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 노사간 임금협상에서 올해 임금(기본급)을 1000엔(약 8000원) 인상키로 확정했다. 노조가 당초 요구한 1500엔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고, 줄다리기 끝에 500엔을 깎은 것.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6440억엔(약 13조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 치고 너무 인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도요타 보다 실적이 뒤진 닛산자동차도 올해 기본급을 6700엔 올렸다. 도요타자동차 간부는 “지금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놓고 ‘나눠먹기 파티’를 할 때가 아니다”며 “국제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사상 최대 순익은 임금인상 대신 R&D에
도요타자동차에 금년은 뜻 깊은 해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냈고, 자동차 생산 세계 1위라는 위업도 달성하는 해다. 여느 회사 같으면 대대적인 행사도 열고, 직원 봉급도 듬뿍 올려주며 자축도 할 만하다. 그러나 도요차자동차 본사나 공장 어디에서도 샴페인을 터트리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와타나베 가츠아키 사장은 올초 연두기자회견에서 “비약을 위해 더욱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 해”라고 금년을 규정했다. 세계 1위에 자만하지 않고 또다른 도약을 위해 자세를 다잡겠다는 것. 그래서 도요타 경영진은 ‘세계 1등’이란 말을 스스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보다는 위기의식과 변혁을 강조한다
.도요타 관계자는 “금년엔 각 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저공해 기술개발과 품질제고 비용절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한 눈 팔다간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올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본사가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 교외에 일본 최대 규모의 R&D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세울 이 R&D센터엔 신차 개발을 위한 성능시험동과 차량정비동 등 연구시설은 물론 자동차 주행시험장도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본사 주변에 R&D센터를 집중시켜 연구개발 효율을 높인다는 게 도요타의 복안이다. 도요타는 지금도 본사의 기술센터를 비롯해 히가시후지 기술센터와 시베츠 시험장 등 모두 3곳의 연구개발 거점을 갖고 있다.
'세계 1등' 말 조심하며 전열 재정비
미국 유럽 등의 경쟁 업체를 더 따돌리기 위한 생산혁신에도 숨돌림이 없다. 도요타는 한 조립라인에서 최대 8개 차종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다품종 혼류(混流)형’ 라인을 금년부터 국내외 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완성차 생산 간격을 기존 60초에서 50초로 줄여 생산성을 20% 높인다는 목표다.
몸집 불리기도 지속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에 북미지역에선 8번째 자동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도요타는 이 공장 건설에 1000억엔(약 8000억원)을 투입해 2009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인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미국 남부지역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또하나의 교두보를 쌓는 셈이다. 미시시피공장이 완공되면 도요타의 북미지역 자동차 생산량은 현재 연간 180만대에서 220만대로 늘어난다. 미국내 자동차 생산량 약 1200만대의 18%를 넘는 수치다.
도요타가 ‘세계 1위’ 부각을 조심스러워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은 다분히 ‘계산된 전략’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의 ‘1등 역풍’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도요타는 1등으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1980년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불었던 반(反)일,반도요타 정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기술 향한 열망과 도전
최근 도요타가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요타가 미국의 국부를 빼앗아 가는 외국기업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도 기여하는 미국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도요타는 이를 위해 작년에 460만달러를 썼던 로비자금을 올핸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미국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거나 텍사스 주에서 문맹퇴치 운동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도요타가 신발 끈을 다시 매는 것을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한 잔꾀로만 볼 순 없다. 와타나베 사장 작년말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향후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꿈의 자동차를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 달리면 달릴 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자동차,교통사고를 내지 않는 자동차,한반도를 일주해도 연료가 남는 자동차 등 아직 과제가 많다” 도요타자동차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런 최고의 기술을 향한 열망과 도전정신이 아닐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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