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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을 지난다.
느즈막한 산행. 오전 11시가 넘었다.
늘 복잡한 불광역은 한산하다. 쉬엄쉬엄 산으로 들어간다.
일요일 북한산 산행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몹시 혼잡할 것 같야 피했다.
족두리봉을 우회한다. 북한산은 길이 많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물이 없는 계곡을 오르는데 길이 끊겨 있다. 바위가 막고 있어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이 흐른 자국만 남은 바위를 올라갔다.
아불싸! 길이 없다. 내려가기도 고약하다. 바둥거리며 바위를 넘어간다.
첫 번째 난관이다. 길이 없으면 멀어도 우회하는 게 더 빠르고 고생 안한다.
길없는 길을 헤메다 보니 가고 싶은 길을 벗어났다. 그래도 능선에서 만나게
되어 있어 큰 걱정은 안한다. 나무숲을 헤치면서 지나가니 바위틈에
하얀 구절초가 얼굴을 내민다. 마냥 우리를 기다린 듯 싱그럽다.

*향로봉이 보인다.
능선에 합류한다. 산객들로 꽉 찼다. 도심의 길처럼 혼잡하다.
다행인 것은 모두 오르는 사람이다. 일방통행인 것이다.
오후가 되면 오르고 내려오는 산객들의 몸을 부딪쳐 짜증난다.
족두리봉을 뒤로 하고 향로봉으로 간다. 가파른 봉우리를 오른 사람들이 보인다.
큰 걸음 내 딛으면 저 건너편 봉우리까지 가지만 보기만 해도 힘들다.
가파른 오르막은 산객들로 붐빈다. 모두 비봉능선으로 가는 산객들이다.
성질급한 사람들은 향로봉으로 오른다. 안전장구도 없이 무모하게 강행한다.
좁은 길에 막히고 우회하면 힘들다. 하기야 예전에는 모두 향로봉으로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국립공원의 직원들이 정상에서 지키고 있다.
비봉이 보인다. 역시 산객들이 많다. 비봉이 보이는 마당바위에서 간식과 맥주로
칼칼한 목을 축인다. 응봉능선과 의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편의 노적봉을 필두로 보이는 알봉들의 기가 느껴진다.

*비봉이 의외로 한산하다.
비봉을 지나서 사모바위로 간다. 이곳엔 하얀 꽃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많다.
헬리포트의 가장자리에 흰꽃들이 열병식하는 듯 줄지어 있다. 사모바위를 바라 보는
은빛 억새도 눈부시다. 바람에 한들거린다. 가을 코스모스처럼…
승가봉을 지난다. 비봉능선에서 가장 낮은 봉이다. 문수봉으로 가다보면
작은 봉을 지나는데 이 곳이 승가봉이다. 바로 밑에는 승가사가 있다.
통천문을 지나면서 하산 산객과 맞부딪친다. 시간상으로 오르는 산객보다
내려 오는 산객들이 많은 것이다.

*문수봉으로 가는 난코스
문수봉으로 가는 길의 최악의 난코스. 가파른 암벽이다. 물론 철망으로 안전대가
설치 되어 있지만 위험하다. 역시 이곳도 내려 오는 사람이 많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안전하게 교차해야 하니 진행속도가 더디다.
지체되니 암벽에 붙은 보라색 산부추 보인다. 이 척박한 곳에서 살면서
아름다운 꽃을 핀 것이다.
우뚝 선 문수봉과 보현봉이 눈앞에 있다. 저 높은 암릉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들.
무섭지도 않은가 보다. 쳐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꼭대기마다 산객들이 있다. 힘들게 올라온 기분을 만끽한 것이다.
우리는 문수봉을 지나서 대남문으로 간다.

*우뚝 선 문수봉
대남문의 산성에 담쟁이 덩굴. 붉게 물들고 있다. 바로 앞에는 북한산의 최고 높이의
보현봉 버티고 있다. 북한산의 가을은 담쟁이가 먼저 알린다.
산성에 붙은 담쟁이는 붉은색으로 물들고 투구모양의 꽃들과 참취와 노란 곰취도 지천이다.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간다. 내리막의 나무테크 옆은 꽃동산이다.
문수사의 텃밭이 있어서 그런가. 참취부터 눈괴불주머니 그리고 꽃향유 등
눈이 황홀하다. 북한산의 가을꽃이 여기 다 모여 있다.
구기동 가는 길은 울둥불퉁 길다. 오르는 사람도 내려가는 산객이 더 많다.
힘들게 내려가지만 자연을 느끼면서 가야 한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한발 깊게 느낀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따뜻한 가을 햇살도 풀이 죽는다. 북한산의 노을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일자:2009년 9월 20일 일요일 마눌이와 함께
코스:불광역-족두리봉 우회-향로봉 우회-비봉 우회-사모바위-승가봉-
통천문-문수봉-대남문-구기분소
(오전 11시 산행시작 오후 4시30분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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