 등 상장공기업에 1조원 이상을 지원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는데다 추경안을 꼭 11일까지 처리해줘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결국 기자들은 민주당의 엄포가 꼭 엄포만은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추경안 심사가 추석 이후로 넘어가는데 한 표를 던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때문에 정치부 출입 기자들의 경험이 적은 모 경제신문의 경우에는 '추석전 추경안 무산'으로 저녁 가판에 박기도 했었죠.

이렇던 민주당이 기류를 바꾼 것은 저녁 9시를 넘어서면서부터였습니다. '절대 처리 못해준다'더니 밤중에 원내지도부가 국회에 모여 회의를 시작한 겁니다. 회의를 거듭하는 와중에 한전 등에 대한 지원금을 조금 삭감하고 민주당이 요구하는 예산안을 추경안에 추가 반영하는 선에서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

갑자기 확 바뀌는 분위기에 기자들도 바빠졌습니다. 다음판 기사 제목을 타결 가능성을 풍기는 방향으로 고치고 이에 맞춰 기사도 약간 손보고.

예상과달리 상황이 길어진 명절 전날 밤, 한 민주당 출입기자는 조정식 원내대변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 한전 보조금 안된다고 했던 건 뻥카(카드놀이에서 패가 좋지 않음에도 좋은척 상대방을 속이는 수법)였죠?"

 

자기당 의원들도 속인 한나라.

결과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는 실패했지만 한당이 관련 법을 예결특위에서 강행처리한건 다들 아실 터. 문제는 다음부터였습니다.

예결특위 전체회의의 정족수 문제를 놓고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민주당에서 있은 거였죠. 민주당이 관련 문제제기를 처음한 것이 새벽 0시 30분이었으니 민주당의 주장만 반영했다면 신문의 마지막 판 마감 시간인 1시 30분 전에 고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작은 절차적 문제로 고치면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며 추경안 처리를 위해 밤 늦은 시간에 본회의장에 집결한 의원들을 붙들었습니다.

그런 지도부의 말을 믿은 의원들이 본회의장 책상을 배개삼아 졸며 본회의 시작을 기다린지 4시간. 결국 국회의장이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아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했고 의원들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윤전기에서 나온 그날자 신문이 트럭에 실려 각 지국을 향해 달리고 있던 그 시각이었죠.

 

대기자 사기극, 하지만.

사기극에 거짓말이니 하며 부정적인 단어를 동원했지만 사실 이같은 사건은 국회에서 비일비재합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각 당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에게 '뻥카'를 치고 복잡한 법적 절차를 모르다보니 자기 당 의원들까지 본의 아니게 속이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도 합니다. 꼭 정치인들에게 악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죠.

문제는 그런 일을 매번 겪는 기자들이 어떤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분별해 기사에 쓸 수 있는가이겠지요. 모든 신문이 11일자에 '추경안이 처리됐다'고 썼다가 12일자에 이를 뒤집을만큼 당시 물리적인 상황이나 여건 면에서 판단이 쉽지 않기는 했습니다만 다들 추경안이 처리됐다 생각하고 안도하고 있던 상황에 민주당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거나 국회의 절차적 문제를 좀 더 고민했다면 이런 사기극에 속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경예산안, 민주당, 한나라당, 기자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촛불 집회 벌금을 내다. [R군의 일상] 2008/09/11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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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도 않게 촛불집회에 참가한 벌금을 내게 됐다. 내가 아닌 대학 동아리 후배가 집회에 나갔다 '맞은' 벌금의 일부를 내주게 된 것이다.

200만원에 이르는 벌금 중 10만원을 계좌이체로 부쳤는데.. 처음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인터넷 계좌이체의 실행 버튼을 누를 때까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사실 내가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내가 대학 다닐때 같은 일을 당했다면 동아리 사람들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도와주었을 것이고.. 사회적 의식이 강한 동아리에서 집회 나갔다 벌금 맞은 건 어떻게 보면 동아리의 통상적 활동 과정에서 생긴 비용으로 OB건 YB건 사재를 털어서 메꿔줄 의무가 있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 후배와는 몇번 술잔을 함께 하기도 했었고. 대학 학술동아리는 한물 갔고 재테크나 댄스 등 취미 동아리가 대세라는 속물적이기 짝이 없는 21세기의 대학에서 책 읽고 세미나 하는 동아리의 회장까지 지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도움을 바라는 문자를 받았을때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하필이면 개인적으로 초기부터 비판했던 촛불집회의 벌금이라는 사실에. 관련 글을 블로그에 쓰고 달린 리플들고 일대 전쟁을 벌이기도 했거니와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했을 때 종종 말다툼을 해야 했던 사안이기에.

벌써 8년 넘게 가까이 지낸 후배가 '그래서 형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거에요?!'라고 삿대질을 하고 또 몇몇 동아리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수근거리기도 했었지.

상당부분의 정보가 왜곡돼 전달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그들과 나 사이의 세월을 의미없게 만드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했었는데. 돈을 보내면서도 드는 생각은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정반대 상황에 빠졌을때 그는 나를 도와줄까. 나와의 인연보다 자기 정치적 입장의 선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은 같다가도 다르고 다르다가도 같을 수 있는거고.

그들과 함께했던 내 삶의 일부와 그들의 인격을 신뢰하고 있는거고.

生의 한순간에 서로 엇갈린 길이 계속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서로 사랑할 수 있지는 않을까.

돈 10만원에 별별 생각을 다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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