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아파트와 代議制 민주주의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10/18 1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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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해진 반값아파트를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의 공방이 뜨겁습니다.

 

"원래 말도 안되는 걸 국회에서 무리하게 요구했다"는게 청와대 쪽의 항변이라면

"애초에 똑바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쪽의 비판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국회에 와 경제정책의 입법과정을 볼 때마다 느끼던 딜레마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요..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불완전함입니다.

 

 

일단 정부도 억울할만합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부동산특위를 꾸리고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를 추진했을 때부터, 그리고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아파트 도입을 의원들이 요구하고 나섰을 때부터 정부는 꾸준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당시 여론과 국회의 등살에 못 이겨 받아들이긴 했지만 영 떨뜨름한 반응이었죠. 그만큼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택정책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관철시킨 의원들은 득의양양했구요.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시민단체 측의 개념없는 주장 정도로만 생각되던 규제와 새로운 형태의 주택들이 부동산값 앙등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와 함께 속속 도입되는 걸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력을 느꼈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열받는 일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에서 요구한 전제조건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거든요. 300%에 가까운 용적률 보장과 기반시설부담금 면제, 토지를 분양받지 않더라도 재건축할 경우 분양권을 받는 권리 등 한나라당이 요구한 내용대로 사업이 시행됐다면 반값아파트는 지금과 같은 악명을 떨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정부에서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토지임대부 아파트 특별법' 통과를 반대하고 굳이 주택법 조문을 일부 손보는 정도('택지 지구에서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도입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정도였죠)로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도입한 것도 이런 '속셈'이 읽혀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국회에서 제기한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요. 반값아파트에 일률적으로 높은 용적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도시계획상의 문제점, 지자체에 대한 권한 침해 문제 등을 비롯해 주택정책의 골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에 밀려 법안을 개정하고 그 내용을 반영하는 일은 또 그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었겠죠.

 

물론 국회가 푸쉬하더라도 소신껏 반대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은 있다고 하겠죠.

 

 

결국,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듭니다.

국민들의 여론을 받아 정책에 반영해야하는 정당과 현실논리와 일관성을 중심으로 집행해야 하는 정부는 그 나름의 논리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를 국가 운영의 원리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쪽이 잘못했다고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진보적 역사가인 에릭홉스봄이 그의 저서 '극단의 시대'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20세기의 독특한 현상'으로 규정하며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대의제 민주주의는 현재의 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고지선의 가치는 아니다. 그것은 사회로 하여금 제도를 유지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이도록 강요하며 이 비용을 들이기 힘들어지는 시점에서는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장점들. 다양성의 보장과 그를 통한 사회의 역동성. 끊임없는 혁신 등을 생각하며 6월 항쟁 20주년에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긴 한답니다.

 

하지만 국회를 출입하는 경제지 기자로서. 뻔히 부작용이 보이는 설익은 정책을, 그것도 절름발이로 여론에 밀려 내놓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생각들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값아파트, 대의제 민주주의, 토재임대부 아파트, 국회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우리 의원님이신데요?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09/27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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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국회에 처음 출근하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올라탄 의원회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미모의 여인을 만났답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지적인 외모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품까지 흘렀다고 하는군요.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이 비서관..

 

그 여인이 먼저 내렸던 5층으로 가서 의원 사무실을 바깥에서 훑으며 찾았지만,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답니다.

 

다음날 국회 본청에 볼일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하늘이 도왔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 그 여인을 마주치게 된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어느 의원실에서 일하는지, 전화번호는 뭔지.

 

열심히 물었지만.. 그 여인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을 뿐 도무지 대답을 하지 않더랍니다.

 

답답한 마음에 옆에 서 있는 다른 여자에게

 

아.. 좀 가르쳐 주세요. 어디서 일하시죠?

 

라고 물었는데.. 그 여자 왈.

 

"우리 의원님이신데요?"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 비서관은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뛰었답니다.

 

 

비서관의 마음을 잠시 나마 뺏었던 여인의 정체는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쳐 이명박 후보 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이었습니다.

 

당시는 나 의원이 대변인으로 활동하기 전인데다 비서관이 국회에 처음 출근하다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거지요.

