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머리 속에서 맴도는 기업이 있습니다. 반스&노블. 777개(5월 현재) 서점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 최대 서점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전자책 단말기 누크를 내놓고 아마존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이죠. “한판 붙자!” 한마디로 이런 형국입니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면 오프라인 서점은 위기에 처합니다. 반스&노블의 777개 서점은 점차 500개, 300개, 100개로 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누크를 내놓고 전자책 판매를 본격화할까요? 자기 발등을 찍을 수도 있는 전략을 왜 택했을까요?
아마존은 1994년에 설립된 열다섯살 소년기업입니다. 아마존이 온라인서점을 차려놓고 인터넷으로 책을 팔겠다고 했을 때 반스&노블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하룻강아지 까부네.” 그런데 지금은 아마존이 호랑이고 반스&노블이 강아지입니다. 매출만 놓고 봐도 아마존이 반스&노블의 4배나 됩니다.
아마존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습니다. 아마존은 지난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한 54억5천만$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이에 23일 주가가 26.6%나 치솟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하이킥입니다.
고성장 비결은 뭘까요? 2007년 말부터 팔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입니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아무데서나 꺼내 전자책을 읽기에 적합한 디바이스죠. 가격이 259$나 되는 데도 꽤 많이 팔렸고 킨들 덕에 전자책 판매도 많이 늘었나 봅니다. 현재로서는 전자책 단말기로는 세계 최고입니다.
아마존의 고성장은 반스&노블의 쇠락을 의미합니다. 아마존 매출은 2007년 148억$에서 2008년 192억$로 30% 급증한 반면 반스&노블 매출은 이 기간에 54억$에서 51억$로 줄었습니다. 반스&노블한테는 퇴로가 없습니다. 최근 누크를 내놓고 아마존한테 “한판 붙자”고 선언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반스&노블이 정면돌파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설립된지 126년 됐다는 게 아무런 힘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망 장악력도 아마존보다 낫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전자책 100만권을 확보한 걸 보면 많이 준비했나 봅니다. 게다가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우는 만큼 투지도 대단할 걸로 생각합니다.
반스&노블. 한때 미국 최대, 세계 최대 책 소매기업으로 군림했다가 지금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습니다. 인터넷이 가져오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아마존한테 헤게모니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전자책 비즈니스에서도 선수를 뺐겼습니다. 늦게나마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것은 다행으로 보입니다.
반스&노블의 누크는 기능에서는 아마존 킨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터치 기능을 도입해 사용하기가 편하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가격은 킨들보다 20$ 낮게 책정했는데 아마존이 곧바로 259$로 낮추는 바람에 같아졌습니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마존과 반스&노블의 공방전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교보문고가 지난 여름 삼성전자 단말기 파피루스를 내놓고 전자책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테스트 단계인데 두 번째 모델을 내놓는 연말께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부칠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사들도 단말기를 준비하고 있어서 내년에는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