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 집회 벌금을 내다. [R군의 일상] | 2008/09/11 13:13: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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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도 않게 촛불집회에 참가한 벌금을 내게 됐다. 내가 아닌 대학 동아리 후배가 집회에 나갔다 '맞은' 벌금의 일부를 내주게 된 것이다.
200만원에 이르는 벌금 중 10만원을 계좌이체로 부쳤는데.. 처음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인터넷 계좌이체의 실행 버튼을 누를 때까지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사실 내가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내가 대학 다닐때 같은 일을 당했다면 동아리 사람들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도와주었을 것이고.. 사회적 의식이 강한 동아리에서 집회 나갔다 벌금 맞은 건 어떻게 보면 동아리의 통상적 활동 과정에서 생긴 비용으로 OB건 YB건 사재를 털어서 메꿔줄 의무가 있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 후배와는 몇번 술잔을 함께 하기도 했었고. 대학 학술동아리는 한물 갔고 재테크나 댄스 등 취미 동아리가 대세라는 속물적이기 짝이 없는 21세기의 대학에서 책 읽고 세미나 하는 동아리의 회장까지 지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도움을 바라는 문자를 받았을때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하필이면 개인적으로 초기부터 비판했던 촛불집회의 벌금이라는 사실에. 관련 글을 블로그에 쓰고 달린 리플들고 일대 전쟁을 벌이기도 했거니와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관련 이야기를 했을 때 종종 말다툼을 해야 했던 사안이기에.
벌써 8년 넘게 가까이 지낸 후배가 '그래서 형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거에요?!'라고 삿대질을 하고 또 몇몇 동아리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수근거리기도 했었지.
상당부분의 정보가 왜곡돼 전달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그들과 나 사이의 세월을 의미없게 만드는 것 같아 야속하기도 했었는데. 돈을 보내면서도 드는 생각은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 정반대 상황에 빠졌을때 그는 나를 도와줄까. 나와의 인연보다 자기 정치적 입장의 선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은 같다가도 다르고 다르다가도 같을 수 있는거고.
그들과 함께했던 내 삶의 일부와 그들의 인격을 신뢰하고 있는거고.
生의 한순간에 서로 엇갈린 길이 계속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서로 사랑할 수 있지는 않을까.
돈 10만원에 별별 생각을 다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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