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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특정한 숫자와 묘하다 싶을 만큼 '인연'이 닿아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숫자는 때로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징크스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저의 경우 2자와 인연이 깊은 편이라고 오래전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다시 거론하자면 결혼 이후 세차례 이사를 통해 살았던 집이 전부 2층이라는 것과 아마추어 골퍼가 평생하기 힘들다는 이글기록을 한 날이 2002년 2월 22일 이란 내용입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인연 때문은 아니지만 선호하는 특정 숫자를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지요.

<이미지출처=롯데제과 홈페이지>
예컨대 한 지인은 1자 네 개가 나란히 서 있는 '1111'을 가장 선호하는 숫자로 꼽습니다.
그는 "1111은 네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에서 동행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얘기지요.
1111이란 숫자는 최근 들어선 이 지인의 생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의미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바로 11월 11일, 이른바 '빼빼로데이' 로 통하고 있어섭니다.
D-6일이군요.
이날 젊은이들은(요즘은 나이든 이들도 포함될 듯) 초콜릿이 발린 길쭉하게 생긴 과자를 친구나 애인 등에게 선물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습니다.
선물은 초기엔 이 과자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져라란 의미를 담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뜻은 진화와 확장을 거듭해 친구 간에는 우정이, 남녀 간에는 애정을 담기도 했고요.
올해엔 11월 12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앞둔 날이라 빼빼로 선물은 수험생들에게 우뚝 선 합격의 의미를 담을 수 있겠단 느낌입니다.
여기서 이처럼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로 뿌리내린 유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로 이름 붙여진 계기가 마련된 시기는 지금부터 13년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부산에 소재한 한 여자중학교의 학생들 사이에 이날 롯데제과에서 1983년에 처음 내놓은 과자 빼빼로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 되었고, 이 내용은 이 지역 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최초로 기사화되며 표면화했다고 합니다.

<이미지출처=롯데제과 홈페이지>
이들이 주고받은 빼빼로는 '너도 빼빼로처럼 빼빼하게 마르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고요.
이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11월 11일 11시 11분 11초에 맞춰 먹어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랐는데 그 시간은 여중생들이 수업을 받는 시간이었지요.
따라서 선생님 몰래 빼빼로를 먹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여중생들의 장난스런 모습이 상상되지 않나요?
이 같은 정보를 취득한 롯데제과는 이듬해인 1997년 11월 들어 자사제품인 빼빼로 시식회라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면서 빼빼로데이는 본격적으로 일반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빼빼로를 주고받는 유행은 전파력이 큰 TV에 소개되면서 확산국면을 맞게 된 거고요.
당시 롯데제과 홍보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1998년 11월엔 지방에 소재한 가게나 마트 등의 주인이 빼빼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본사로 원정을 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빼빼로데이는 따라서 여중생들의 장난기와 기업의 상술이 결합된 산물인 셈입니다.
일본의 백화점들이 초콜릿을 많이 팔기 위해 밸런타인데이를 만들어낸 처럼 말입니다. (이 같은 기업의 마케팅 활용에 거부감을 느낀 어떤 단체에서 11월11일을 젓가락데이로 명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로 인해 엄청난 제품 판매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983년 첫 선을 보이며 그해 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친 빼빼로는 빼빼로데이로 착근된 2001년 280억원, 2003년 350억원, 2004년 370억원, 2007년 400억원, 2008년 560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제과는 올해 빼빼로 매출을 지난해보다 20%정도 신장된 700억원대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단일 과자제품이 700억원대의 매출이라면 제과업계에서는 꽤 큰 규모로 평가됩니다. 잘 알려진 과자 브랜드인 농심 새우깡과 오리온제과 초코파이의 매출을 넘어서는 까닭입니다.
빼빼로데이의 유래가 어떻든 이날 누군가에게 뜻을 담은 '빼빼로 선물'을 해 보는 것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