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합친다해도 꼴랑 한 줌이나 될까요.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의미있는 편린의 부피를 따지면 말입니다. 미미하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인생의 작은 것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내 끄적거려 보았습니다.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살피기도 했습니다.신문 블로그에 존재하지만 기자블로그는 아닙니다. 제이와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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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층주민에 엘리베이터가 '계륵'인 까닭 [라이프 인사이드]

삶을 돌이켜 보면 가끔 특정한 숫자와 '미묘하게' 인연으로 얽혀 있는 걸 발견하곤 합니다.

그 특정의 숫자가 인생에서 공교롭게도 되풀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깁니다. 때때로 그 숫자는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로 '징크스'가 되기도 하지요.

저 같은 경우 2자와의 인연이 깊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골프라는 운동을 했을 때 '이글'이라는 기록을 단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기록을 세운 날이 2002년 2월 22일 이었습니다.

20년 전 결혼한 이래 세 차례 이사를 하고 네 곳에서 살았는데 거주한 층이 전부 2층입니다.

'내집장만' 이전, 전세를 살 때 다세대 주택의 2층에서 두 번 살았고 주택청약저축으로 처음 당첨된 아파트가 2층이었습니다.

 

그 뒤 이사를 와 지금 10년째 살고 있는 곳도 2층입니다.

2층을 특별하게 고집한 것은 아니었는데 따지고 보니 '2층 인생'을 전전해온 셈입니다.

이렇게 저층에 주로 살다보니 인생도 멀리 내다 보지 못하고 작은데 집착하는 '근시안'이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하잖습니까.

물론 이 말에 반해 '낮게 나는 새가 자세히 본다'는 우스개가 최근 유행하긴 하지만요?

아무튼 아파트 2층에서 오래 살다보니 엘리베이터가 '계륵'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사는데 크게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때로 생기는 까닭입니다.

하여튼 4가구가 대문을 같이한 복도식의 현재 아파트로 이사왔을 때 2층의 엘리베이터는 굳게 잠겨 있더군요.

아마도 공동주택관리규정에 '승강기 이용료'(월 10,400원)를 내는 대상에서 제외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그렇게 살았고요.

이 당시 아내는 "아이의 자전거를 옮길 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힘들다"는 불평을 가끔 늘어놓곤 했습니다.

그런데 1년전 쯤인가 세 살과 젖먹이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젊은 부부는 "아이의 유모차를 끌어내리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며 "이용료를 내고 2층에도 엘리베이터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한 겁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에 문의를 해보니 4집 중 3집이 찬성하면 월 이용료를 분담(한집당 2600원이 되는 군요)하는 조건으로 엘리베이터를 열어줄 수 있다고 했답니다.

(참고로 2층에 장애인이 거주할 경우 각 가구가 이용료를 분담해 엘리베이터 개방을 의무조항으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제 아내야 자전거 옮기기 등에서 불편을 겪어왔던 터라 쉽사리 '찬성'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한데다 개방에 별 메리트가 없던 두 집은 찬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젊은 부부집과 저희 집이 이용료를 분담(각각 월 5200원)하는 것으로 해 엘리베이터 이용 층으로 정식 등록을 했다고 하고요.

이후 젊은 부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유모차를 편리하게 끌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또 아내는 아이 자전거를 손쉽게 옮길 수 있게 되었고요.

사실 저는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계단으로 오르내리면 되니까요. 때문에 아내가 "2층에도 선다"고 알려준 날 단 한차례 이용해 봤을 뿐입니다.

이 사연많은 엘리베이터에 최근 보름 동안 교체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낡은 걸 떼내고 새 걸로 바꾼 거지요.

위층에 사는 주민들이 걸어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니 "많이 불편하고 힘들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뭐 운동하는 셈 친다면 되레 건강유지에 도움을 받았겠지만요.

그동안 2층 엘리베이터의 개방에 반대한 옆집 분들은 이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얼마 전 한집이 커다란 헌 가구를 버리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ㅎㅎㅎ 이 말은 그 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번 웃으라고 한 말이니 저 너무 혼내진 말아 주세요.)

공동주택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는 일입니다.

<미디어다음 '뷰'2009.7.13일 랭킹:블로그를 찾아 주시고 댓글을 달고 추천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파트, 2층
posted at 2009/07/12 14:52:00 댓글(22)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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