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하나요.제가‘도요타자동차 오너경영 복귀’를 단독 보도했던 아사히신문 기사가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여기에 올린 지난 8일 바로 다음날, 결국 그게 오보가 아닌 걸로 판명 났네요.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 일본경제신문(한국엔 한국경제신문이 있습니다.)이 9일자 1면 톱으로 ‘창업가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52)의 오는 6월 사장 승진이 결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이 보도 대해 도요타자동차도 부인을 하지 않았습니다.‘맞는다’는 얘기죠.어쨌든 ‘아사히 기사의 오보 가능성 운운’하면서 글을 올린 다음날 곧바로 오보가 아닌 걸로 판명됐으니, 좀 겸연쩍긴 하네요.(물론 아사히 보도를 크게 인용보도했던 저도 개인적으론 오보가 아니길 바랬습니다만...)


 어쨌든 도요타자동차 사장 인사가 사실상 확정된 만큼 이번 인사를 둘러싼 뒷얘기와 의미를 덧붙일까 합니다.일본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의 GM을 누르고 세계1위 자동차 회사가 됐죠.)인 도요타의 사장 인사는 일본 뿐아니라 세계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입니다.저도 나름 네트워크를 총가동해 도요타 사장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요, 그동안 신문에는 미처 쓰지 못했던 사실들을 몇가지 소개하려 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사전정지 작업


창업자 4세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의 사장 승진설이 일본 경제계에 돌기 시작한 건 사실 작년 가을부터입니다.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9월 전후 였지요.근거는 아키오 부사장의 아버지인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83)이 일본 재계 인사들을 찾아 다니며 ‘앞으로 아키오를 잘 부탁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니기 시작한 겁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재계 지인들은 물론 정치인 관료들을 만나면 ‘아키오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니 많이 도와달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했다는 겁니다.듣는 사람들 입장에선 ‘아키오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구나’라는 감을 잡기에 충분했다는 것이죠.

 

 도요타 내부 소식에 밝은 한 기업인은 이렇게 풀이하더군요.“도요타 사장 인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올해를 아들인 아키오 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83세인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그나마 자신이 건강할 때 아들에게 경영권이 확실히 승계되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물러나는 전문경영인인 와타나베 가쓰아키(66) 사장도 섭섭하지 않게 대우해줄 기회가 금년에 있다.오는 6월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임기만료로 게이단렌 부회장에서 물러나는데, 거기에 와타나베 사장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

 

도요타가 14년만에 창업가 출신을 사장에 앉힌다는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일반적으로 나오는 게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책임있는 오너 경영자가 나서 회사의 구심력을 높이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죠.그러나 또다른 중요한 의미도 있습니다.도요타가 창업 이후 첫 영업적자를 내는 등의 위기상황에서 창업가 출신을 사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지금이 바닥’이란 판단을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재계 전문잡지인 ‘자이카이(財界)’의 무라다 히로부미 주간의 분석입니다.“쇼이치로 명예회장 등 창업가 오너들이 아키오 부사장에 대한 경영권을 넘기는 시기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을 원칙은 ‘아키오가 경영권을 물려 받은 뒤엔 반드시 실적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다.‘창업가 출신이 경영을 승계했더니 도요타 실적이 더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간 앞으로 창업가 출신의 경영 참여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경제와 자동차 시장전망, 도요타의 예상 실적 등을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그 결과 오는 6월 아키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면 도요타의 핵심부는 그때를 ‘바닥’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다시 말해 도요타는 금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저는 당초 아사히신문 보도가 오보가 아니길 바랬듯이, 이번에도 ‘도요타의 판단’이 오판이 아니길 희망합니다.

 

작년 12월24일자 국내 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던 ‘도요타자동차 오너경영 복귀’란 기사를 기억하십니까.세계 동시 불황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일본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66)이 올 4월 정기주총에서 물러나고, 창업자 4세인 도요다 아키오(52)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될 것이란 기사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내 신문과 방송 일본특파원들이 도쿄발로 이 소식을 꽤 비중있게 전했었지요.
 

