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엉터리 '로텐더 홀'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9/01/05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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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국회 활극으로 '로텐더홀'이라는 국회 시설물의 명칭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국회 중앙에 자리잡은 홀의 이름이 생소한 외국어인 것에 당황하신 분도 계셨을 겁니다. 명색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중앙홀인데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신 분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름을 그대로 옮겨서 'rotneda' 'rotender' 등으로 사전을 찾아봐도 그런 뜻이 없다면 이런 궁금증은 더 커졌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정체불명 외국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저도 관련 내용이 궁금해 연원을 취재해본 적이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지난 8월 쓴 기사입니다.

<국회 로턴다홀에는 로턴다가 없다>

막 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4년간 가장 많이 찾을 곳 중 하나가 국회 본관 중앙에 자리잡은 '로턴다홀'이다.

본회의장 등 주요 회의장에 가려면 필히 거쳐야 하는 데다 지난 17일 제헌 60주년 기념식 등 주요 행사도 이 곳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중요한 장소의 이름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외국어인데다 그 뜻도 실제 장소의 모습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턴다(rotunda)'는 서양 건축에서 둥근 천장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장은 둥글지만 홀은 직사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는 국회 로턴다 홀은 엄밀히 말해 로턴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에 이같은 양식을 처음 도입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건축가 팔라지도(Palladio Andrea 1508~1580)의 '로턴다 별장'을 비롯해 미국 의회나 미 버지니아 주립대의 로턴다에 이르기까지 '로턴다'로 이름 붙여진 장소는 모두 원형이다. '로턴다'라는 단어 자체에 홀이라는 뜻이 있어 '로턴다 홀'은 역전 앞'과 같은 동어반복인데도 우리 국회를 '로텐더 홀'로 부르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976년 제작된 국회 의사당 건립일지에서부터 로턴다 홀로 설명이 돼있는 등 미국 의회에 있는 로턴다 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 온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 사무처 내에서도 일부 부서는 '중앙홀'로 고쳐 부르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로턴다 홀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외국어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우스웠다는 겁니다.

양식상 로턴다가 아닌데도 미국 의회의 사례를 따라 그대로 갖고 왔다는 것이지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부끄러운 점은 발음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턴다의 철자인 'rotunda'를 볼때 가운데의 'tun'을 '텐'으로 발음하는 것은 외국어 표기법상 말이 안되는 겁니다. 실제 발음과도 차이가 있는 것은 두말할 바 없구요. http://endic.naver.com/endic.nhn?docid=987390&rd=s

그런데도 우리 언론과 의원들은 하나같이 중앙홀을 '로텐더홀'로 표기했습니다. 거의 매일 스쳐지나가는 공간이고 기사를 쓰면서 자주 언급하는 곳임에도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남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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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8/12/2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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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가 공전되면서 국회의장의 법안 직권상정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숫적 우세를 앞세운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더라도 유선호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를 통과못할 수 있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로 17대에서는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에 있으면서 수백개의 법안을 뭉개고 있었던 적이 있다. 의원들이 일단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처리하면 국회의장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바로 상정한다는 시나리오다.

참고로 국회의 법안 처리 순서는 소관 상임위의 내용 심의->법사위의 자구 심사->본회의 의결로 이뤄진다.

직권상정은 단순히 '여야 합의'라는 원내 정치의 룰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법안 심의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밤을 세워 공방전을 벌이던 지난 13일 새벽 처리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여야는 당초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액 공제폭을 20~40%로 합의했으나 이것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그 절반인 10~20%로 줄어들뻔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법사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한게 화근이었다.

앞서 5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세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공제폭을 20~40%로 했으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에서 법사위로 법안을 넘기는 과정에서 정부가 애초에 제안했던 수치인 '10~20%'를 고치지 않고 넘긴 것이다.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오고도 내용은 모르고 정쟁만 거듭하던 여야는 법안 처리 이틀 전에야 하자를 발견하고 부랴부랴 정정했다.

여야 모두 12일 본회의에 상정되는지도 몰랐던 농업특별소비세가 법사위 점거에 들어갔던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지적으로 본회의 당일날 처리 안건에서 삭제된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다.

만약 공제폭이 10~20%로 그대로 통과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여야는 당초 합의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다시 재정위 및 법사위 통과,본회의 처리라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했을 것이다. 실제 17대 국회에서도 벼락치기로 처리한 정치개혁특별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똑같은 과정을 밟았던 사례가 있다.

문제는 비슷한 하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워낙 법안 내용이 많은데다 수치도 엄청났다. 수치 하나만 틀려도 13일 통과된 세법 개정안은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직권상정의 잘못이 국회의장이나 여당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계속 피의 강히 흐른다면 법안에 대한 심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권상정이라는 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를 정상화하고 착실히 법안 심의를 해야 하는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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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0여명이 북치고 장구친 새해예산안. ['당신이 가져야 할 섬(汝矣島)'에서] 2008/12/16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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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의 다툼으로 새해 예산안 심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했던 12일과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위치한 국회 본청 6층에는 유독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좁은 방에 8대의 컴퓨터를 놓고 바쁘게 움직이는 이 사람들은 잠시 국회로 잠깐 파견나온 20여명의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다.

 

원칙만 따지면 여야 협상이 공전하는 가운데 이들이 바쁠 이유가 없다. 예결특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돕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는게 이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틀동안 이들은 의원들이 할 일까지 해야 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의 예산안을 짜고 의원들이 증액을 요구한 부분을 임의대로 자르고 붙이고 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자기네 지역구 사업이 반영되는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예결특위 계소조정소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은 13일 저녁쯤 기자에게 "이제 예산안 작업이 다 끝난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의원들 위에서 예산안을 좌지우지하는 예산실장과 그 밑의 30대 사무관들. 2년반 동안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에게 대한민국 엘리트 관료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

 

다들 놀고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국회 안에 있다니 반가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속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골격을 만든 바로 그 관료들이다. 다시 말해 자기들이 만든 예산안을 자기들이 심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좋건 싫건 국민들의 표로 선출된 대표자가 모인 국회가 견제라는 자기 밥그릇을 찾아먹지 못하는 가운데 행정부의 마이웨이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의원들은 이같은 무력감을 쏟아냈다. 제3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대표해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갔던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통탄했다. 17대에서 2년간 예결특위에 참여했던 우윤근 민주당 의원도 "여야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재정부 공무원들과 소수의 국회 전문위원이 예산안은 많은 부분을 심사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의 결과인 대운하 의심 사업 및 '형님예산' 1000억원 삭감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예산안을 만든 관료들이 자기들이 만든 예산의 골격을 최대한 가져가는 선에서 최종안을 만든 것이다.

 

그 와중에 이한구 예결특위위원장은 7시간동안 사우나를 갔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다는 설도 있지만 본인이 기자들을 만나서 한 이야기니 일단은 그런걸로 알자. 실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중대사를 논의했더라도 그건 야당이 비판하듯 새해 예산안을 여야합의가 아니라 당정합의를 통해 결론낸 것이니 나을 것도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예산안을 한나라당은 밤새워 가며 처리해 13일 정오쯤 의원들은 밝은 햇살아래 국회 본청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소수의 재정부 관료들에게 새해 예산 심사의 재량권을 넘기고도 웃는 허깨비 여당이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무시당하고 예산안 처리의 주도권을 내준 민주당도 오십보 백보다.

 

자신들이 만들고 심의까지 끝낸 예산안이 본회의를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본부인 기획재정부로 복귀하던 관료들. 그들에게만은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을 것이다.

예산안 처리, 한나라, 민주, 입법부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