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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암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자운암은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다.
정확히 공대 뒤편의 산에 자리잡고 있다. 관악산에 갈 때면 주로 이 능선을 이용한다. 일단 접근성이 좋다. 또 다른 이유는 한산하다.
서울대 입구에 주차장에 차를대고 호수공원을 지난다. 하늘은 쪽빛이다.
깊고 투명한 하늘 기슭으로 구름 한 조각이 흘러간다.
추석인지라 산객도 별로 없다. 공대를 지나서 자운암까지 30분 걸린다. 자운암을 지나면 바로 비탈이다. 암벽길이다. 처음부터 비탈이라 헐떡 거린다.
작고 긴 암릉이 이어진다. 한지만 관악산의 암벽은 위압적이지 않다.
고분고분하고 부드럽다고 할까. 하지만 암릉길은 조심해야 한다.
칼날같은 바위길은 삐끗하면 낭패다. 산행은 안전이 제일 우선이다.

오늘산행은 아들과 마눌이 그리고 나 셋이다. 시간이 10시 30분이니
자운암에서 팔봉을 지나면 오후 3시까지 마칠 계획이다. 암릉을 지나면서
헐떡거리는 모습이 시간 안에 끝날지 의심스럽다.
첫 산행에 나선 아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 붙어 안심이다. 바위길을 지난다.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가을꽃은 역시 구절초다. 구절초는 흰색이 주종이다.
간간히 자주색을 띈 것도 보인다. 노란 산국도 얼굴을 내민다.
산국도 가을꽃의 대표종이다.
암릉에 자주색 산부추가 있다. 참 대단한 식물이다.
암벽틈에 붙어 있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살면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사람도 시련을 당하면 더 강해진다는 것처럼 이 꽃이 그런 것 같다.

가을이 익어가는 자운암능선을 올라선다. 제3왕관바위 표지판이 나온다.
절개지 같은 모래밭에 노란꽃이 보인다. 작년 이맘때 본 미역취다.
헐벗은 비탈길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단지 존경을 표할 뿐이다.
이곳을 지나면 작은 암릉길이다. 울퉁불퉁한 암벽을 잡고 오른다.
오르막이 짧지만 한눈 팔면 추락이다. 사포처럼 생긴 바위가 미끄럽지 않다.
손잡고 오를만한 곳이다. 적당한 긴장과 스릴을 즐길수 있는 길이라 좋다.
이런 바위지대는 통신탑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통신중계탑 앞에 이르면 완만한 길이다.
여기엔 보라색 꽃향유가 지천이다. 절개지 풀숲에 꽃향유가 곱다.
풀잎은 말라가는데 꽃향유의 향이 진하다. 꿀 찾는 벌들이 모여든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잠시 쉰다. 힘들게 올라 왔으니 간단한 간식으로 목을 축인다. 도시락은 없다. 대신에 약간의 송편과 캔맥주 그리고 찐밤이다.
꽃향유 앞에서 삼성산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카~ 시원하다.
드디어 정상이다. 662m 정상석에서 아들이 인증사진을 담는다.
철퍼덕 앉는다. 대학생이면 좀 품격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에도
힘들다며 주저 앉는다. 잠깐 한 장 담고 하산이다.
말만 하산이지 오르고 대림이 반복된다. 헌데 이 녀석은 게속 내려가는 길인줄 알았는가 보다. 말바위를 지나서 칼날능선의 오르막 그리고 팔봉의 오르고 내림의 반복에 계속 중얼거린다. 왜 하산인데 오르막이 많은가에 대한 항변이다.
쉬운 길이 있으면 어려운 길이 나온다. 인생 길도 마찬가지인 것을…
전망대에서 연주대 불꽃바위를 배경으로 또 한 컷 담는다. 이 곳은 사진 촬영명소다. 누구나 오면 사진을 찍게 되어 있다. 불꽃바위에 가을색이 완연하다. 암벽에 붙은 붉은 단풍나무의 색이 곱다.

말바위능선으로 간다. 이 길도 암릉이다. 교차하는 산객들이 늘 붐비는 곳이다. 오늘은 한산한 편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쉽게 말바위능선을 지난다. 숲에 덮힌 연주암이 지붕만 보인다. 초록색 바타에 검은색만 살짝 보인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붉은색에 검은 기와만 보일 것이다.
칼바위에 오른다. 아주 가파른 곳이다. 바위가 미끄럽지는 않다.
산행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산객들은 우회로보다 이 길을 오른다.
말바위의 시원한 조망과 연주암의 고즈넉한 풍경이 일품이다.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길목에 막걸리를 판다. 물론 컵라면도 있다.
아들녀석이 컵라면 먹고 싶다고 한다. 간식 먹은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컵라면 타령이다. 어쩔수 없다. 팔봉가는 길목에서 먹기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칼바위를 지나서 팔봉으로 간다. 빨간단풍이 역광을 받아 때깔이 곱다.
감국과 쑥부쟁이도 어우려져 가을색을 뽑낸다. 한적한 팔봉으로 들어선다.
늘 붐비던 길이 한산하니 가는 길이 싱겁다. 역시 등산로는 적당하게 산객이 있어야 한다.
팔봉으로 길목의 주막. 일단 컵라면 두 개를 주문했다. 하나에 3000원이다.
나는 산행하면서 먹지 않는다. 간단한 간식이 있으면 족하다.
허나 식구들과 동행하니 배려가 필요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먹고 싶다면 먹어야지 않는가.

컵라면 먹는 구경만할 수 없어 막걸리 한잔 마신다. 한잔에 2000원.
막걸리는 금새 끝난다. 컵라면은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다시 한잔 추가한다. 컵라면과 막걸리를 마시고 다시 팔봉으로 간다.
여덟 개의 봉우리를 넘고 넘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암릉이다. 재미가 쏠쏠하다. 산객이 뜸하니 여유를 멋대로 부려도 된다. 가다가 힘들면 쉬면 된다. 걸리적 거리는 것도 없고 방해할 사람도 없다. 부부산객을 따라간다. 그런데 길이 이상하다. 아래 불성사가 보인다.
헉 이 길은 육봉으로 가는 길이다. 길잡이가 인도를 잘못했다고 아우성이다.
아들과 마눌이의 핀잔을 들으며 다시 되돌아 온다. 팔봉으로 접어든다.
이 길은 암릉지대다. 가파른 내리막과 오르막의 반복이다.

왕관바위가 보인다. 하산지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왕관바위는 보는 위치따라 다르게 보인다. 손가락바위라고도 한다. 무너미고개서 올라오다 보면 손가락이다. 모든 사물은 보는 곳에따라 다르게 보인다. 위치따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한다.
산의 우열도 가르는 것은 어리석다. 보는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관악에 오면 관악이 좋다. 북한산에 가면 또 북한산이 좋은 것이다.
누구는 관악산이 약수터가는 앞산이되고 뒷산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산을 놓고 좋다 나쁘다고 말한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무너미 고개로 접어든다. 계곡에 물이 한방울도 없다.
바짝 말라 버린 계곡을 지나서 서울대 입구로 간다.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었다. 호수공원의 분수가 시원하다. 햇볕에 반사된 작은 알갱이가 빛을 발한다.
가을 하늘에 수를 놓는다. 추석날 관악산 가족산행을 축하해 준 듯 하다.

일시:2009년 10월 3일 관악산 동행;마눌이와 아들 그리고 나
코스:서울대 입구-자운암-정상-말바위능선-팔봉-무너미고개-서울대입구
(오전 10시30분 산행시작 하산 오후 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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