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막는 수도권규제·투자제한 다 풀어
해외 나갔던 기업 U턴해 이익 재투자‘선순환’…규제 없애 18조엔 경제효과
지난 24일 밤 일본 정부는 임시각의를 열고 공무원이 민간 기업 등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는 것을 금지하는 ‘공무원 제도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재무성 관료 등이 강력 반발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명 ‘공무원 낙하산 금지법안’을 밀어 붙였다.추진력이 부족해 지지도가 낮다는 아베 총리지만 공무원 개혁에선 야무진 모습을 보였다.
내각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민간에 낙하산으로 내려 가려고 불필요한 규제를 고수하고, 기업에 자꾸 간섭하려 든다는 게 총리의 시각”이라며 “낙하산 인사를 없애 규제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낙하산 인사 방지법이 일본 규제개혁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일본 경제의 부활 배경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정부의 규제철폐다.아베 총리 직전 고이즈미 정권에서 본격화 된 규제개혁은 최근 경기회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지난 2002년 집권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워 규제철폐에 ‘올인(다 걸기)’했다.
지난 2001년까지 무려 11차례에 걸쳐 135조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자금을 경기부양에 투입했지만 실패한 뒤였다.돈을 쏟아 붓는 경기부양에 한계를 실감한 일본 정부는 규제를 없애 민간기업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길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이후 대기업·노동·창업 등 분야에서만 총 1500여건의 규제를 풀었다.2002년 ‘공장 제한법’을 폐지한 데 이어 2006년엔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앴다.이 두 법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규제법과 똑같은 것이다.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규제의 모델로 삼았던 ‘대규모 회사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도 2002년 철폐했다.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파견사원의 파견기간을 최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조치도 취했다.환경오염 방지기술 발달로 현실성이 떨어진 환경규제도 대폭 완화했다.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선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결결산제도를 도입했다.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최저자본금 규제 특례를 도입했고,자본금 1엔으로도 주식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이로 인해 지난 1995~2005년중 일본의 제조업 규제는 67%,비제조업의 규제는 77% 정도 줄었다.
규제완화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일본으로 유턴(U-turn)한 게 신호탄이었다.소니가 2002년 중국에서 만들던 수출용 8㎜ 비디오카메라 공장을 일본 나고야 인근으로 옮긴 것을 시발로 주요 기업들이 속속 국내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한 만큼 굳이 생산관리가 어렵고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동남아나 중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일본의 공장 착공면적은 지난 2002년 850만㎡ 였던 게 △2003년 930만㎡ △2004년 1250만㎡ △2005년 1410만㎡ △2006년 1570만㎡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올들어서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속되고 있다.미쓰비시중공업은 금년 공작기계 수주 전망을 밝게 보고 자동차용 톱니바퀴 제조기계 생산설비 확충에 50억엔을 투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공작기계 전문업체인 파낙은 60억엔을 들여 올 9월 가동 목표로 공작기계와 로봇 관련 부품제조공장을 야마가타현에 짓기로 했다.
혼다자동차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300억엔을 투입해 차세대형 엔진을 생산키로 했다.혼다가 일본에 새 공장을 짓기는 30년 만에 처음이다.히타치는 금년중 20억엔을 투자해 평판TV용 필름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사상 최대의 이익을 재투자해 다시 이익을 불리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15년간 단행한 규제 완화로 얻은 경제적 효과는 18조3000억엔(약 146조원)에 달한다는 게 내각부 분석이다.국민 1인당으론 14만4000엔에 이르는 규모다.돈 한푼 들이지 않고 규제만 풀어서 얻은 소득이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규제 개혁을 철저히 마무리 하기 위해 오는 5월까지 추가 과제를 발굴키로 하는 등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내각부 관계자는 “앞으로 규제개혁 과제는 부처별 규제완화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현황을 공표하는 데 초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규제개혁의 사후관리에도 일본식 ‘끝마무리’를 하겠다는 얘기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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