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지나가는 귀가길인데, 택시 창 밖으로 스치는 시내의 그림들이 문뜩 새롭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동시에 문뜩 내가 항상 500만화소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인지 했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서 흘러 지나가는 차창 밖을 마구잡이로 찍었다.
몇 템포 느리게 작동하는 셔터에 대해 항상 불만이 많았지만, 이 날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을 담고 싶은 것이지 정확한 타이밍의 또렷한 사물을 찍고자 함은 아니었다. 오히려 늦은 타이밍이 더 마음에 들었다.
… 사진의 우연성이 백분 발휘되고 있었다…

우주선에서 맹폭을 하는 그림이 연출되었다. (거리계가 헤매는 바람에)
그러나 자동으로 맞추어 놓은 ISO(감도)는 밤이라는 이유로 여지없이 최고의 감도로 올라갔고, 달리는 차 안에서 흐르는 사진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많이 흔들리지도 않았고, 모래알을 뿌려 놓은 듯한 거친 입자성에 또 한번 실망했다. 물론 수동으로 전환하면 되었겠지만 그렇게 찍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만큼은 모든 것이 우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
카메라 렌즈 부위가 더러워진 듯하여 손으로 문질러 주고 찍었더니 강한 불빛들이 옆으로 길게 갈라지며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문질러 주니 빛이 두 방향으로 갈라진다. 마치 ‘크로스스크린 필터’를 껴 놓은 듯한 효과가 나타났다.

사이드 미러에 내 모습이 보인다.










평상시에 귀가길엔 전철을 이용하거나 자가운전을 한다. 술을 마신 날은 택시를 이용한다. 그날은 술은 마셨지만 일찍 파장하는 바람에 정신이 살아 있어 차창 밖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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