 그런데 이 기사가 ‘오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기사를 썼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이실직고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할까 합니다.

 

전세계 언론이 받은 ‘대특종’인가

 

이 기사는 12월23일자 아사히신문에서 비롯됐습니다.이날 아사히신문은 1면 톱으로 ‘창업 71년만에 사상 첫 15000억엔(약 2조원)의 영업적자를 내게 된 도요타가 경영체제 혁신 차원에서 창업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을 사장에 전격 기용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도요타 홍보실에 즉각 확인했습니다.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경영진 인사와 관련해선 확인해 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뻔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기사를 무시할 순 없었습니다.일본에서 요미우리신문 다음으로 큰 유력신문인 아사히가 1면 톱으로 썼을 때는 분명 취재가 됐기 때문으로 믿었지요.제 경험상 일본 신문(방송은 몰라도)은 거의 오보를 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취재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쓰지 않기 때문이죠.(2년 가까이 도쿄에 주재하면서 제가 눈으로 본 일본 신문의 오보는 딱 1건이었습니다.)

 

 게다가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의 경영승계는 1~2년 전부터 일본 업계에서 기정사실화됐던 것으로 사실 남은 건 ‘타이밍’뿐이었습니다.
 

 때문에 한경은 이 기사를 24일자 3면에 비중있게 다뤘습니다.다른 국내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 였지요.물론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모두 아사히 보도를 인용해 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다른 일본 신문들은 무시해
 
근데 묘한 건 그날 일본에선 석간을 비롯해 다음날 조간에서도 아사히신문 이외엔 이 기사를 아무데서도 안 다뤘다는 것입니다.전세계 언론이 거의 다 받아 쓴 아사히 기사를 정작 일본 신문들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왜 일까?

 

 첫째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둘째 취재하면 할 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그 배경을 마침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주간문춘’이 최신호(1월15일자)에서 자세히 전했더군요.


 주간문춘에 따르면 아사히 기사는 ‘설 익은 사실’을 보도했다는 게 일본 언론계의 잠정결론입니다.“아사히 기사를 아침에 보고 깜짝 놀라 아무리 도요타 경영진들을 취재해도 확인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유력지 도요타 출입기자) “아사히가 확신이 있었다면 신임 사장이 될 도요다 부사장의 프로필 등을 넣었어야 했다.내 감각으로는 자신 없게 쓴 기사였다.”(A신문 경제부장)

 

 도요타 경영진 인사의 키맨으로 알려진 오쿠다 히로시 상담역도 부인했습니다.(도요타 사장 인사는 오쿠다 상담역과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의 아버지>이 1월중 논의를 시작해 2~3월께 발표하는 게 지금까지의 전례다.)

 

 오쿠다 상담역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아사히 기사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을 것을 쓴 것이다.왜 그런 걸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아사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쓴 와타나베 사장은 신문을 보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마치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사장에서 사임할 것 처럼 기사에 표현됐기 때문이죠.

 

물 먹은 아사히의 ‘오버’가능성

 

오히려 아사히 보도와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원래는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을 금년 주총에서 사장으로 올리는 게 검토됐지만 급작스런 경영악화로 오히려 시기가 연기됐다는 설입니다.

 

