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호랑나비의 춤사위 [사진]

주인떠난 자리가 너무 큰가 보다.

고향의 밭은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세월이 한 두해 지나고

이제 묵정밭으로 남는다.


어느새 밭은 잡초만 무성하고

주인은 떠났지만

옛 정이 그리워 익모초는 꽃향을 날리며

가을소식 기다린다.

잡풀 속에 파묻힌 묵정밭

익모초가 익어간다.

빨간 꽃술을 날름거리며

가을의 엽서를 띄운다.


앗싸 호랑나비가 신이 났다.

잡초만 우거진 주인없는 밭

그곳에 진한 꽃내음

호랑나비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꽃향과 가을 사랑에 취한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

살랑거리는 바람에 꽃향은 멀리 날아간다.

곱게 차려 입은 호랑나비

멀리서 날아 든다.

또 한 마리가 날아든다.

나비무늬가 더욱 곱다.

꿀향이 진한 꽃밭에서

데이트 신청을 한가 보다.


러브콜이 성사된다

사랑은 번개불에 콩을 볶듯이

둘은 더욱 가까워 진다.

그리고 하나가 된다.

햇볕은 더 뜨거워지고

가을은 깊어만 간다.

나무잎은 하나 둘씩 물이 든다

세월의 덫에 향기 진한 익모초도 시들고

호랑나비는 긴 여행준비를 한다.


 

호랑나비, 익모초, 고향
posted at 2008/09/17 17:15: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가을이 영그는 고향마을 [사진]

세월은 말없이 흘러가도 가을이 옵니다.

사람은 옛 사람이 아니지만 꽃과 열매는 그대로입니다.

잠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은 임대기간이 끝나면 떠납니다.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하나씩 세상을 등지고

고향은 빈집만 늘어 갑니다.

주인은 먼 여행을 떠나고 없지만

빈집에도 뜰에도 가을은 영글어 갑니다.

시간은 속이지 못한가 봅니다.

인간도 자연도 세월의 무게는 무거운가

너무나도 이른 추석이지만

고향집 담장의 감나무는 빨갛게 물들어 갑니다.


여름같은 무더운 추석

때는 이르지만

과일들은 곱게곱게 익어갑니다.

밤나무은 아직 새파랗네요.

익으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밤송이

벌어질려면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자연의 법칙은 빈틈이 없지요.

밤송이가 저절로 벌어지고

벼도 고개를 숙이지요

인간사회도 그런 세태가 됐으면 합니다.


텃밭의 고추가 붉게 익어갑니다.

고추는 철이 끝났지요

하지만 늦둥이 고추는 이제야 붉어집니다.


가지도 자주색을 뽐내고 있네요

잘 생긴 몸매

축 늘어 뜨리고 뜨거운 가을 햇살을 즐깁니다.


동네 돌담장에 무화과

철이른 가을 보여 줍니다

이맘때면 먹음직스런 무화과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마을초입 울타리에 석류 두 그루

석류열매가 빨갛게 익습니다.

두 형제가 서로 경쟁하듯이 영글어 갑니다.


손만 대면 톡하고 터질 듯

부풀대로 부푼 석류

하얀 보석을 언제쯤 쏟아낼까

벌써 궁금해집니다.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콩도 익어가네요.

일반콩의 몇 배나 큰 작두콩

킹콩이라고 해야 할까요.


돌처럼 단단하게 보입니다.

배는 배인데 먹지 못하는 배

산에서 자란 돌배입니다.


익으면 새까맣게 되지요.

어린시절엔 많이 따 먹었지요.

고만고만한 돌배들이 가을소식 전합니다.


고향의 가로수에 단풍이 내렸습니다.

곱지는 않네요.

성한 이파리는 떨어지고

물들은 단풍잎이 가을그림 그리고 있습니다.


이맘때 전성기를 알리는 꽃

꽃무릇이지요

하지만 아직은 아닌듯 합니다.

시간이 빠르다고 하네요.

꽃소식이 좀 기다려야 봅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슬픈 전설의 꽃

꽃무릇이 이제 막 필려고 합니다.

모두 꽃대만 올라 오네요

딱 하나가 꽃잎을 벌리고 있습니다.


붉은 꽃무릇이 피면

고향마을은 불꽃 축제가 되는데

환상의 무대는 뒤로 늦추야 할 것 같습니다.


고향, 가을, 꽃무릇
posted at 2008/09/16 18:53: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고향의 가을편지 [사진]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고향의 긴 이야기를

아침의 빛이 나무사이로 전합니다.


바람만 살짝 불어도 그리운 얼굴들

뒷산의 소나무도

텃밭의 깻잎도

아침이슬도 햇빛에 더 빛납니다.


가을 걷이를 끝난 마을들판

무당벌레와 잠자리는 친구가 되고

지난날의 긴 이야기를 나누며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 합니다.


논 둑에 여귀는

수즙어 빨갛게 물들어 갑니다.

여름같은 추석에

더욱 곱게 몸단장 합니다.


꽃향을 찾은 호랑나비

익모초 꽃잎 열고

꿀따기 쉴 틈이 없습니다.

가을이 너무도 짧음을 알지요.


강아지풀이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가을이 찾아오면

개선장군처럼

이 터널을 멋지게 통과하겠지요.



길섶에 보라색꽃

알알이 곱게 벌어집니다.

층층의 탑을 쌓아

벌과 나비를 열심히 부릅니다.


섬섬옥수 팔을 벌리고

억새풀은 가을의 노래를 부릅니다.

알알이 촉수를 매달고

슬픈 가을의 노래를 부릅니다.


파란하늘에 손을 흔듭니다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 인가요.

억새는 슬픈 눈망울을 굴립니다.

벼는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이고

먼 산자락에 가을이 물듭니다.

양 팔만 벌리고

고향의 가을 한아름 담습니다.


 

고향, 추석
posted at 2008/09/15 16:59:00 트랙백(0) | 댓글(1)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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