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해동 용궁사의 풍경소리 [여백]

 

용궁사의 밤



파도소리 철석 철석 밀려오는 용궁사에

수도승의 염불인가 용녀의 하소연인가

백팔계탄 석불전에 슬피우는 여인은

꿈같은 첫사랑도 떠나버린 그 사람도

속세여 다 묻어놓고 백일정성 올리는데

아~아~ 용궁사에 풍경소리 나를 울리네.


작사 정암스님 노래 최유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바람에 우산을 내리친다.

거친 파도는 갯바위를 덮치고 용궁사의 풍경소리를 단숨에 삼켜 버린다.

비가 내리는 용궁사에 풍경소리는 없다.


산중 깊은 곳에 있는 사찰과 달리 바닷가의 해동 용궁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해동 용궁사는 한국의 3대 관음성지다.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루어

그 어느 곳보다 신앙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부산 기장에 위치한 용궁사는 1376년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했다.



 

 

좁은 길 양쪽에 가게를 나오면 십이지상이 우뚝 버티고 있다.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 방문객을 무심히 쳐다 본다.

일단 용궁사 입구에 들어선다.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파도가 보이는 절인데 안개속에 흐리다.


춘원 이광수 선행은 용궁사를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바다가 좋다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여기곳 선경인가 하노라.

 

 

절로 들어서기 전에 우측으로 난 좁은 길을 간다.

일출 보기 좋은 곳이다. 비바람에 파도는 거칠고 갯바위는 미끄럽다.

일출 보러 가는 길에 이런 노래가 있다.

내일은 해가 뜬다란 귀에 익은 노랫가락이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궂은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안는가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활짝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용궁사 앞바다에 해가 뜬다.


인생(人生) 1999년 1월 1일 아침


 

 

갯바위에 있는 관음상이 애처롭다.

파도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한발 내 밀면 풍덩이다.

바다와 육지가 종이 한 장 사이에 외롭게 서 있다.


매일 아침 떠 오르는 태양을 보고

또 지는 해를 이곳에서 본다.

한 곳에서 시간의 수레바퀴를 읽는다.


오늘은 비를 맞고 내일은 눈을 맞으면서 말없이 서 있다.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탓하지 안한다.

불자들의 마음을 보듬고 세상을 관조할 뿐이다.

용궁사.부산
posted at 2008/05/27 10:14: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부산 하루에 둘러보기 [여백]

 

부산역에 도착하니 비가 손님을 맞는다. 서울에서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한 열차는

우리 네가족을 부산역에 10시 20분에 내려준다. 하지만 들뜬 기분을 한순간에 망가진다.

전혀 반갑지 않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넙죽 인사한다.

세차게 내린 비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빠르게 재촉한다.


당일치기로 부산여행은 비와 함께 시작한다.

일정은 행동 용궁사를 들러 해운대와 동백섬 그리고 부산의 명물 자갈치시장을 둘러 보는 것이다. 일단 버스는 광안대교를 지나 기장에 있는 용궁사로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 세차게 내린다.


일기예보는 아침에 비가 내리고 오후엔 갠다고 했는데…

역시나 빗나갔다. 하루 종일 빗속의 여행을 마치고 상경하기위해 부산역에

도착하니 언제 비가 내렸느냐 식으로 갠다. 야속한 하루 일정이다.


 

 

해동 용궁사에 당도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세찬 빗줄기는 갈길을 막는다.

시간은 11시 20분이 넘었다.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을 샌드위치 한 개로 해결했으니 배가 고플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도 비는 주룩주록 여행객을 괴롭힌다.

여행지 어디를 가는 좁은 골목에 음식과 기념품 가게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니 12지상이 맞는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바지는 이미 젖었다. 신발도 젖어 질퍽 거린다.

바닷가의 용궁사 풍경을 담을 수가 없다. 비 때문에…

이곳 저곳 구경하며 우산 받혀 들고 카메라에 담기 힘들다.


철석 거리는 파도소리를 담지 못했다. 그림은 멋진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아쉽지만 대충 담고 뒤돌아 선다. 여행객의 아쉬움을 남겨 두고 해동 용궁사를 떠난다.

 

 


해운대 모래사장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환상이다.

세찬 비는 야속하게도 계속된다. 일단 아쿠아리움으로 갔다.

