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10일 서울 힐튼호텔.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격정적인 연설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역사를 진리와 정의가 권력 앞에서 패배한 역사로 규정했다.
"진리와 정의 내세워 권력에 저항한 사람은 모두 패가망신한 역사"
이듬해 민주당 국민경선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제주 울산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광주경선(2002년 3월 16일)에서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승기를 잡는다. "오늘 저를 밀어주면 영남사람들이 여러분의 손을 잡을 것"이라는 호소로 광주 선거인단의 마음을 잡은 결과였다.

(출처:그리운 산하)
이후 민주당 경선은 16부작 주말 드라마로 통하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다. 한나라당도 대세론의 이회창 후보에다가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후보 등으로 구색을 갖춰 순회경선을 열기는 열었지만 처음부터 워낙 격차가 컸기에 국민들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광주경선 연설에서 "이 자리의 여러분 선택이 광주의 선택, 대한민국의 선택, 역사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노 전 대통령이 말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어낸 단초가 된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 속에 현재 인터넷상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바로 그 광주경선 연설 동영상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연설 동영상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투표 결과 발표 동영상만 간간히 돌아 다니고 있다.
민주당은 원본 동영상을 가지고 있겠거니 싶어서 문의했지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추모 열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는 좋은 카드라는 점을 굳이 거론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의 역사에 중요한 순간인데 영상물조차 남아있지 않다니... 한국 정당의 기록물 관리 수준이 이 정도다.
당시 오마이뉴스에서 민주당 경선을 생중계했기에 갖고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홈페이지(오마이TV 포함)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다. 방송3사에서도 결과발표는 중계했지만 연설 자체는 중계하지 않은 것 같다. 혹시 자료화면이라도 갖고 있다면 인터넷에 올려주면 인기를 끌텐데...싶더라.
2002년 광주경선 연설문
존경하는 광주시민,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이 손가락을 기억하십니까? 지금까지는 이 손가락이 민주당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손가락이 노무현을 의미합니다. 노무현을 찍어서 1번 위치에 놔주시기 바랍니다.
그대로 그것이 민주당 승리가 되도록 책임지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중요한 선택의 날입니다. 이 자리의 여러분 선택이 광주의 선택, 대한민국의 선택, 역사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얼마나 어깨가 무겁겠습니까? 여러분 처지가 참 고민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까운 고향 후보도 찍고 싶고, 지난 대선 신세진 이인제 후보도 도와주고 싶고, 영남 사람도 찍어주고 싶은데 고민되시죠? 저는 부득이 잘 계산해보시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다음 대선 때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큰일납니다. 경제가 무너질 겁니다. 복지정책 뒷걸음질하고, 동서화합과 남북대화도 물 건너 갈 겁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뒷걸음질 칠 것입니다.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서 국민의 정부 개혁 완수하고, 중산층과 서민위주 정책을 계속 펴 김대중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니 지역주의 아니냐고 하는 분 있습니다. 좋습니다. 정면돌파, 대찬성입니다. 정면돌파로 이회창 대세론 무너뜨리고 승리합시다. 누가 정면돌파 했습니까?
저는 92년 총선, 95년 부산시장 선거에 민주당 깃발 들고 싸웠습니다. 저 노무현이어야 이회창 총재를 무너뜨립니다. '서민후보' 노무현이 나가야 '귀족후보, 특권층 후보' 이회창 총재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여태까지 영남이 계속 집권했는데, 다시 영남후보 노무현에게 넘겨주기가 정말 섭섭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문제 해결이 안됩니다.
영남 후보라고 다 영남 후보가 아닙니다. 영남 후보중에서 1980년 광주항쟁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 부르며 열심히 싸우고, 90년 3당합당 때 김영삼 거부하고,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목이 터져라 외친 영남 후보도 있습니다(박수).
저는 영남사람들에게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제가 '37년간 호남사람들을 따돌리지 않았느냐? 우리 정권을 정통민주세력의 계승자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권을 주자'고 호소했습니다. 이회창 총재가 장외집회에서 지역감정 부추기는 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 2000년 총선때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래도 제가 단순한 영남사람입니까?
저는 여러분과 아픔과 고통을 함께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고생했으니 빚 갚으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유권자 만나니 '찍어 줄 테니 배신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네, 약속합니다.
저 배신한 적 없습니다. 제가 광주에서 이긴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게 얼마나 큰 빚이겠습니까? 저 신세 갚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를 지원해준 많은 영남사람들이 여러분의 손을 함께 잡을 것입니다. 그러면 동서화합이 됩니다.
저보고 학벌이 낮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김 대통령이 학벌이 좋아서 대통령 했습니까? 제가 과격하다는 소리도 하는데, 그 소리도 김대중 대통령이 많이 듣던 말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제가 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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