 아직 52세의 젊은 나이로 경험이 부족한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에게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도요타의 운명을 맞기는 건 무리라는 게 도요타 원로 경영진들의 공감대라는 것이죠.또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금년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데, 그런 악역을 창업가의 종손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에게 맡기겠느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사히가 결정되지 않은 사실을 무리하게 기사로 썼다는 얘긴데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으니 고개도 끄덕여졌습니다.도요타에 따르면 아사히의 담당기자는 지난 12월에만 도요타 경영실적 전망과 관련해 2건의 기사를 크게 물먹었다는 것입니다.당연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뭔가 새로운 특종으로 물먹은 걸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란 얘기죠.같은 기자로서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어쨌든 도요타 사장의 교체 여부는 조만간 뚜껑이 열릴 겁니다.그 인사는 일본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의 회장단 인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왜냐구요.게이단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도요타의 조 후지오 회장의 임기가 오는 6월 만료됩니다.그럼 그 후임으로 도요타에서 다른 원로 경영자를 보내야 하는데, 유력 후보로 와타나베 사장이 거론되기 때문이죠.그러려면 와타나베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도요타에선 현직 사장이 대외 활용을 안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결국 와타나베 사장이 물러날 요인은 경영난 책임 말고도 또 있다는 얘깁니다.문제는 그 후임을 아사히 보도대로 창업가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이 맡을지, 아니면 제 3자가 물려 받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도요타 사장 인사의 구도는 게이단렌 회장단 인사가 내정되는 1월말 이후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사히 기사를 비중있게 다룬 저로선 ‘오보’가 안되길 바라지만,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일본에선 ‘행운을 부르는 마법의 말’이란 책이 유행입니다.사토 토미오라는 작가가 쓴 이야기 책이죠.사방을 둘러봐도 우울한 뉴스만 있는 요즘 이 책의 한 대목이 인상적이더군요.

 

“나쁜 일이 있을 땐 ‘아리가또우(고맙다)’라고 외쳐라.나쁜 일이 일어나면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그럼 또 나쁜 일이 생긴다.하지만 거기서 ‘고맙다’고 말하면 불행의 사슬은 끊긴다.반대로 좋은 일이 일어난다.재난이 굴러 복이 된다.‘아리가또우’는 마법의 말이다.” 필자는 일본어에서 ‘아리가또우’를 한자로 ‘有難う(어려움이 있다)’로 쓰는 게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경제상황을 보면 정말 어려움 투성이죠.금융기관도, 기업도, 가계도 모두 어렵습니다.정부 대응도 시원치 않아 걱정이지요.더 심각한 건 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비관론 일색이란 것입니다.인터넷에선 한국 경제에 극단적 비관론을 내뱉는 ‘미네르바’가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9월 위기설’이 설(說)로 끝난 게 엊그제 인데 또 ‘내년 3월 위기설’이 나돕니다.그것도 미네르바의 ‘예언’이라고 하더군요.

 

 비관론은 언제나 안전합니다.일단 비관론을 펴면 나중에 틀리더라도 그땐 일이 잘 풀린 경우이므로 욕을 안 먹습니다.오히려 ‘그때 위기를 예고한 덕분에 피해갈 수 있었다’며 칭찬 받기도 하지요.정반대로 낙관론은 리스크가 큽니다.조금만 빗나가도 욕먹기 십상이죠.자신없는 학자들이나 책임없는 인터넷 논객들이 주로 비관론을 펴는 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비관론이 실제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투자자들이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식을 팔고,기업들이 환율이 더 뛸 것이라며 달러 사재기를 하면 정말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은 뜁니다.‘한국 경제는 이제 망할 것’이라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면 진짜 망해 버립니다.경제야 말로 ‘자기암시 효과’가 확실한 분야이죠.


 이럴 때 일수록 희망을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희망을 걸 만한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라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도 이겨냈습니다.그 덕분에 대기업과 은행들의 체질은 튼튼해졌지요.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도 결코 적은 게 아닙니다.당시 위기 극복의 학습효과는 지금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유효합니다.

 

 ‘그땐 한국만 어려웠지만, 지금은 전세계가 어려워 더 심각하다’는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만 힘든 게 아니란 사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한국 경제는 그동안 수많은 역경에도 결딴나지 않고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컸습니다.이런 나라도 정말 흔치 않습니다.‘O월 위기설’에 너무 떨 필요도 없습니다.‘위기 해결사’였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현직 시절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냥 낙관만 하자는 건 물론 아닙니다.막연한 낙관은 무조건적 비관 보다 더 위험하지요.다만 모두 비관론에 빠져 어깨 처질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이탈리아의 지식인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자.”경제는 심리입니다.건전한 낙관과 긍정적 사고는 때로 마술처럼 좋은 결과를 부릅니다.

 

 이제 이렇게 한번 외쳐 봅시다.“위기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