코엑스에도 63빌딩과 별반 다르지 않는 닮음꼴 전시장이지만

빗속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걷기엔 너무도 부답스럽다.

무수히 많이 봤던 그 모습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와서 해변을 걷는다.


비바람에 우산은 춤을 추고 빗방울은 머리만 빼고 온몸을 적신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사장에서 알알이 부서진다. 야~ 멋지다.

빗속에 걸으면서 맛보는 해운대 해수욕장이다. 저 건너 동백섬과

조선 비치호텔이 보인다.


비만 내리지 않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걸어서 가고 싶다.

우리 네가족 손잡고 동백섬까지~


 

 

동백섬엔 동백꽃이 없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여 동백섬이라는데…

바닷가 소나무 숲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비에 젖은 나무계단은 미끄럽다.

한계단씩 내려가면서 바다 풍경을 담는다.


저 앞에 여객선이 지나간다. 소나무 사이에 들어 온다.

그림이 딱인데 우산 때문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당겨 본다.

철썩거리는 파도는 갯바위에 부딪치면 시원한 소리를 낸다.

쏴~와~  막힌 가슴이 확 뚫린다.


여기가 조용필의 노래에 나오는 동백섬이다.

섬은 섬인데 육지와 맞닿은 곳. 뱃고동 소리도 소라의 이야기도 안들린다.

지금은 바람소리와 소나무에 맺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린다.


 

 

동백섬에서 바라 본 해운대가 바로 저기다.

긴 팔 펼치면 닿을 듯 가깝지만 하다. 저기서 여기까지 걸어오면

한편의 시가 될 텐데~ 못내 아쉽다.


수많은 사연을 담고 실려 온 파도는 갯바위에 부셔진다.

하얀 포말을 이루고 철썩 소리를 내면서~

오늘의 시를 남긴다.


비가 내리고 해무가 살짝 번져 조망이 별로다.

저 건너편의 오륙도도 희미하게 보인다. 모두 비 탓이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도 아롱곳하지 않고 모두 둘러 본다.

산책로를 따라서 등대를 지나 루니마루로 간다.


 

 

 

동백섬의 또 하나의 전설이 된 루리마루.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정상들의 회의장을 둘러 보고

한복 입고 찍은 촬영장소까지 들러 본다. 현대적 건축물에 한국미가 돋보인다.

창살의 문도 천정의 무늬도 전통미를 살렸다.


루리마루를 바로 앞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오륙도는 해무속에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도 모두 희미하다. 비가 갈 길을 재촉하고 시계가 채찍질 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수박 겉핥기다.

동백섬 건너편에 우뚝 선 아파트를 뒤로 하고 자갈치 시장으로 간다.


 

 

부산의 대표적 시장인 자갈치. 생선의 백화점이다.

오후 4시 40분에 자갈치 시장에 들어섰다. 부실한 점심 때문에 허기진다.

날씨 탓으로 군것질도 못했다.


회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시장을 둘러 본다. 현대와 옛풍물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길거리에 좌판에 생선을 파는 곳과 현대식 건물안에서 파는 자갈치.

매스컴에 많이 본 먹자골목은 또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정해진 코스따라 부산 시티 투어를 마치며

하나씩 블로그에 올린다.



부산, 해운대, 자갈치시장, 용궁사
posted at 2008/05/25 14:03: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벌과 유채꽃의 사랑 이야기 [여백]

 

벌이 달려든다. 유채꽃이 파르르 떤다.

떠나 갈려는 마지막 꽃잎을 붙잡는다.

막무가내다. 붙잡고 놓지 않는다.

가지 말라고 말한다.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5월

유채꽃은 힘이 없다.

꿀도 없다.

벌은 그래도 좋다고 한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은 가고 있었다.


안도현의 봄날은 간다 중에서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이형기의 낙화중에서


 


꽃이 떨어지듯이 봄날은 간다.

허허롭게 봄은 간다.

꽃 피고 지고 세월이 빠르게 간다.

너무나 빠름속에 느림은 없다.


 


꽃도 봄도 잠깐이다.

모든 것이 빨리 빨리다.

좀 천천히 가자

달팽이 처럼…


, 유채꽃, 달팽이
posted at 2008/05/21 17:46: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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