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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말을 걸다
우리가 과연
만나기나 했던 것일까?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제일로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 나태주 ****
바람이 부는 11월의 끝자락에 하늘은 높고 푸르다.
하얀구름이 바람에 이리 저리 바쁘게 이동한다.
나무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거린다.
거친 바람이 쉼 틈을 주지 않는다.

잎은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나목들
벌거벗은 채 속살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겨울산이 가장 정직하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진짜 아낌없이 보여준다.

등산로에 빨간 낙엽들이 두텁다.
카페트처럼 곱다. 폭신거려 따뜻하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좋다.
지나가면서 망설이게 된다.
주욱~이어진 낙엽 길
너무도 고아 단풍잎을 밟기에 미안스럽다.

오늘은 게으른 산책이다. 시간나면 오르는 도덕산.
천천히 걷는다. 낙엽길 따라 빈둥 거린다.
게으름을 피우며 느린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솜 이불처럼 폭신 거리는 낙엽이 좋다.
사르락 바스락 거리는 낙엽 밟히는 소리는 느린 산책길의 덤이다.
도덕산 산책은 낙엽 카페트 밟으며 호강한다.

바람이 세차다. 귀가 약간 시럽지만 시원하다.
바람에 나무들이 한없이 흔들린다. 작은 가지들은 떨면서 노래 부른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가. 아니면 나무가 저절로 흔들거리면서 바람 탓 한가.
박재삼 시인의 말처럼 바람이 장난을 치는가.
천년 전의 장난을 오늘 또 나무를 흔드는가.
겨울잠 자기 전에 함께 놀자고 흔들어 대는지도 모르겠다.

한 고개를 넘어 밤일마을에 접어든다. 고개를 넘어 바람이 멈춘 곳.
이 곳에 철이른 꽃이 피였다. 연분홍의 딱 두송이가 이쁘다.
그런데 어찌 할거나. 꽃 피자 마자 찬바람이 매몰차게 부니 말이다.

바람의 덕인가. 하늘이 맑고 푸르다.
저 건너 관악산 연주대가 눈 앞에 보인다. 아주 가깝다.
200m 망원렌즈로 당겨 본다. 연주대가 눈 앞까지 다가 온다.
여기서 걸어서 6시간 거리인데도 렌즈 속으로 쏘옥 들어 온다.
한 컷 잡고 다시 도덕산 정상으로 오른다. 게으른뱅이 처럼 천천히 간다.
느림의 행복감을 만끽한다.

도덕산 정상의 누각 도덕정
찬바람 탓에 산객도 나들이 객도 없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도덕산이 한산하다.
세찬 바람이 부니 머리가 명징해 진다. 쌀쌀 하지만 하늘처럼
머리도 맑아진다. 느리게 느리게 걷다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넘었다.
두 시간동안 걸은 것이다.

앙상한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까치집.
바람에 흔들거려 까치집이 위태롭다.
뼈만 남은 나무들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할 뿐
말이 없다.
언제 나무와 말을 해 봤냐고~
언제 만나기나 했냐고
사랑은 해 봤냐고~ 나무는 몸을 흔들 뿐이다.

바람이 청소를 한다. 아주 세차게 빗질을 한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을 단숨에 쓸어 버린다.
등산로가 깔끔해진다.
말끔한 등산로에 빨간 별이 뜬다.
산수유 열매다. 아직도 붉은 색이 여전하다.
11월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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