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고 하면 다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어렵다고. 그거 좀 쉽게 얘기해줄 수 없나? IT 전문가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쓰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광파리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주로 글로벌 IT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좀비스쿨’ 게임이 퇴출되는 걸 보면서 [게임]

월요일인 지난 20일 미국에서는 ‘좀비스쿨(Zombie School)’이라는 모바일게임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매체가 학생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비판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이 게임을 퇴출시켰는데… 얘기가 재밌습니다.

좀비스쿨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학교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 상황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게이머는 활만 가지고 좀비들을 쏴 죽입니다. 이렇게 능력치를 키우면 총도 사고 수류탄도 살 수 있습니다. 화살이 한꺼번에 2개, 3개씩 발사되게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게임 개발사는 리타디드 아츠입니다. 이 회사는 게임을 알리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 그러니까 입소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아이폰월드 사이트에 좀비스쿨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스스로 올린 겁니다. 정말 미쳤다. 정상인 사람이라면 이런 미친 게임을 즐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데니스란 사람이 애플의 게임물 심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심의했길래 저런 게임을 앱스토어에 올리게 했느냐는 겁니다. 이 글이 게시된 후 애플에 대한 비판이 바이러스처럼 번졌습니다. 와이어드, 테크크런치, PC월드 등이 일제히 비판에 나선 겁니다.

사실 게임 스토리가 좀 그렇습니다. 좀비든 아니든 학생과 교사들을 쏴 죽이고 교장까지 쏴 죽이는 게 유쾌하진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 사회는 학교총격(school shooting)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합니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이 연상되기 때문이겠죠. ‘애플은 심의할 때 졸았느냐’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애플은 좀비스쿨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습니다. 입소문을 내려고 자기네 게임을 ‘미친 게임’이라느니 ‘사람들이 제 정신이 아닌가봐’라고 썼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애플이 좀비스쿨을 퇴출시키지 않았다면 리타디드 아츠는 입소문 마케팅에 성공했겠죠.

 

좀비스쿨이 앱스토어에서 퇴출되는 것을 보면서 게임물 심의에 관해 생각해 봤습니다. 미국처럼 게임물을 자체적으로 심의하게 하면 어떨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기 전에 승인을 받게 하는 사전심의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과 앱스토어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어플리케이션은 65,000개. 이 가운데 1/4 이상이 게임이라니까 16,00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내려받지 못합니다. 앱스토어의 게임 카테고리가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올려진 일부 게임만 내려받고 있는 실정이죠.

[애플 앱스토어. 한국 앱스토어에는 보시다시피 게임 카테고리가 없습니다.]

왜 차단했을까요?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16,000개 게임을 만든 회사들이 한꺼번에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게등위)에 심의를 의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게등위는 마비되고 말 겁니다. 하루에 10개씩 심의하면 4년 이상 걸리고 100개씩 대충대충 심의해도 반년이나 걸립니다.

지금까지는 이걸 문제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고 나면 달라질 겁니다. 소비자 권리를 정부가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비판을 들을 게 뻔합니다. 모바일게임 산업 측면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게임을 게등위가 심의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 강국인 데도 게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나쁩니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게임의 경우 사전심의제를 채택한 유일한 국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전심의제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과감히 규제를 풀어 자율심의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광파리>

 

애플, 앱스토어, 모바일게임, 사전심의제, 자율심의제,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 좀비스쿨
posted at 2009/07/22 22:25:00 트랙백(0) | 댓글(12)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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