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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으로 짙푸른 한여름이다. 비가 오락가락한 토요일 오후
만 산은 못가고 가까운 도덕산으로 간다.
도덕산은 착한 산이다. 켜켜이 쌓인 능선의 파노라마는 없지만
나무가 있고 꽃길이 있다. 그래서 참 좋은 곳이다.
나무숲은 땡볕을 막아준다. 산 정상을 지나서 한바퀴 돌아도
햇볕 걱정 안해도 된다. 그만큼 나무숲이 깊다.
새소리도 맑다. 나무가 많으면 새들이 모여든다.
다양한 새소리가 들린다. 거기다가 꽃도 철따라 가면서 새얼굴이 나타난다.
팔월의 한여름 첫 만남은 사위질빵이다. 붉은 배롱나무도 전성기다.
무릇에서 노란 짚신나물 그리고 며느리밥풀까지 식생이 다양하다.
오전에 검은 구름이 잔뜩 덮고 있더니 어느새 파란하늘이 나온다.
입추도 지났으니 가을로 접어든 셈이다. 푸른하늘 사이로 흰구름은
높게 보인다. 여름은 끝나가고 가을이 오는가 보다.

도덕산에서 첫 만남은 사위질빵이다. 하얀꽃이 무더기로 피여 있다.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했다. 처갓집에 온 사위가 지게를 지고 일을 하게 된다.
장모는 사위의 허리가 염려되어 지게 끈을 가는 덩굴줄기로 바꿨다.
짐이 무거우면 끈이 끊어지도록 몰래 배려한 것이다.
그 사위질빵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팔월의 칡이 힘이 넘친다. 줄기는 사방팔방으로 뻗어가고 꽃향도 그윽하다.
칡은 사실 숲의 무법자다. 나도 칭칭 감고 올라가서 온통 자기세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칡의 꽃은 그래도 이쁘다. 거기다가 향도 좋다.

도덕산에 며느리밥풀도 보인다. 빨간색에 하얀쌀이 들어 있는 꽃
며느리밥풀도 전설이 전해진다. 가난과 며느리 그리고 시어머니 사이의
이야기다. 누구나 짐작이 가는 뻔한 내용 아닐까.

첫 오르막에서 만난 하얀 꽃뭉치. 겉모습이 뚝갈처럼 보이는데…
이름은 등골나무이다.

수풀속에 곱게 핀 무릇이다. 보라색이 참 이쁘다.
군락지를 형성하고 핀 맥문동과 비슷하다.

여름은 열매의 계절이다. 산딸기 먹은지가 언제인데 이제 꽃을 핀다.
철지난 꽃 아닌가. 팔월에 핀 산딸기꽃이 곱기도 하다.

바위틈에 핀 하얀 꽃은 무슨꽃인가. 무리지어 있지만 이름을 모르겠다.

층층이 꽃도 한창이다. 키도 작은게 흔들려 꽃이 흐리다.

도덕산에 이름 모를 꽃이 많다. 너는 또 뭐냐.

짚신나물 생명도 길구나. 언제 핀 꽃인데 아직까지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네.

은은한 향이 진하다. 혹시 네 이름이 박하인가.
아니요. 쉽싸리인데요.

흰구름이 파란하늘에 수 놓고 있다. 도덕산 산행은 길어야 세 시간이다.
작정하고 돌면 더 빠른 시간에 끝나지만 말이다. 더운 날 느릿느릿하게
산책하는 맛도 좋다. 마눌이와 함께 도덕산 한바퀴 돌았다.
땀도 제법 흐른다. 나무가 햇볕 막아줘 좋다. 길섶엔 꽃과 버섯들이 심심하지
않게 한다. 새소리에 귀도 맑아진다. 도덕산의 짧은 산책은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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