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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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꽃길따라 걷는다. [여백]

태풍이 몰고 온다는 비

비는 내리지 않고 무더운 느즈막한 토요일 오전

산행은 취소됐고 별로 할 일도 없다. 집안에 있으면 갑갑하다.

일단 집을 나서 안양천으로 간다. 산에 가지 않으면 주로 가는 곳이다.


낮게 깔린 구름이 햇볕을 차단했지만 덥기는 마찬가지다.

천변을 따라 간다. 더운 날씨 탓인지 휴가철이라 그런지

안양천 뚝방길은 한산하다. 가끔씩 자전거가 지나 갈 뿐이다.


안양천 고수부지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지난 폭우가 휩쓸고 상처를 딛고

일어선 꽃들이 이쁘다. 쓰러진 몸을 추수르고 하늘을 향해 꽃을 피고있다.

그래서 더 곱게 보인다. 하지만 벌과 나비가 별로 없다. 입추가 지났지만

고추잠자리도 많지 않다. 코스모스만 잔바람에 한들거린다.

태풍이 밀고 온 먹구름이 관악산을 덮고 있다.

내려야 할비는 내려야 한다. 올듯말듯한 날은 습도가 높아 짜증만 난다.

컴컴한 관악산을 바라보면서 꽃길을 따라간다. 아주 천천히 걷는다.

바쁠것도 없다. 비가 내려도 좋다. 그대로 맞으면 된다.


천변을 따라 간다. 나무텐트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햇볕이 쨍쨍한 날도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 뚝방에 외래종인 환선덩굴이 주인행세를 한다.

그 틈에 꼽사리 낀 박주가리가 피여있다. 솜털이 보송한 꽃 주위엔

이름모른 곤충이 긴 빨대를 들이대고 꿀을 빤다.

빨대 기술이 대단하다.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빙빙돌며 서 있다.

제자리에서 비행하는 헬기같다.

층층이꽃이 곱다. 덩굴속에서 살아 남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층층이꽃이여~ 굿굿하게 자기땅을 지켜라.


꽃속의 아파트가 멋지게 보인다. 꽃이 있어 행복한 집.

저 곳에 누가 사는가. 꽃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이다.


코스모스 길을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서~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이어진다. 코스모스와 함께~


천변에 핀 꽃. 작은 자귀풀이다.


각양각색의 코스모스

그리고 금계국 

안양천 고수부지에 끝없이 이어진다.

초록의 풀밭에 별들이 빛난다.

울긋불긋 불을 밝히고~


목화밭이다. 추억속의 목화다.

도심속에 하얀 솜이 만들어지는 목화열매. 어릴적엔 미영이라고 불렀다.

이름이 맞긴 하나.

아주 작은 하얀꽃이 지천에 널려 있다. 누구도 관심이 없는 들꽃이지만

렌즈에 담아 본다. 한련초가 이쁘다.


강아지풀과 먹구름 그리고 빌딩숲

한여름에 정적이 흐른다.


안양천
posted at 2009/08/09 17:07: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봄날은 간다 [여백]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1947~ )***

 

입하(立夏) - 곽효환



담장 너머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산 너머 봄이 머물다 가면

손톱 끝에 봉선화 꽃물

대롱대롱 매달려

아스라이 져 가는데

노을빛 고운 저녁 무렵

바람을 타고

작은 그리움이 큰 그리움을 부른다

작은 슬픔이 깊은 슬픔을 부른다


그리고 혹은 그렇게

여름이 왔다



***곽효환(1967∼ )***

 

담장 너머 꽃이 뚝뚝 떨어지고

무수한 햇살이 한 묶음으로 달려든다.

봄은 가고 여름이 오나 보다.



 

 

봄날은 간다, 김종철
posted at 2009/05/06 23:00: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느리게 사는 마을 고성 상족암항 [여백]

한려수도를 한눈에 내려다 본다

해면의 넓은 암반에 파도가 부셔진다

들고 나는 바닷물로 기암절벽이 만들어지고

산 전체가 층층단애로 되어 있다.

바닷물이 들고 빠지고

고깃배 왔다 갔다

갈매기 쉴새없이 난다.

해가 떴다 지면 달이 뜨고

이곳은 시간이 느리게 간다.


지금은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

출근길 버스를 타기위해 달리고

횡단 보도에 파란불이 켜지면 뛰어가는 바쁜 삶

현대인들은 이렇게 시간과 경쟁하듯이 산다.


도시민들은 늘 지쳐있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느리게 사는게 몸도 맘에도 좋다고 한다.

그런 곳이 바로 고성 상족암이다.


고성 상족암항의 공룡공원

암벽 깊숙이 동서로 되돌아들며

암굴이 뚫어져 있다.

곡회로 뚫린 이 굴주위에

기묘한 바위들이 많다.

평화로운 어촌마을 상족암항

외지인만 바쁘다.

주어진 시간에 보고 가야한다.

시간이 느린 곳에 왔지만

인생이 맘대로 안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 전문.


그래 너의 이름을 참꽃이라 불러주마

봄의 꽃 동백이라 불러준다.

시간이 느린 곳

고성 상족암항

그래 행복은 얼마나 얻었는가


 

상족암항, 느린삶
posted at 2009/03/19 22:56: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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