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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익어가는 관악산 수영장 능선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오르는 희미한 등산길
산객들의 흔적이 없어 조용하다.
길섶에 노란꽃 산국이 보인다.
옹기종기 오막살이 집들처럼 가을햇살을 맞고 있다.
안갯속에 비치는 가는 빛줄기에 꽃잎은 더 노랗다.

언덕길에 노란꽃 송이
산국 중에서도 색다른 꽃 홍일점
관악에 숨은 가을맞이 꽃들이다.
시들어 버린 고들빼기
서리도 내리기전에 힘이 빠져 버렸다.
하지만 노란꽃은 싱그럽게 웃는다.

꽃이 늦바람이 났다.
철늦게 핀 달맞이꽃
힘이 펄펄 넘친다.

돌틈에 생명의 끈을 유지한 나무
잎은 딱 두 개뿐
그 곳에 생명이 찾아든다.
가을이 깊어가는 산
척박한 바위틈에 마지막 자리
겨울나기엔 너무 열악한 환경인데…

절벽아래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
귀를 쫑긋하고 들여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저 건너에 암벽에 검은 그림자.
청설모가 오늘의 모델이다.
200m 망원렌즈의 위력
당겨서 렌즈에 담았다.

산 정상이 보이는 길
키다리 억새가 손을 흔들고 있다.
바람이 계속 흔들어 댄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세상은 가만이 두지 않는다.
계속 흔들게 만든다.

화려했던 여름은 갔다.
꽃도 지고 이제 씨앗만 남았다.
솜나물 씨앗은 바람을 기다린다.
삼형제는 이별연습을 한다.
가을 찬바람이 불 때마다
손을 꼭 붙잡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한다.

삼형제는 강한 바람을 기다린다.
솜나물 열매는 실바람이 싫다.
고운 날개옷을 입고 거친 바람만 고대한다.
바람을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양지바른 곳에 뿌리를 내리고
내년 봄을 기다리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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