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 잘하고 있는 건가. [R군의 일상] 2009/01/18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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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잠시나마 삼성전자 외주업체에서 일했던 사촌동생과 술을 마셨다.

"요즘에는 언론이 정부보다 기업 눈치를 많이 본다"는 나의 이야기에

동생은 "아, 그래서 이런 내용에 대한 기사가 하나도 없었구나"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다.

생산라인과 관련된 전문용어를 많이 섞어 이야기하는 바람에 100% 이해는 못했지만..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삼성 반도체 라인이 복층으로 이뤄져 있고 그게 생산성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공조설비 등과 관련된 시설공사가 있으면 1층과 2층 사이의 틈이 열린다고 한다. 문제는 2층 작업자들이 떨어져 추락사하는 경우가 1년에 몇건씩 발생한단다. 마스크에 방진모 등을 겹쳐 쓰면서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평소에는 없던 틈에 익숙하지 못한 작업자들이 발을 헛디디기 때문이다. 1층에서 공조설비 관련 작업을 하던 동생의 경우에도 2층에서 떨어진 몽키가 자신의 머리를 때린 경험이 있단다. 다행히 작업모를 쓰고 있어 머리는 괜찮았지만 작업모에 튕긴 몽키가 다시 허리를 때려 꽤 아팠다고.

 

동생은 무슨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걸 들으면서 나는 너무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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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사라진 정치 [R군의 일상] 2009/01/11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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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하룻동안 국회를 비웠다.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이하 관계자들은 "모른다"고 했다. 13일 직권상정을 항의하러 갔던 의원들은 분풀이할 곳을 못찾고 돌아갔다. 국회의장을 못만나 열받은 야당은 의장실 점거를 시작했다. 이후 20일 가까이 진행된 국회수난사의 시작이었다.

뒤늦게 나타난 의장은 사무처를 통해 기자들에게 하소연했다. 요약하자면 '이런 법이 어디있느냐'며 점거를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질질 짜는 소리로 들렸다. 13일 직권상정을 할 때 야당이 항의방문 올 지 몰랐나. 항의방문 오면 하루 정도 피하기만 하면 될지 알았나. 소나기는 일단 피하자는 건가. 그런 마당에 직접 대화할 배짱은 가지지 못하면서 의장이 여론전에 나서다니. 한심해 보였다. 쟁점 법안 강행처리는 이 시점에서 물건너 갔다고 볼 수도 있다.

역시나 한달간 진행된 입법전쟁에서 국회의장은 마지막에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 집 나간건 김 의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막판 줄다리기 하던 상황에서 이한구 예결특위원장 역시 7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예산관련 현안을 꿰고 있던 이 위원장이 사라지면서 한나라당은 야당과 어떤 협상도 진척시키지 못했다. 3차례의 최종 협상이 이 위원장이 없다는 이유로 무위로 돌아갔다.

그렇게 7시간을 사라졌다 돌아온 이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사우나를 갔다 왔다"고 했다. "나는 국회직인 예결특위위원장이므로 협상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협상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이 위원장은 그간 진행된 여야 협상 결과를 모두 뒤집었고 야당의 주장이 거의 반영 안된 안을 위원회 안으로 확정했다. 앞뒤 안맞는 이야기다.

질질 짜는 것보단 낫다고 해야 하나. 중요한 시점에 마음 내키는대로 사라졌다가 나중에 나타나 현안을 마음내키는대로 자르고 붙였다. 여야 협상과 장기적인 국회 운영의 틀은 안중에도 없었다.

 

통념상 책임감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가장에게 부여되던 중요한 덕목으로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공동체를 위해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국회 파행의 원인과 보완 방안을 놓고 말이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이같은 수컷의 덕목이 중요한 시점마다 실종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요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이같은 덕목을 정치현장에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정치 현장에서 수컷의 멸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리를 지어 회의실을 점거하고 사무실 탁자 위에 올라가 커피잔을 걷어차며 자신의 원시성을 만천하에 알린 수컷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컷들이 단체로 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수컷의 위기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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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만 전달하기. [밑줄 그은 한마디] 2009/01/08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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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영세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궈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문을 열었을때 다섯살 혜영양은 방바닥에 엎드린채 세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세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 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00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 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구조로 되어 있다.

 

정태춘의 노래, <우리들의 죽음> 중 앞쪽 독백.

어떤 의견도 담지 않고 팩트만 담담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짚어내고자하는 사회적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등 정체불명의 취재원을 앞세워 사설인지 칼럼인지 모를 일부 기사들과 품격부터 다르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리드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문장이 만연체로 구성돼 있으면서 뜻의 전달에 막힘이 없다. 기사는 단문으로 쓰는게 맞다지만 결국 요는 글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다. 툭툭 끊어지는 단문은 글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기사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넘치는 작금의 시대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들은 노래 속 기사가 귀에 들어왔다. 80년대 후반일듯한데 어느 매체 누가 쓴 기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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