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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를 3년 정도 출입한 덕분에 그쪽 지인들과 아직 연이 닿는다. 며칠 전에 지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방송인 김구라씨 연소득이 얼마나 될까가 화제에 올랐다. 최근 그의 이름을 딴 상품(오징어류의 술 안주인데 상품명에 '씹는다'는 표현이 들어간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국진씨가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국진이빵'이란 게 등장한 것과 비슷하다.정확히 따져보진 않았지만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딴 상표는 김국진씨 이후 김구라씨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김구라씨가 이 상품으로 매월 벌어들이는 로열티 수입은 대략 1000만원을 웃돈다고 한다. 이 상품 하나로만 연봉 1억2000만원을 거뜬히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세금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드라마 한 편 출연하는데 수억원을 받는 스타급 연예인과 비교하면 김구라씨가 받는 돈이 그렇게 커 보이진 않는다.게다가 따지고 보면,김구라씨가 얼마를 벌든 사실 우리에게 뭔 상관이 있겠는가?
궁금한 것은 딴 데 있다. '김구라씨의 '씹는 캐릭터'가 뜨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사회가 이를 수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흔한 답변이 될 수 있겠으나 김구라씨의 성공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란 게 내 생각이다. 첫번째는 금기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김구라씨의 화법은 늘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있다. 뒤통수가 아니란 얘기다. 김구라씨가 라디오DJ로 '음지'에서 주가를 날리던 시절보다는 약해졌지만 그는 연예인의 치부를 공격하는데 간접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그의 화법은 여러모로 웹을 종횡무진하는 블로거들을 닮았다. 그들은 대통령을 비롯 권력,금기,권위 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공격하고 비판한다.
김구라씨의 이름을 딴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를 뭔가를 씹고 싶어하는 요즘 세태도 그의 성공에 한몫하고 있다.도덕 교과서같은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내게 생긴 문제를 나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서 찾는 일이 너무나 당연치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미국발 금융 위기 등 개인으로선 예측하기도 감당하기도 힘든 외부 변수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사회가 커질수록 외부 환경은 개인의 삶을 옭아매고,그 안에 있는 개인들은 늘 불만에 차 있기 마련이다.
현상은 이럴진대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에 대해선 영 개운치가 않다. 따지고 보면 김구라씨의 화법은 악플과 비평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악플러들처럼 익명에 기댄 살인자는 아니다.그렇다고 명징한 근거로 칼을 잡은 비평가도 아니다. 그의 말은 소비되지만 남는 게 없다.
때로 가벼움이라는 것은 무거움에 짓눌린 이들에겐 욕구 해소의 통로가 된다.힘든 일을 당할수록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일을 찾듯이 말이다.하지만 가벼움에만 익숙한 이들에게 김구라씨의 직접화법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말이 지나치게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경박함이 당연히 여겨지는 시대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라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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