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낙엽의 계절 [여백]

낙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레미 드 구르몽(1858~1915) '낙엽' 모두 

 

가을 노트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낙엽, 가을 노트
posted at 2008/11/24 23:41: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걷고 싶은 낙엽길-정동 그리고 남산길 [여백]

가을은 어디쯤 가고 겨울은 어디쯤 왔는가?

스치듯이 지나가는 단풍

한줄기 바람에 휘익~ 낙엽이 된다.

간다고 이별도 없이 떠나가는 가을

그렇게 소리도 없이 가고 오는가.


노란물결은 듬성듬성 흠이 보인다.

이화여고 교문의 수호신 은행나무

올해도 몇 번째 단풍을 남기는가.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마냥 신났다.

정동길 창덕여중으로 들어가는 길목

은행나무가 아직도 곱다.

숙북히 쌓인 황금물결의 은행잎

올해도 그렇게 흘러 간다.

창덕여중 뒷길

사람다닌 흔적이 없어 은행잎이 정갈하다.

밟힌 자국이 없다.

늘 깨끗한 모습으로 잇었으면 한다.


남산 소월길의 은행나무

이곳도 바람에 우수수~

햇볕에 반짝 거린다.

작은 노란 은행잎과 손바닥보다 큰 플라타나스 붉은잎

황금밭에 붉은 점을 꾹꾹 찍어놓은 듯 보인다.


찬바람이 부는 날

노란융단을 밟고 걷고 싶다.

은행잎이 이불처럼 바닥을 덮고 있는 곳

남산의 소월길을 터벅터벅 걷고 싶다.

이 가을에 정동길과 소월길에서 뒹굴고 싶다.

수북한 은행잎이 폭신하다.

맨발로 걷고 싶다.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걸어가고 싶다.

노란물결에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햇볕에 노랗게 빛난다.

여기는 남산 소월길이다.

이 보다 아름다운 은행나무 나와 보라고 해!


가을이 스산하다.

하나 둘씩 떨어진 낙엽

나무계단에 쌓인다.

바람이 불때마다 뒹군다.

낙엽이 있는 배재공원

치우지 않은 낙엽의 아름다운 운치

호젓한 직장인들의 산책길을 빛낸다.


가지가지 사연이 깃든 낙엽

빨갛고 노랗고

색깔도 모양도 모두 다르다.


문화일보 뒤편에 있는 조각상이다.

끝자락의 가을

정동과 남산 그리고 배재공원

낙엽을 밟으며 걷고 싶다.


 

낙엽길, 정동, 남산길
posted at 2008/11/18 22:00: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그대에게 가고 싶다 [여백]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개 띄어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잇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안도현.가을
posted at 2008/10/22 14:05: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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