 

 

국회, 보좌관, 나경원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대통령 담화, 하지만..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7/06/27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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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담화가 27일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들, 싸우지만 말고 '민생법안' 좀 처리하라"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하네요.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다 못해 스스로의 권위마저 추락시켜 입을 열 때마다 욕 먹는 대통령이지만 이번 말씀은 타당한 데가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점입가경이던 국회의원들의 줄서기는 6월 임시국회 들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고 법안처리를 위한 상임위는 거의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개인적으로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던 생각이 드는 찰나였던지라 이번 담화는 시의 적절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경제신문도 지난 26일 이런 상황을 기사로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대통령의 이야기처럼 의원들이 너무 놀아서, 혹은 사학법과 연계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로 처리되지 않고 있는 법안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법안들도 있습니다. 국회 심의 기간과 연말 대선,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도저히 제대로된 심의가 이루어지기 힘든 법안임에도 무리한 법을 제출한 것들이 있습니다.

 

의원들이 노는 게 아니라 애초에 짧은 시간에 처리하기는 힘든 법안을 들고와 처리해 달라고 '생때' 쓰는 법안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먼저 임대주택법 개정안입니다.

 

대통령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셋째,올 2월에 제출한 임대주택법입니다.1.31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추진되는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은 서민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고,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입법이 지연되면 올해 계획된 사업에서만 300억원의 추가적인 금리부담이 발생하고,이것은 결국 서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안정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도 불안을 조장할 우려가 있습니다.'(6월 27일 대국민담화)

 

국회는 이 법안을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도 심의했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관련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놀아서 법안이 처리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중도통합신당 의원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사학법 연계도 아니죠.

 

 

법안의 취지에 문제가 있다는게 의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임대주택법을 개정해 도입하려는 '비축형 임대주택'은 30평형대의 '중산층 임대주택'을 10년간 임대할 수 있는 주택입니다. 임대주택의 모델을 다양화해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임대주택으로 분산시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목적이죠.

 

한경 독자분들이라면 눈치 채셨겠지만 임대주택을 지어 중대형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발휘할지 의문이 가는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판교에 공급된 임대주택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임대료의 수준을 감안할 때 사실상 '중산층'이 살기 힘든 주택일 가능성도 크죠.

 

법안 현실화 방안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참여하는 '펀드'를 만들어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서민층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 공급도 여의치 않다는 겁니다.

소형 임대주택의 경우 시행사가 부도를 내는 등 부실화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에도 임대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죠.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서민 임대주택의 공급량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일하며 수도권 외곽의 소형임대주택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실효성 불투명한 정책 벌리려 하지 말고 있는 거나 제대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금리부담' 운운한 대통령의 이야기는 통과를 전제로 사업비를 배정해 놓고는 국회에서 처리가 안된다고 생때 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관한 법입니다.

 

저희 독자분들이라면 IPTV도입과 관련된 법으로 더 친숙한 내용입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매체와 콘텐츠, 접근경로를 관장하는 거대 통합기구를 만들자는게 정부 안입니다.

 

사실상 하나의 정부 기관이 IT업체는 물론 방송과 프로덕션, 신문 등 매체까지 관할하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관련 기관간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고 각 당에서도 다른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도 "이미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 각국은 방송통신 통합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하는 등 미래 국가전략 차원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발 빠르게 대응해 오고 있습니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장했으나 그렇게 통과시킬 사안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대선 선거 공약으로 관련 내용을 약속해 놓고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시점에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치인들 마음에 안 드시죠?


써놓고 보니 의원들 변호하는게 됐지만 국민연금법 사학법 등의 처리 지체는 국회의 잘못이 큽니다. 사학법과 '연계'하지 않고 '동시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실소가 나오는게 사실이죠. 탈당에 따른 잦은 상임위 간사 교체로 정부와 이렇다할 합의조차 못하는 범여권도 별로 낫지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국회에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주지 않고 "국회가 일 안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의 의지로 무리하게 국회에 상정한 낌새가 역력한 법안들의 경우에는 말이죠.

노무현 대통령, 국회, 임대주택법, 비축형임대주택, 방송통신통합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