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도덕산의 봄소식 [여행]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나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레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 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레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 ‘봄의 소식’ 전문


2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도덕산으로 간다.

관악산으로 가고 싶은데 컨디션이 안좋아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도덕산 공원에 들어서니 새싹들이 움트고 있다.


꿩의비름도 초록의 얼굴을 내민다.

아기의 고사리손같은 귀여운 새순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관목들도 새순이 난다.

새순보다 꽃마울이 먼저 세상에 나온다.

노란 망울이 곧 터질 듯하다.

앙상한 가지에 방울방울 맺힌 꽃망울

산수유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산수유 사촌인 생강나무

꽃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나무

생강나무도 꽃망울이 부풀대로 부풀었다.

조금만 날이 풀리면 꽃잎을 열것이다.


인간세상이든 자연이든

철을 앞서가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선구자라고 하고

자연에선 계절의 전령사라고 한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산꽃

조용한 곳에 꽃봉우리가 물올랐다.

딱 두 봉우리다.

개화할 날을 받아 둔 듯하다.


초록의 융단 이끼

솔이끼가 곱지 않다.

가뭄 탓이다.

메마른 낙엽들 사이에서 초록의 빛을 잃어간다.

딱딱한 땅에서 솟은 새싹

애기똥풀이다.

노란 꽃이 애기똥 같다고

이름도 애기똥풀이다.


응달진 곳에 파란 싹이 돋보인다.

돈나물이다.

수풀과 돌틈에서 꿋꿋하게 한겨울을 버텼다.

이제 제 세상이 온 듯 푸름을 자랑한다.

파란 하늘아래 땅이 메마르다

그래도 앙상한 가지엔

물이 오른다.

봄의 기운이 전달 된다.


저 앙상한 나무가지

까치가 집을 짓는다.

오르고 내리고

봄맞이 집단장이 바쁘다.

둘은 너무 사랑을 했다

떨어지가 너무 싫었다.

두 손을 꼭 잡았다.


오랜시간이 흘렀다.

둘은 떨어질 수 없다.

연리지처럼 가지는 붙어 버렸다.

둘은 하나가 된 것이다.


 

도덕산, 봄소식
posted at 2009/02/27 20:55: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청련사에 봄이 오는 소리 [여행]

강화도 고려산의 청련사

실바람이 불어온다.

300년 거목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며

청련사의 풍경을 흔든다.


남도의 봄은 아직 당도 안했지만

봄시샘 바람은

해마다 이맘때 장난을 친다.

산사의 풍경을 속절없이 흔든다.


거목은 전세를 내주고 있다.

수 많은 가지에 딱 하나

까치에만 세를 놓았다.

까치는 출타중인가 보다.


어제의 바람이 또 흔든다

까치집도 덩달아 흔들린다

거목은 말이 없다

다만 빙그레 웃기만 한다.

절집의 곳간도 비워간다.

지난 가을에 채워둔 항아리

하나씩 비워 가고

새봄에 다시 채워야 한다.


일렬종대의 장독대

절간 살림꾼이 깐깐한가 보다

정리정돈 잘 된 독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다.


세상을 떠나지 못한 열매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봄이 되도록

지난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몸은 야위고 말라 비틀어지고

얼굴은 주름 투성이

벌써 싹이 올라오는데… 떠나지 못했다.

바람이 불어야 시집 가는 신나무 씨앗

모진 칼바람에 실려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떠나지 못했다.

때를 잘 못 만나 노처녀 신세가 됐다.


새들도 만나지 못했다.

새들의 먹이가 되어

땅 좋은 곳에 떨어지면 싹을 띄우는데

봄이 오는데… 인연이 없나 보다.

솔밭의 덤불 속

파란 싹이 돋아 난다.

낙엽을 벗삼아 숨쉬는 노루발

넓은 잎이 모진 바람을 이기고 꿋꿋하다.


봄이 되면

꽃대가 오른다.

잎보다 더 큰 꽃대

노루발을 보고 싶다.


부풀어 오른 가슴

만지면 떠질 듯 부풀어 올랐다

보송보송한 솜털

벌써 봄맞이가 한창이다.


고려산 정상자락

버들강아지의 봄맞이

꽃샘추위가 엄습해도

버들강아지는 익어만 간다.

가뭄에 움츠러든 몸

봄을 빨리 알리는 초록의 이끼

나무에 의지하여 살지만

가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이파리도 없이 나무에 붙어

한평생 낮은 삶을 산다.

비가 안내려 힘이 없어도

초록의 세상을 알리는 전령사다.


지금은 낙엽속에 있지만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만화방창 봄이 온다.

그땐 노란 옷을 입고

온갖 봄의 전령들과 함께 한다.


고려산의 진달래꽃 필 때면

여기 저기서 양지꽃도 핀다.

봄날이 간다고 후회하지 말고

어서들 봄맞이 오라.


청련사에 국화지로 가는 길

거목들에 주눅이 들어

낮고 낮은 자세로

봄날을 맞는다.


잎이 없는 나무 덕분에

봄볕을 독차지한다

잎은 넓고 튼실하다.

귀여운 너의 이름을 모르겠구나.


 

강화도, 청련사, 고려산
posted at 2009/02/26 21:40: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태백 눈꽃축제에 눈이 없다 [여행]

태백산 입구 당골광장

눈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여기저기 얼음조각과 눈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눈꽃축제장이 너무도 따뜻하다.

눈이 없는 축제장은 썰렁하다.

태백의 백미인 눈이 없으니 초라하다.

입보다 코가 더 큰 복돼지

복돼지 한 마리 키우고

이웃님들 복 많이 받으세요.


숭례문인가

너무도 초라하다.

규모도 작고 조잡하다.

모두가 날씨 탓이다.

태백에 눈이 없으니 말이다.

정월 대보름도 지났지만

이웃님들 복 많이 받으세요

눈으로 만든 복조리 드립니다.


눈꽃축제장은 볼거리가 사실 없다.

잠깐이면 다 둘러 본다.

태백까지 왔는데 시간이 너무도 많이 남는다.


석탄박물관으로 간다.

입구부터 암석들이 즐비하다.

국내산만 있는게 아니다.

특이한 외국산 암석들도 전시되어 있다.


나무처럼 생겼다.

하지만 암석이다.

인도네시아 나무화석이다.

반짝반짝 빛난다.

어두운 전시실에서도 눈에 띈다.

화려한 자수정이다.


암석 속이 보석처럼 빛난다.

단백석이라고 한다.

지식이 짧아 잘 모르겠다.

철사처럼 얽힌 암석이다.

자석에 덕지덕지 붙은 쇠붙이

이름은 휘안석이다.


색상이 무척 화려하다.

날개를 활짝 편 공작새 같다.

이름도 공작석이다.

검은 탄광속으로 들어가 석탄을 캐고

연탄을 만든다.

겨울철 난방의 필수품 구공탄

요새 아이들은 모른다.


석탄박물관은 관람은 한 시간이면 족하다.

태백산 종주를 하지 않으면

또 시간이 남는다.


바로 옆에 썰매장이 있다.

큰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

눈이 없으니 썰매장도 재미가 별로다.


인공눈이다 보니

얼음바닥과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게 탄다.


 

태백산, 눈꽃축제, 석탄박물관
posted at 2009/02/10 23:08: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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