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고 하면 다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어렵다고. 그거 좀 쉽게 얘기해줄 수 없나? IT 전문가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쓰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광파리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주로 글로벌 IT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빌 게이츠가 세웠다는 새 회사 bgC3가 뭐기에… [기타]

어제 인터넷에서는 빌 게이츠가 세웠다는 bgC3란 회사 때문에 떠들썩했습니다. 발단은 시애틀 포스트 기자 출신 토드 비숍이 TechFlash 블로그에 올린 ‘빌 게이츠의 신비로운 새 회사’(Bill Gates' misterious new company)'란 글입니다. 많은 온/오프 매체와 블로거들이 받아썼습니다. 기자 출신 블로거가 특종을 한 셈이지요.


도대체 bgC3가 뭘까요? 대다수 매체가 비숍의 글을 요약해 전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숍의 글을 무시할 수 없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그냥 받아쓰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지 은근히 비비꽜더군요. 신비롭긴 뭐가 신비롭냐. 나도 다 아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썼습니다.


비숍은 bgC3의 정체를 알아 보려고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정부 문서도 뒤지고 사무실 안에 들어가본 사람 얘기도 듣고 빌 게이츠 측근한테 확인도 했더군요.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빌 게이츠가 조용히 새 회사를 세웠다. 사무실은 완전히 첨단이다. 회사 이름도 신비롭고 이미 로고도 만들었다….


아시다시피 빌 게이츠는 지난 7월 말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났습니다. 다음주에 만 53세가 된다니까 우리 나이로는 54살인데 한창 일할 나이에 은퇴한 셈이죠. 그는 회사를 떠나면서 게이츠-멜린다 재단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니 궁금한 건 당연합니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호(Lake Washington). 출처: 위키피디아]


MS 본사는 시애틀 인근 레드몬드에, 빌 게이츠의 집은 인근 메디나에 있습니다. 새로 마련한 사무실은 커클랜드에 있는데 집에서 차로 조금만 가면 나타난다고 합니다. 워싱턴호(Lake Washington)가 보이는 근사한 곳이랍니다. 비숍의 글을 보면 bgC3는 홀딩컴퍼니이고 빌 게이츠가 MS를 떠난 열흘 후에 설립됐습니다.


회사 이름부터 특이합니다. 비숍이 확인했다는데, bg는 빌 게이츠의 약자, ‘C’는 ‘catalyst(촉매제)'의 약자이고, ’3‘은 ’the third place(제3의 공간)‘랍니다. 그러니까 MS도 아니고 재단도 아닌 제3의 공간으로, 빌 게이츠가 이 회사를 통해 MS한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거라고 예상했더군요.


한 마디로 싱크탱크란 얘기입니다. 비숍에 의하면 빌 게이츠는 은퇴하기 전에 기자들에게 "풀타임은 재단 일에, 파트타임은 MS가 준 일부 과제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따로 사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인류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다는 말을 심심찮게 했답니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신설법인 bgC3 로고 중 하나]


빌 게이츠의 새 사무실은 평범한 사무공간은 아니라네요. 서피스 테이블 컴퓨터가 있고 가상 방명록(virtual guestbook)이란 것도 있대요. 정부 문서에는 40~60명이 일할 공간이라고 씌여 있다는데 BGC3, C3 등의 로고까지 등록해둔 걸 보면 빌 게이츠 개인관리/자산관리나 하는 회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로버트 루쓰 기자는 ‘그렇게 신비롭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원래 MS 본사와 커클랜드 집 중간에 사무실을 얻으려고 했고 자신도 몇 달 전에 새 사무실에 가봤대요. 빌 게이츠의 많은 측근들을 관리하려면 회사가 필요하다. 사무실 방문했을 때 그런 일을 하고 있더라. 이렇게 썼습니다.


루쓰는 bgC3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벤처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기사 말미에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글귀까지 동원했더군요. ‘여자가 소설을 쓰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자신만의 공간(room)이 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는 돈은 있으니까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뿐이라는 거죠.


제가 보기엔 루쓰보다는 비숍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의 개인 일정을 관리하는 회사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는 이미 있거든요. 그렇다면 인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구상을 하는 공간일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아무튼 인터넷에서 벌어진 전직기자와 현직기자 간의 공방이 재밌네요. (끝)


                                                                 광파리 khkim@hankyung.com


* 추가할 게 하나 있네요. bgC3 웹사이트(www.bgc3.com)도 이미 개설돼 있는데요, 클릭하고 들어가면 위에서 보신 로고만 덜렁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MS, 빌 게이츠, bgC3, 시애틀, 레이크 워싱턴
posted at 2008/10/24 08:59:00 트랙백(0) | 댓글(3)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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