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아름다운 삶 [여백]

삶이 힘들다고 말하지 말라

난 시멘트벽 틈에서 한여름 땡볕을 견뎠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초가을

아직도 꿋꿋하게 산다.

너무 늦었다고 세월 탓하지 말라

난 여름에 싹을 틔워 가을에 꽃을 피웠다.


늦어다고 생각할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잎이 떨어질 무렵에 노란꽃도 아름답지 않는가.


삶이 척박하다고 환경 탓하지 말라.

난 돌틈에서 꽃 피고 씨앗까지 맺었다.


세상에 만족스런 환경은 없다.

주워진 여건에서 아름다운 삶을 찾는 것이다.



 

posted at 2008/10/15 17:13: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세월의 벗 [여백]

깊은 주름살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준다.

층층이 골 깊은 삶의 여정

인생의 길목에 놓인 고통과 번뇌의 걸림돌

수 많은 것이 쌓이고 쌓인 주름살이다.


삶 속에 행복과 불행이 교차할 때마다

견디기 힘든 시간을 스스로 내려 놓아도

버섯처럼 주름살은 하나씩 늘어나

겹겹이 얼룩진 오늘의 얼굴이 되었다.


남산 등산로에서 만난 주름진 버섯

베어진 참나무 밑둥의 척박한 환경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상이다.


실패와 고통의 연속인 삶

생의 난관을 뛰어 넘어

아름다운 광경을 만든 주름 버섯

인자한 할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지난 여름 땡볕을 이겨내고

수 많은 방해물을 건너 뛰어

곱게 피어난 주름살에서

인생의 연륜이 느껴진다.


삶 속에서 만난 걸림돌과 주름살

돌부리를 뛰어 넘으면 되레 디딤돌이 되고

고운 주름살은 인생의 멋과 풍요를 상징한다.

당신의 주름살은 세월의 덫인가? 세월의 벗인가?

참나무에서 흔히 군생하는 구름버섯

운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서울 남산의 숲속 오솔길

작은 등산로에서 담은 사진이다.


 

남산, 구름버섯, 세월
posted at 2008/10/14 17:34: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운주사, 가을비-르클레지오 [여백]

 

운주사, 가을비-르클레지오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 분이었으나 한 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 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 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서울거리에 

젊은이들, 아가씨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무언가를 사고팔고,

만들고, 창조하고, 찾는다.

운주사의 

가을 단풍 속에

구름 도량을 바치고 계시는

두 분 부처님을

아뜩 잊은 채


찾고 달리고

붙잡고 쓸어간다

로아*의 형상을 한 돌부처님

당신(堂神)을 닮은 부처님

뜬 눈으로 새는 밤

동대문의 네온 불이

숲의 잔가지들 만큼이나

휘황한 상점의 꿈을 깨실까?


세상 끝의

바다 끝의

분단국

겁에 질려

분별을 잃은 듯한 나라


무엇인가을 사고 파는

점을 치고

밤거리를 쏘다닌다

서울이 불 밝힌 편주(片舟)처럼 떠 다닐때


고요하고 정겨운

인사동의 아침

광주 예술인의 거리

청소부들은 거리의 널린 판지들을 거두고

아직도 문이 열린 카페에는 두 연인이 손을 놓지 못한다.


살며, 행동하며

맛보고 방관하고 오감을 빠져들게 한다

번데기 익는 냄새

김치 

우동 미역국

고사리 나물

얼얼한 해파리냉채

심연에서 솟아난 이 땅엔

에테르 맛이 난다.


바라고 꿈을 꾸고 살며

글을 쓴다.


세상의 한 끝에서

사막의 한 끝에서

조명탄이 작열하며 갓 시작한 밤을 사른다.


갈망하고 표류하고

앞지른다

간판에 불이 들어 온다

숲의 부러진 나뭇가지들 처럼

나는 여기서 휘도는 바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 속으로 회색의 아이들을 눕히는 바람에 대해

매운 사막의 관위로


기다리고 웃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고 사랑하다

서울의 고궁에

신들처럼 포동포동한

아이들의 눈매는 붓끝으로 찍은 듯하다


기다리고 나이를 먹고 비가 온다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 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르 클레지오 2001년 10월 22일


*로아의 신

 곧은 콧대에 반원형 눈썹을 한 긴 얼굴의 이 아프리카신

 아이티를 거쳐서 한국 불교 평상심속에서도 발견된다.


프랑스의 대표소설가로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한파로 알려진 그의 대표작은 조서,사막,혁명 등이 있다.

한국 독자엔 황금물고기로 잘 알려졌다.


저자가 2001년 대산문화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운주사를 찾았다

운주사(雲住寺)는 전남 화순에 있는 절이다

2001년 이맘때 운주사에 비가 내렸나 보다.

가을비가 내리는 산사을 걷으며

그 곳에서 천불탑의 경이로운 전설을 듣고 시를 남긴다.

바로 운주사, 가을비다.



운주사.르클레지오, 노벨문학상
posted at 2008/10/13 11:37: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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