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이 언젠가는 종이책을 대체하겠지. 하지만 아직은 아닐 거야.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자책 시도가 수차례 실패한 것도 원인일 테고, 국내에는 네오룩스 ‘누트’나 삼성전자 ‘파피루스’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전자책 단말기가 나오지 않은 것도 원인일 겁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생각보다 빠르게 보편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중대 발표가 있었습니다. 반스앤노블, 플라스틱로직, AT&T 3사가 제휴했습니다. 도서유통기업 반스앤노블이 확보한 전자책을 플라스틱로직 단말기로 읽게 하고, AT&T 이동통신망을 통해 전자책을 내려받게 한다는 것이죠. 그야말로 ‘전자책 드림팀’이 떴습니다.
현재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 킨들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니 리더도 있고 킨들보다 먼저 나온 제품도 있지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킨들 뿐입니다. 그런데 내년 초 ‘플라스틱로직-반스앤노블-AT&T 드림팀’이 뜨면 판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킨들보다 나은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로직 단말기(PlasticLogic Reader)는 유저인터페이스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쓰기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킨들은 버튼을 눌러 원하는 페이지를 찾고 버튼을 눌러 책장을 넘깁니다. 플라스틱로직 단말기에는 터치스크린 기능이 있어 아이폰/아이팟터치 사용하듯 모든 걸 손가락 터치로 해결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강점은 디스플레이로 특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킨들은 떨어뜨리면 액정화면이 깨지기 십상인데 플라스틱로직 단말기는 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발단계에서는 망치로 두드려도 끄덕없고 구부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는데 초기에는 휘어지는 제품은 내놓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파워포인트 엑셀 PDF 등으로 작성된 문서를 보기 편한 것도 강점입니다. 외근 비즈니스맨이 플라스틱로직 단말기를 꺼내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겨 가며 설명할 수 있겠죠. 노트북과 달리 전원을 꽂을 필요가 없고 부팅하는 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플라스틱로직의 1차 타깃은 비즈니스맨입니다.
통신 기능에서도 킨들에 앞섭니다. 아마존은 스프린트 망(EVDO)을 임대해 ‘위스퍼넷’이란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고, 반스앤노블은 AT&T 망(WCDMA)을 사용합니다. 해외 진출 면에서 반스앤노블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반스앤노블은 플라스틱로직 리더에 무선인터넷(WiFi) 기능도 넣기로 했습니다.
전자책 규모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아마존은 현재 30만권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반스앤노블은 20만권으로 시작합니다. 저작권이 소멸된 구글 전자책 50만권도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캔터베리테일스 립반빙클 일리아드 등은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고 내려받아 읽을 수 있겠죠.
내년 초 반스앤노블이 들고 나올 플라스틱로직 리더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그동안 여러 차례 소개된 바와 같이 크고 얇은 게 특징입니다. 가로 8.5인치, 세로 11인치에 두께는 0.25인치입니다. 주간지의 경우 원형 그대로 띄울 수 있습니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꺼내서 읽을 수 있는 단말기입니다.
아마존 킨들이나 플라스틱로직 리더 모두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기술은 미국 E-INK사의 e잉크입니다. 플라스틱로직은 컬러 제품도 개발은 했다고 하는데 내년 초에는 흑백 제품을 내놓을 거라고 합니다.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비즈니스맨용”이라고 강조하는 걸 보면 500달러는 넘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강점이라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전자서점입니다. 반스앤노블도 최근 전자서점을 열었지만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점이 적지 않을 겁니다. 신문 잡지도 현재는 아마존이 훨씬 많이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 시작되면 반스앤노블 진영에도 많은 신문 잡지가 참여할 걸로 봅니다.
이제 6개월 남았습니다. 아마존 독무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단말기와 서비스를 혁신하지 않으면 반스앤노블-플라스틱로직-AT&T 드림팀에 밀릴 수 있습니다. 반스앤노블이 단말기를 내놓을 무렵엔 우리나라에서도 교보문고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전자책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거라고 봅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