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다는 태블릿에 관한 루머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희미했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MS 태블릿의 경우 컨셉 동영상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신문사 다니는 저는 이런 걸 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위기냐 기회냐를 떠나 거센 폭풍이 몰려오는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미국 신문업계는 지금 곤경에 처했고, 의회에서는 각종 지원법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문업계는 신문의 장점을 알리는 광고도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포터블 디바이스는 신문’이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신문 만큼 편한 디바이스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입니다.
올해 초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땐 수긍을 했습니다. 아무리 뉴미디어 기술이 발달해도 신문 만큼 편리한 포터블 디바이스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침 발라가며 넘길 수 있고, 바쁠 땐 대여섯 장을 한꺼번에 넘길 수 있고, 기분 나쁘면 휘익~ 내던질 수도 있고, 뒤에서부터 읽을 수도 있고….
그런데 애플과 MS가 개발한다는 태블릿을 보면 입맛이 싸~악 가십니다. 무슨 저런 괴물이 있나? 신문/잡지를 통째로 삼키겠다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신문의 장점을 포함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편리한 기능을 갖췄습니다. 신문에 뒤지는 점이라면 기분 나쁠 때 내던지기 어렵다는 것 뿐입니다.
물론 애플 태블릿이든 MS 태블릿이든 두 회사에서는 아직 전혀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믿을 만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지만 아직은 루머일 뿐입니다. 하지만 점점 구체화되고 있어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아래 컨셉 동영상을 보십시오. MS가 이런 괴물 태블릿을 개발 중이랍니다.
어떻습니까. 더블 터치스크린을 갖춘 게 특징입니다. 각각의 스크린이 7인치쯤 된다고 하니까 웬만한 잡지는 이걸로 구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씨가 조금 작으면 손가락 터치로 키워서 보면 되겠죠. 그러나 신문을 편집된 그대로 읽기엔 부족합니다. 스크린이 둘로 나뉘는 바람에 너무 작습니다.
애플은 신문도 타깃으로 잡고 있습니다. 아침에 인터넷에서 ‘애플 태블릿이 신문 잡지의 개념을 바꿔놓을 것’이란 기사를 봤습니다.(관련기사) 애플이 새 디바이스에 신문을 넣으려고 지난 6월 뉴욕타임스 측과 협의했다고 합니다. 새 디바이스는 키보드 마우스 없이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는 태블릿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애플 아이폰을 통해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킨들에서는 돈을 받고 서비스 합니다. 아이폰 서비스도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죠. 그런데 아이폰으로는 신문을 편집된 그대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10인치 안팎의 태블릿이라면 가능합니다.
뉴욕타임스 뿐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위크를 발행하는 맥그로힐도 애플 측과 협의했다고 합니다. 애플은 잡지사 간부들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엔 아이폰3.0을 내놓으면서 인앱퍼처스(in-App-purchase)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신문/잡지 구독료를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겁니다.
애플 태블릿에 관한 동영상은 없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짜깁기한 컨셉 사진만 나돌고 있는데, 쉽게 말해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를 4~5배로 키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동통신 기능이 들어가면 초대형 아이폰이고, 안들어가면 초대형 아이팟터치입니다. 컨셉 사진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문제입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는 배터리 사용시간이 짧은 게 흠입니다. 트위터를 끼고 사는 사람이라면 하루 버티기도 어려울 겁니다. MS와 애플은 과연 전력 소모를 어떻게 최소화할지, 어떤 획기적인 배터리를 채택할지 궁금합니다. <광파리>
<추가 10/3> 독자 한 분이 트위터에서 ‘신문사 사람들은 신문 레이아웃을 디지털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해 주셔서 추가로 설명을 드립니다. 신문 레이아웃은 뉴스에 대한 판단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value입니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 독자분들껜 그렇습니다.
이보다 젊은 층에서는 신문 레이아웃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 테고 갈수록 이런 분들이 늘어날 걸로 봅니다. 태블릿에서 신문 레이아웃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고 이용에 불편이 없다면 현재로서는 이게 더 이롭습니다. 신문 레이아웃이 가치 있다고 보는 독자가 아직은 많기 때문이죠.
잡지는 태블릿에서 레이아웃을 그대로 살릴 걸로 봅니다. 신문도 10인치 이상 태블릿에서는 그렇게 갈 것 같은데...제 독자분께서 헤아리지 못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비용입니다. 새로 편집하려면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 다만 속보가 문제인데 현재는 별도체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통합될 걸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